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맨손 타건(打鍵)은 무리한 일이다. 물론 스마트폰은 소프트 터치에도 반응한다. 그러니 타건이란 말은 급한 마음을 반영하는 말이다.
해죽(海竹)을 깎아 만드는 가야금의 술대를 생각하며 터치펜을 구입했다. 술대를 뜻하는 한자 匙는 ‘숟가락 시‘이다. 터치펜은 말 그대로 펜 모양이다.
가야금이란 명칭의 유래는 둘로 나뉜다. 고구려의 명 재상이자 거문고 연주자였던 왕산악(王山嶽)이 임금 앞에서 거문고를 연주하자 검은 학이 날아들었다 하여 거문고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고구려의 옛 이름인 검이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 다. 고구려의 자주성(自主性)과 용맹을 생각하면 고구려란 명칭에서 거문고란 이름이 생긴 것이라는 설을 수용하고 싶지만 호의와 유래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
나로서는 거문고는 왜 가야금과 달리 술대를 이용해 연주를 하는지가 궁금하다. 술대가 타악기 효과를 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거문고는 찰현(撥絃) 악기이기보다 타현(打絃) 악기라 해야 옳다.
거문고 현에는 고유 명칭이 있다. 연주자와 가까운 쪽부터 문현(文絃), 유현(遊絃), 대현(大絃), 괘상청(棵上淸), 괘하청(棵下淸), 무현(武絃) 등이다.
왕릉에 문인석(文人石)과 무인석(武人石)이 있듯 거문고에도 문현과 무현이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왕릉에서도 문인석이 무인석에 비해 능침에 가깝듯 거문고 줄에서도 문현이 무현에 비해 연주자에게서 가깝다.
술대로 연주하는 이유를 추정하면 굵고 단단한 줄과의 접촉으로부터 손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거나 강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이거나 직접적인 접촉을 꺼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문고의 괘는 음의 고저를 가려주는 받침대이다. 거문고의 6현 중 2, 3, 4현은 괘 위에 위치하고 1, 5, 6현은 안족(雁足) 위에 위치한다.
나는 사실 우리 음악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내 국악 사랑은 정조(正祖)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시작된 셈이다.
송지원의 ‘정조의 음악 정책‘과 ‘조선의 오케스트라, 우주의 선율을 연주하다‘를 함께 읽어야겠다. 관심이 관심을 부르는 선순환의 생생한 사례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