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이 아주 낮다고 하지요. 글을 읽을 줄 알지만 뜻을 잘 모르는 것이지요. 어려운 구문일수록 더 그렇지요. ** 님의 말처럼 글이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으면 좋지요. 그러니 글 쓰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멋을 부리고 난해한 개념들로 지식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글은 명쾌하고 쉽고 재미있게 쓰도록 해야겠지요.

 

하지만 세상의 진실들이 그렇게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형식으로 정리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쓰기는 소통을 염두에 두는 작업이 되어야 하지만 더 난해하고 복잡한 개념, 분야, 영역의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는 훈련이기도 하지요. 충분히 생각하고 쉽게 풀어내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쉬운 글을 의도적으로 쓰려다 보면 결국 쉬운 생각, 상투적인 생각을 하는 데 그치고 말 것입니다.

 

쉽고 재미있는 글을 위주로 독서를 하려는 것은 게으름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낮은 문해력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어려운 글을 읽게 하는 것은 무리이지요. 문제는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 일정 정도 후에 독자들의 지적 훈련을 위해 어려운 글을 쓰겠는가입니다. ** 님의 생각은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쉽고 간결하고 재미 있는 글을 쓰면 심사위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긴 하겠네요. **님의 글은 쉽고 재미있고 짧게 쓰라는 당부 외에 들을 만한 부분이 물론 있습니다. 가령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말이 그렇습니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호소하라는 글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쉬운 글이 불편한 이유라는 정희진 작가의 글을 참고할 만합니다. 이 분은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주식이나 자동차 분야를 잘 모른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글을 읽을 때 무지한 내가 문제지 어렵게 쓴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상적입니다. 동의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정희진 님 같은 분만 있으면 ˝인간이 가진 가장 나쁜 성향들 중 하나는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것이다. 나는 무식하다고 말하기 싫기 때문에 이거 뭐 이렇게 어려워라고 말하는 것이다˝ 같은 말(이정우 교수 지음 가로지르기‘ 145 페이지)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인용한 김에 더 하자면 정희진 님은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고 말하며 쉬운 글은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여서 쉬운 것이라 말합니다.(2013214일 경향신문 기사 쉬운 글이 불편한 이유‘)

 

글이 어려우면 왜 그런지 동기를 헤아려야 합니다.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인지, 장하준 교수가 말했듯 주류경제학이 자신들의 과오를 은폐하고 경제학을 엄밀 과학으로 만들게(또는 보이게) 하기 위해 어려운 수식들을 쓰게 됨으로써 어려워진 것인지, 어려운 글을 이해하지 못해 글을 요령부득으로 쓰게 되어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정말 어려운 것을 전하기에 어려운 글이 된 것인지 등을 가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다층적인 난해의 스펙트럼을 한 마디로 어려운 글이라 하는 것은 너무 안일해 보입니다. 쉬운 현상이나 개념은 왠만하면 쉬운 글이 되겠지요. 하지만 어려운 현상이나 개념마저 쉽게 쓰()는 것은 일정 정도 폭력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룻만에 이해하는 무엇 무엇, 쉽게 쓴 무엇 무엇 같은 책을 놔두고 장중하고 난해한 원전을 읽는 것은 난해에 중독되어서일까요?

 

윤동주 시인이 쉽게 쓰여진 시에서 한 말을 음미해봅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어떻든 최대한 풀어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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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1-30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지합니다. 글을 쉽게 쓴다고 해서 내용까지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같은 내용이라도 비유나 일상의 언어로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있고 전문용어나 혹은 난해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과 그것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희진씨의 글은 저도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려워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려면 쉽게 쓰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30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벤투님의 글을 읽어보니 제가 독해를 잘못했네요ㅎㅎ

˝쉬운 글을 의도적으로 쓰려다 보면 결국 쉬운 생각, 상투적인 생각을 하는데 그치고 말 것입니다.˝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고 말하며 쉬운 글은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여서 쉬운 것이라 말합니다.˝

이 부분이 이 글의 요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저 생각에 동의합니다. 정희진님과 벤투님이 말하는 쉬운 글은 제가 생각하기로는 편한 글, 뻔한 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치우친 글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은 쉬운 생각들을 쉽게 이야기한다는 의미같습니다. 예를들면 여성문제, 역사문제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결국 저도 벤투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지향해야 하며 기존의 나쁜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쉬운 글은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7-01-30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치열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30 17:31   좋아요 1 | URL
벤투님 덕분에 저도 그동안 너무 쉽고 편한 책만 찾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7-01-30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닙니다. 저도 잘 실행하지 못하지요. 또 생각이 두서없이 전개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17-01-31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점점 독해력이 떨어져서 고민입니다. 글들이 자꾸 어렵게 느껴져요ㅜㅜ 내용이 어려운 것도 있고, 번역투도 있구요. 결국 결론은 제가 공부를 더해야 하는거겠지만요 ㅠㅠ

하지만 저도 벤투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데올로기 답습은 정말 무섭습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7-01-31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반갑습니다. 저의 경우 꾸준히 조금이라도 읽고 긴장을 놓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책을 대하고 있습니다... 의견에 동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