캐나다의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 - )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구본준의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읽고서(2016년 11월)이다.
2012년 리움 미술관에서 특별 강연을 위해 한국에 온 게리는 종묘(宗廟)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일반 관람객이 없는 개장 전 이른 시각에 가족 및 지인 몇몆들과만 관람을 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 우여곡절 끝에 뜻을 이루었다.
게리가 한국을 찾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특강을 위해서였지만 15 년 전 종묘를 보고 느낀 감동을 한 번 더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구본준은 게리의 그런 요구를 오만하고 무례한 것이었다고 평했다. 구본준의 책을 읽은 후 나는 종묘를 처음 찾았고 게리의 평(˝종묘는 세계 최고의 건물이다.˝)에는 물론 구본준의 평(˝게리가 오만과 결례를 무릅쓰고 그런 부탁을 한 것은 거꾸로 종묘 정전正殿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장면˝)에도 공감했다.
물론 그런 점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그의 오만과 결례를 이상으로 그의 종묘 단독 관람이라는 발상이 기발하고 독창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 저술가 바버라 아이젠버그와의 대화를 통해 알려진 사실은 그가 아버지로부터 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몽상가로 보인다는 잔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이다.
게리는 196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 설계 프로젝트가 끊이지 않고 들어왔는데 그것은 아마 자신이 돈에 쪼들리며 살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말도 했다.
게리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기에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덧없는 것이며 그래서 미술관을 좋아한다는 말도 했다.
게리는 건축 프로젝트는 다면성을 가지기 마련이므로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려우며 바꾸거나 새로 짓고 싶은 것 또는 철거하거나 추가하고 싶은 것이 아무 때고 생길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게리는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프랑스 롱샹 마을의 롱샹 성당에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찾아간다는 말도 했다. 게리는 그 성당은 볼 때마다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 만큼 거의 완벽한 건물이자 혼이 담겨 있는 건물이라 말했다.
게리는 종묘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은 아름다운 여자가 왜 아름다운지 설명하는 것 만큼 어렵다는 말을 했다.
게리는 종묘 정전이 지닌 위상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의 분위기와 비교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것은 첫 종묘 방문시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는 게리의 말이다. 수만 채우는 의미 없는 방문객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