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하나 단순하거나 쉬운 것은 아니며 우리가 하는 호흡마저도 힘들어지면서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단편 ‘나는 고독한 별이었다‘ 중에서)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이 말이 피부에 와닿는 때는 달리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26일 해설사 시험 합격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간 한 것은 없고 연구원 과정 등록을 한 기(期; 약 3개월) 늦췄을 뿐입니다.

5월 말 접수, 6월 중 결과 발표를 통과하면 연구 및 수습 과정에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한 기를 늦춘 것은 한 분 외의 저희 36기 합격자들 대부분이 일요일 수습 일정을 맞출 수 없어서였습니다.

물론 저는 일정(지금 하는 일의 휴일)을 조정하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기 수습 일정을 평일로 해줄 것을 요구한 제 의사가 반영되어 실력도 뛰어나고 인성도 좋은 동기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한 호흡을 멈추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다음 기에도 일요일 일정으로 밖에 참여할 수 없다면 저는 홀로라도 참여할 생각입니다.

오늘 앞서 말씀 드린 일요일 일정에 지원한 분이 연구원 과정 합격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축하했지만 저는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저 뿐 아니겠지만 불안은 시스템을 잘 모르고 시나리오를 잘 써서 통과해 유료 해설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인한 것입니다.

오늘 올 해 첫 시행하게 된 서대문 역사 문화 해설사(자원봉사) 선발과 관련해 담당 직원과 통화했습니다.

당연히 이 과정 역시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과해야 합니다. 합격할 경우 주 1회 활동비를 받는 자원봉사 일을 하게 됩니다.

제게 절실한 것은 돈보다 말할 기회입니다. 문화해설이 고백은 아니지만 고백을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제 심성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고백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인 것은 왜일까요?

최근 ‘가족은 선택할 수 없지만 심리치유사는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말이 제게는 고백을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리기까지 합니다.

글 잘 쓰는 정희진 씨가 페북을 사기(詐欺) 수준의 인격 세탁이 일어나는 곳, 부정의의 온상이라 표현한 것을 보았습니다.

많지 않은 경험에 근거해 부정적인 면모를 일반화해 말한 지나친 생각이지만 귀기울일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희진 씨가 말한 것과 같은 포장과 세탁은 페북만의 고유 특징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행위를 페르소나 차원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포장하고 가리고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인간관계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진정성이 무조건 타당하지는 않겠지만 허위와 가식은 우선 자신부터 황폐하게 만드는 지름길임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인간의 불행은 고요한 방에 들어가 휴식할 줄 모르는 단 하나의 사실로부터 비롯된다는 파스칼의 말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약하고 어두운 부분에 주목한다면 자연스럽게 진정성 있는 고백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고백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기법의 문제입니다. 문화해설사 이야기를 하다 이렇듯 고백 문제까지 언급한 탓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한 지인이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한달쯤 전입니다.

진심으로 세션(session)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정신분석이란 증상의 소멸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증상과 화해하고 그것과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백상현 지음 ‘라깡의 루브르‘ 98 페이지)

여성주의 심리학의 미리암 그린스팬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심리 치료를 받으러 갈 때 ‘내 감정을 없애주었으면’이 아니라 ‘이 감정에 대해 더 알고 그것이 내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감정 공부‘ 참고)

과정을 즐길 필요가 있겠지요. 삶도 그렇고 그 삶의 한 부분인 해설사 과정도 심리상담도 정신분석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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