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페절(페이스북 친구 관계 끊기)했는지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최근 했었다. 구체적 사례가 생겨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싫어요‘를 클릭할 수 없어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일반론으로 한 생각이었다.

친구수가 하나 둘 줄어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지만 최근 한 명의 친구가 준 것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중 오늘 나를 페절한 분이 누구인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내게 깊은 인상을 준 시를 쓴 시인으로 한 1년여 전부터 친구로 지내왔던 분이다.

정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페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름 아닌 박근혜 탄핵에 대해 찬성(나) vs 반대(그 시인)로 갈려서일 것이다.

언젠가 김근수 선생님이 새누리당 지지자와 박근혜 탄핵 반대자 등등에게 자신을 페절하라는 글을 쓰신 것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 닥치니 섭섭한 마음이 든다.

그 뿐 아니라 한문 구절을 물어 답을 듣기까지 했던 사이여서 더욱 그렇다.

사실 민감한 사안의 글은 친구 공개로 하고 그 시인은 물론 적극적으로 박근혜 탄핵을 불편해 하고 못마땅해 하고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해온 다른 연세 드신 친구 한 분에게는 글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옵션을 설정했었다.

그런데 그런 옵션을 설정하지 않고 쓴 글이 있었을 것이고 그 점이 그 시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내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는 내가 박근혜가 취하는 설명불가의 언행을 보고 안타까운 심사를 표한 것은 최소의 행위이다.

페이스북 개설 후 세월호 사건이나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최소한의 의사를 표했었다.

나의 경우 사회과학이 아닌 철학적 세계관에 근거를 둔 글을 썼다는 자책감이 들지만 어떤 식으로든 의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엮이지 않았는데도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탄핵결정의 핵심 사안인 뇌물 및 직권남용 이전에 무능, 무치, 무지, 무뇌적 행태만으로도 그는 벌써 몇 번은 탄핵되었어야 옳다.

정치 이야기를 자제하는 것은 그보다 더 의미있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의미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모두 정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예리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파악한 뒤 필요하면 모임에 동참하고 견해를 현명하게 표로 행사하면 된다.

다만 문화해설사 동기 모임 톡방에도 썼듯 일정과 집으로 돌아갈 걱정 등으로 촛불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참석자분들께 감사하다.

글이 길어졌지만 페북에서 배울 것보다 해당 인사들의 글을 통해 배울 것이 더 많고 근본적이라 생각한다.

시인은 시로 말한다는 나희덕 시인의 말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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