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안 아프며 살고 싶다 - 30년 임상 경험의 약사가 온몸으로 체험한 혈허 이야기
송명희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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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혈(血)이 영화를 누리지 못해 살이 찌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에게 내려진 말이 아니지만 귀가 번쩍 뜨였다. 어지러움, 두통, 피로, 무력감, 그리고 이 모든 현상으로 인한 결과일지도 모를 저체중에 시달리는 내게는 무시할 수 없는 말이다. 혈허(血虛)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송명희 약사(藥師)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안 아프며 살고 싶다’란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30년 쯤 전 ‘전기한 내 증상을 훨씬 상회하는 증상들’을 앓던 끝에 혈허, 흡혈기생충, 장누수, 골수 기능 등의 네 가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어 건강을 설명하고 회복의 비책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이 네 가지 키워드가 모든 난치병의 거의 모든 원인을 차지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특기할 것은 똑같이 민물 생선회나 덜 익은 쇠고기를 먹어도 장벽에 미세한 구멍이 뚫린 장누수증자(腸漏水症者)만이 흡혈기생충에 감염된다는 점이다. 장 누수는 익히 들어 알고 있고 밀가루 음식의 면발을 쫄깃하게 하는 글루텐이란 성분이 장 누수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장 누수는 LGS: leaky gut syndrome라 하는데 이는 1974년 미국 의사에 의해 규명된 것이다.)


혈액 양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는 한의학적 개념인 혈허는 양방에서 말하는 빈혈과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개념이 다르다. 양방의 혈액 검사는 양(量)이 아닌 적혈구나 헤모글로빈의 개수를 측정한 후 그 수와 혈장(plasma)의 비율을 측정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혈허는 머리를 아프게 하고 쉽게 피로하게 하고 기상을 힘들게 하고 불면증에 빠트린다. 또한 어지러움과 눈 침침, 빈맥, 가슴 답답함, 울혈성 심부전증 등을 초래한다. 혈허인 사람은 쉽게 짜증을 내고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즐긴다. 잘 붓고 머리가 무겁고 맑지 못하다. 온몸이 아픈 것도 그 주 증상이다. 손끝과 발끝도 저리고 저혈압이 된다.


혈허인 사람은 세포 재생이 빠른 위 점막이나 장 점막 세포가 약해지며 위축된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놀랐다.(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내 증상이기 때문이다.) 혈허인 사람은 추위에 견디는 힘이 약하고 체온 변화에 민감하다. 손발이 차고 몸이 전체적으로 냉하다. 혈액이 부족하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데 중요한 것은 증상이 비슷해도 원인은 여럿이기에 그에 맞게 처방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도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이 경우는 조혈영양제의 효과가 없다.) 혈액의 점도(粘度)가 높아도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


심장 박동력이 약해도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 모든 만성 질환의 진행은 혈관 막힘 정도에 비례한다. 혈허 치료는 골수 치료를 동반해야 한다. 간과 신장, 골수가 혈액을 만들어낸다. 골수가 가장 중요한데 골수의 기능 정도가 혈허 치료의 포인트이다. 저자는 혈허를 10년 앓았다면 치료 기간은 1년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극심한 혈허는 관절이나 디스크의 손상을 초래한다. 류마티즘 관절염의 원인도 결국 혈허이다. 정(精)은 혈액 100방울이 모여 만들어진다. 정액을 낭비하면 그만큼 몸이 허약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콩팥과 조금 다른 신(腎)은 정(精)을 주관하고 골(骨)과 관련된다. 신 기능이 약해지면 뼈가 튼튼할 수 없다. 여기서의 뼈는 물리적인 뼈만이 아니라 골수, 척수, 척수액, 뇌까지 연결되는 말이다. ‘동의보감’에서 어지러움을 뇌척수액의 부족으로 설명한다는 한 한의사의 말이 생각난다. 치매나 파킨슨병은 뇌(척수액) 문제로 인한 결과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기생충약과 조혈영양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다. 근본 원인을 제거한 후 피를 만드는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약국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구충제(驅蟲劑)가 아닌 특별 제조한 생약이라야 한다.


장누수 이야기를 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육회를 먹어도 아무렇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불고기를 먹어도 감염된다는 점도 기이하게 여겨진다.(장누수란 장 점막에 구멍이 뚫려 장의 내용물이 혈관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장은 중요하다. 아니 제2의 뇌라 불린다. 장이 제2의 뇌로 불리는 것은 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장의 신경총(神經叢)이 척수와 뇌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장에는 신경이 많이 밀집해 있다. 장 안에는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세균이 약 100조개 이상 존재한다. 무게로 환산하면 약 1.5kg이다.(마이클 거숀의 ‘제2의 뇌‘, 앨러나 콜렌의 ’10퍼센트 인간‘ 등을 참고할 만하다.)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며칠 또는 한 달 정도의 구충제 복용만으로도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소장(小腸)은 유익한 유산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85:15 정도로 맞추어져 있어야 가장 이상적이라 한다. 인체 면역 세포의 70퍼센트가 모여 있는 장은 면역 기관이기도 하다. 골수, 흉선이 생산하는 면역 세포를 장도 생산한다. T세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고 흉선에서 교육을 받는다. 가슴 가운데에 있는 흉선이란 장기는 10대 후반에 35그램 정도 크기로 전성기를 맞이하다가 우리 수명의 중간 정도까지 그 기능을 유지한다. 그 이후 서서히 하강 곡선을 그리다가 마지막에는 지방 덩어리가 되어 역할을 마친다.


면역력에 문제가 생길 법하지만 장 점막에서 인터루킨 7이라는 면역 세포를 육성하는 물질이 나와 T세포를 만드는 덕에 암이나 각종 질병 등에 대한 저항력을 지킬 수 있다.(장에서 만들어진 T세포를 흉선외분화 T세포라 한다.) 관건은 유익균이 우세한 장내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흉선외분화 T세포가 만들어지고 그 능력을 총괄적으로 발휘한다, 저자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 세균이나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늘 지기만 하는 사람들은 일단 인체에 쌓여 있는 곰팡이 독소를 의심해볼 것을 권한다. 혈허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 장 누수는 일반적이다.


저자는 스스로 허약 체질이라 생각한다면 장 누수가 있는 것이고 비교적 강단이 있고 건강 체질이라면 장 누수가 없는 것이라 말한다.(131 페이지) 저자는 A.K(pplied kinesiology) 테스트를 통해 머릿 속에 곰팡이 독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액상 차를 일정 기간 마셔 독소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액상 차로 장 누수도 치료되었다고 한다. 훌다 레게 클락(Hulda Regehr Clark: 1928 - ) 박사의 ’병을 넘어서‘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장 누수가 있어야 장 흡충에 감염된다. 장내에서 유익균이 우세하면 발효가 일어나고 유해균이 우세하면 부패가 일어난다.

장명(腸鳴)이나 트림은 유해균에 의한 가스 생성과 관련 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매핵기(梅核氣)도 신경성이 아니라면 장내 유해 가스 때문이다. 장내 세균 균형이 깨질 때 가장 흔한 증상이 허열(虛熱)이 위로 오름으로써 느껴지는 열감(熱感)이다. 뒷머리가 아픈 것, 일반적인 두통 등의 가증 중요한 원인은 허열 상승으로 인한 혈관 확장이다. 한의학에서는 입 안 건조는 심장 열 때문이고, 입술 건조는 위의 열 때문이고, 혀의 백태는 소화기에서 발생하는 열 때문이고, 코가 막히거나 코 안이 건조한 것은 폐의 열 때문이라 본다.(146 페이지)


목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면 후유증으로 장 누수가 생긴다.(165 페이지) 장이 좋지 않으면 마른 기침이 생긴다는 점도 흥미롭다.(173 페이지) 장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물을 마셔도 흡수가 되지 않는다.(178 페이지) 혈액이 부족한 사람은 쉽게 열을 받는다. 물이 많이 든 주전자보다 물이 적게 든 주전자가 더 빨리 끓는 것을 생각해보라.(179 페이지) 저자가 말했듯 자신의 몸 하나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참 많은 요인과 도움의 손길로 이루어진다. 사는 것은 참 어렵다는 말이 절대 허언이 아니다. 저자의 논지는 한방에 근거한다. 그렇기에 증상만을 보거나 몸을 부분으로 나누어 보는 현대의학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가령 부신피질 호르몬은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기능을 억제하는데 그 결과 염증 반응이 사라진다. 염증 반응은 백혈구와 세균이 싸움으로써 또는 독소와 백혈구의 반응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면역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에 염증이 사라지고 피부 트러블도 가라앉게 된다. 이때 염증을 유발하던 독소는 심층부로 숨어든다. 부신피질 호르몬을 장기 투여하다가 중단하면 숨어 있던 독소가 올라온다. 이를 명현(瞑眩) 반응으로 볼 여지가 있다. 피부 호흡을 통해 독소가 만성 피부 질환으로 나타나는(빠져나가는) 것이다. 관건은 해독(解毒)에 있다.


장 누수만 좋아져도 비염이 사라지는 체험을 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원인은 혈허로 인해 심장이 약해진 경우이다.(203 페이지) 인체의 모든 질병은 만성 염증의 결과이다. 만성 염증은 산소 부족으로 진행된다.(207 페이지) 저자는 탈모의 원인을 영양실조로 본다. 이는 모근세포에 충분한 영양이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파킨슨병도 혈허 개념에 따라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 저자는 퇴행성으로 뇌 조직 세포가 파괴되어 진행된 파킨슨병과 파킨슨 증후군을 혈허가 원인이 되어 진행된 병이라고 생각한다.(238 페이지)


치매보다 더 깊이 뇌 세포의 손상이 진행된 것이 파킨슨병이다.(240 페이지) 저자는 조(燥)와 고(枯)의 개념을 비교, 설명한다. 둘 다 마름을 의미하는데(燥: 마를 조, 枯: 마를 고) 진행 원인과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조는 인체 내의 과도한 열에 의해 나타나는 증세이고, 고는 세포에 혈액과 진액에 해당하는 호르몬과 세포액, 체액들이 모두 고갈된 상태이다. 저자는 사혈(瀉血)이나 부항(附缸) 등을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최근 두통으로 사혈, 백회 뜸을 제의받았는데 다 물리쳤다. 모두 엄두가 나지 않았서였는데 구체적으로는 부작용이 걱정되어서이다.


저자의 글을 통해 치매나 파킨슨병은 위축성 위염, 신장 위축, 간경화 등 허열에 의한 장기(臟器) 문제 다음에 나타나는 증세라는 사실을 알았다. 파킨슨병은 골수(骨髓)의 병이다. 심장 기능이 위축되어 뇌까지 피를 보내기 어려워지면 뇌세포가 위축되어 파킨슨 질환이 온다. 최근 박상륭 작가의 ’죽음의 한 연구‘에 나오는 마른 늪에서의 낚시를 생각한 적이 있는데....


혈허(血虛)를 치료하지 않고 낫기를 바라거나 다른 처방을 쓰는 것은 마른 늪에서 낚시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말도 생각난다. 학철부어란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물에 있는 붕어라는 뜻으로 몹시 곤궁(困窮)하거나 위급한 처지에 있음을 의미한다. 혈허가 지속되면 골수도 손상을 입는다. 생명력과 연관되는 또 한 가지 기능이 골수에서 이루어지는 줄기세포 생성이다.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성체 줄기세포는 혈관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다가 조직세포의 손상이 진행된 장기에서 그 조직세포로 분화하여 우리 조직을 재생시키고 손상을 수리해준다고 한다.(247 페이지) 영양이 중요하지만 관건은 식단을 잘 짜서 밸런스를 맞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소장의 유익균과 유해균의 조화로운 균형에 있다.(251 페이지) 저자는 더 이상 병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다면 우리 몸에서도 그 신호를 받아들여 협력해올 것이라 말한다. 대장정(大長程)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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