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을 공학적으로 접근, 해설˝한 동기 이야기를 다른 동기를 통해 듣고 오랜만에 김인환 교수의 ‘상상력과 원근법‘을 들춰보았다.

평론집인 이 책에서 국문학 교수인 저자는 삼각법과 미분을, 경제학자 피에로 스라파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마르크스의 가변자본 및 불변자본, 이윤율 등을 수식으로 풀어보이는 이채(異彩)를 선보인다.

파격적인 만큼 인상적이다. 이런 예를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물론 내게는 인문적 성찰 예컨대 ˝비록 출구가 없는 상황 속에 갇혀 있다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그 상황을 존재의 영원한 질서라고 단정할 권한이 없다. 생활세계를 폐쇄해버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다.˝등의 말이 훨씬 값지게 다가온다.

경복궁을 공학적으로 푸는 데에서도 관건은 인문적 가치이다. 자연과학이 뿌리라면 인문학은 꽃이다. 하지만 나는 인문적 가치 만큼 자연과학의 가치를 긍정한다.

출구가 없는 상황 속에 갇혀 있다 해도 그것을 존재의 영원한 질서라고 단정할 권한이 없다는 ‘상상력과 원근법‘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이 글이 화석화된 생각을 단호하게 깨주기 때문이다.

김중식 시인의 ‘이탈한 자가 문득‘이란 시를 생각한다. 시인은 이 시에서 태양도,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지만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는 문득 자유롭다는 말을 한다.

나는 김인환 교수의 말로 이 시를 읽어 ‘포기가 존재의 영원한 질서일 수 있을까?‘란 자문(自問)을 한다. 궤도를 이탈해 얻은 자유도 일상이 되고 궤도화하는 것이리라.

동기의 경복궁 공학 해설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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