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경계
조정현 지음 / 도모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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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계>

조선왕조에 관한 기록을 담은 책은 다양하게 읽었고 드라마로도 많이 보았는데 인수대비의 고모들 이야기는 처음 읽어보았다. 고려에서 비롯된 공녀제도는 조선 초기까지 이어져 내려왔고 그 공녀들 가운데 인수대비 한씨의 두 고모들이 있었다는 사실... 폭군이라 불리웠던 연산군의 할머니이기도 한 인수대비 한씨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그의 집안이 왕족이 될 수 있었는지를 처음 알게되었다. 아름답지만 성정이 차갑고 냉철하여 폭빈이라 불리웠던 인수대비 한씨와 그의 아버지 한확. 그리고 한확의 누이들 계란과 규란의 이야기가 <화려한 경계>에서 거침 없이 펼쳐진다. 힘없는 나라의 여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그 회한의 세월을 어떤 마음으로 견뎌냈는지 책장이 넘어가면 갈수록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뼈대있는 집안이었지만 청빈하기에 가난을 머리에 이고 살아왔던 한확의 아버지는 가문의 영달을 꿈꾸며 돌아가실 때 미리 묘로 삼을 자리를 정했는데 집안 대대로 영달을 누리기는 하나 딸들의 앞길을 막는 것이 흠인 곳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모두 무난하게 잘 사나 큰 영광은 기대할 수 없는 자리였는데 아버지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집안이 영달할 곳을 묏자리로 정했다. 여식의 이름까지 높은 벼슬을 꿈꾸며 지었던 사람.. 풍수지리가 맞았던 탓일까 가난한 집안의 딸들이었지만 그녀들의 미모는 명나라 황실에까지 알려지게 되었고 큰언니 규란은 공녀로 뽑혀 원행길에 나섰다. 누이와 정이 깊었던 한확은 침통한 울음으로 힘겨워했지만 누이 규란은 자신이 명나라의 후비가 되면 가난한 집안이 일어설것이라 여기며 담담히 원행길에 오른다. 아름답고 침착하며 성정이 고운 규란은 명나라 황제 영락제의 후비가 되어 그의 사랑을 받았고, 조선에 도움이 되는 일과 집안의 영달을 위해 남몰래 애쓰며 오라버니가 일년에 한번씩 올때마다 가져오는 집안 식솔들의 초상을 보며 위안을 삼고 머나먼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랜다..

 

비록 공녀로 차출되어 명나라에 왔지만 조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영락제가 죽자 순장을 당하게 된다. 뒤이어 황제의 자리에 오른 선덕제는 태손이었던 시절부터 규란의 아름다움에 빠져 황비의 동생 또한 아름답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계란을 공녀로 바칠것을 조선 왕에게 명하였다. 그리하여 언니에 이어 명나라 공녀로 가게된 계란... 어떻게 한 집안에서 두 명의 여인이 공녀로 갈 수 있단말인가.. 언니의 후광으로 인해 가난을 벗었고 오라버니의 벼슬을 얻었으며 조선 천지에 가장 힘 있는 집안이 되었지만 누이들의 희생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힘 없는 나라의 여인들은 조공으로 바치는 물목과도 같음이 한스러워 두 자매와 더불어 책장을 넘겨가는 나도 가슴이 아팠다.

 

 

<화려한 경계>에는 명나라 공녀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인수대비 한씨의 두 고모들 이야기 뿐만 아니라 같은 시절 , 같은 길을 걸어갔던 명나라 황실의 후비들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펼쳐진다. 집안의 영달과 나라를 생각했던 규란과는 달리 정혼자가 있었던 여인도 있었고 자금성의 여러 후궁들의 암투에 표적이 되어 죽어갔던 조선의 후궁과 시비들의 이야기, 규란의 동생 계란이 자신을 지키고자 한평생을 살아왔던 이야기가 가슴아프게 이어진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녀들이 걸어갔던 공녀의 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안의 영달을 위해 누이 하나쯤 희생되어도 괜찮다는 사대부가의 남자들, 집안의 영달을 위해 여식을 희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아버지들... 그녀들의 희생으로 왕족이 되고 벼슬아치가 되어 조선 최고의 권력을 누렸던 많은 이들은 과연 공녀들의 희생을 생각이나 했을까...그녀들의 삶을 얼만큼 가슴아파 했을까... 그렇게 세월 속에 묻혀버린 여인들의 이야기< 화려한 경계>는 무척 가슴 아픈 내용이었지만 아픈 내용 만큼 몰입이 가능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조정현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될만큼..

 

-"유모, 이것은 물목이고, 저것은 고려 이곡 공의 상소입니다. 내가 죽은 뒤 확이가 와서 나를 찾거든 이것을 전해 주시오."

"무슨 물목이옵니까?"

"전조부터 조선까지 중원에 바쳐진 여인들의 수를 아는 대로 썼습니다."

"하지만 물목이란 물건을 바친다는 것인데 어찌 여인들을..."

"고려도 조선도 우리를 황제께 진헌하지 않았소? 힘없는 나라의 여인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인 것을... 조선 왕에게 이것을 전하라 확에게 말해 주세요..."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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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도시
최승환 지음, 김문흠 원작 / 책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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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도시>

뫼비우스의 띠.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무한대로 이어진 그 띠 안에 갇혀버린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살고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력,강간,불륜,묻지마 살인,, 이 모든 험악한 범죄는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것인가.. 죽은 사람이, 폭력의 희생자가 우리가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최대일까.. 험악한 일은 왜 시작 되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 모든 일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알고있기에 세상이 점점 더 무서워진다. 어떤 이는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지만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암울한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있고, 어떤 이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단 하나의 사랑을 잃어버린채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오직 그것만을 갈구하고, 어떤 이는 돈 이라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 갇혀 빙글빙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것..그것이 불륜이든,사랑이든,희망이든, 돈이든,자식이든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신비로움이 바로 삶의 양면성이기도 하다.

 

김문흠 감독의 원작소설인< 비정한 도시>는 10월 25일에 개봉된 영화라고 한다. 영화는 못 본채 소설로 먼저 읽게되었는데 제목과 내용이 딱 맞아떨어진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은 많은 이들을 설레임에 젖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화려한 불빛에 가려진 그늘도 존재하기에 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저 화려한 도시가 뿜어내는 불빛에 불나방처럼 달려들듯 취해 살아가고, 내게 아픔이 닥쳤을 땐 그 화려한 불빛이 세파에 찌들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화상 처럼 느껴지는 우리네 평범한 삶. 화려함과 슬픔을 동시에 품고있어 비정하기도 한 도시의 한 귀퉁이를 뭉텅 오려내어 김문흠 감독의 손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한적한 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시작되었지만 죽은 아이의 엄마가 아파하고,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택시기사는 사건을 은폐하려 도망가지만 그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으니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된 선량한 시민들인 이 사람들의 내일은 참담하기 그지 없다..

 

췌장암 환자인 아내를 위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김대우는 급기야 변사장의 사채를 끌어다 쓰게되었고 사채빛을 갚지 못하자 변사장은 신체포기각서를 요구한다. 어떻게 해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암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아내 홍수민은 차라리 자살을 결심하고 모텔 옥상에 오르지만 그곳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범 심창현이 있었다. 자살하려는 수민을 살려낸 심창현과 죽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된 연쇄살인범..  변사장의 사채 빛을 갚기 위해 뺑소니 운전자 돈일호를 무자비하게 몰아치는 김대우,, 아내의 불륜 사실을 눈치챈 변사장과 남편의 눈을 피해 지현수와 불륜을 꽃피우는 변사장의 아내 오선정....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저지르고야마는 돈일호... 등장인물 모두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그들 모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 <비정한 도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러 각도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읽었지만,처음 부터 끝까지  조금 더 디테일하게 쓰여졌다면 훨씬 더 몰입도가 깊을 것 같았다. 영화로 보는 것은 다르겠지만 소설은 내게 약간의 산만함을 안겨주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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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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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자물쇠 잠긴 방>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다. 일본 추리소설에서 자주 보았던 밀실 살인사건.. 사건이 일어났는데 목격자도 없고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고도의 두뇌 싸움.. 사실 독자들이 앞부분의 사건만 가지고 추리를 해서 범인을 알아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마찬가지인것 같다. 이사람 저사람이 대화하는 내용을 듣고 , 영상을 보듯 애써 장면을 떠올려보지만 그저 소설의 내용을 따라가기에도 벅찼고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이 사건에 이런 트릭이 있었을 것이다 라고 추리를 했다지만 머리로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 소설은 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한편 한편이 비교적 짧막하게 이루어졌으므로 그 안에서 어떤 감동이나 그악함을 발견해 경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지만 기상천외한 트릭이 이용되었음은 분명하다.

 

나는 추리소설에서 스토리를 굉장히 중요시 한다. 이런저런 사건의 전개와 발단, 기승전결의 잘 짜여진 글을 선호하는데 이 작품은 내게 그런 감동은 주지 못했기에 기시 유스케의 단편 말고 장편 소설을 읽어봐야 이 작가의 세계를 제대로 알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며 진행했다. 4편의 단편 중 기억나는 것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첫 번째 <서 있는 남자>가 있다. 제일 첫 부분이기도 했고 다른 소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후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회사의 오너가 산장에서 죽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살펴보면 장례 산업을 운영하는 오이시 사장은 말기 암 환자다. 뭔가 중요한 일을 결정할때면 산장에 머물며 생각을 정리하곤 했는데 몇 일이 지나도 연락이 되지 않자 법무사 쿠사카베는 회사를 찾아간다. 오이시 사장의 조카 이케하타 전무는 태평스럽게 생각하지만 쿠사카베는 뭔가 암울함을 느끼고 산장으로 직접 찾아가려고 한다. 그리하여 이케하타 전무와 동행하게된 법무사는 산장이 모두 잠겨있고 조그마한 창문 틈 사이로 사람이 앉아있는것을 보게된다. 이케하타 전무는 창문을 깨고 들어갔지만 이미 오이시 사장은 죽어있었다. 경찰을 불렀고 여러 정황들을 근거로 자살로 결론 내려졌지만 쿠사카베는 이것이 살인임을 믿는다. 그리하여 밀실에서의 살인사건에 쓰인 트릭을 밝혀내는데...

 

두 번째는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자물쇠가 잠긴 방>이다. 여기서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와 함께 살게된 남매의 이야기다. 어머니 미도리는 죽었고 이 남매에게는  삼촌이 있다. 전설의 빈집 털이범으로 감옥에 가게된 아이다는 출소 후 남매를 찾아갔지만 하로키는 방에서 내려 올 생각도 않고 뒤늦게 하교한 미키는 삼촌이 왔다며 오빠를 데리러 간다. 그러나 대답 없는 오빠 하로키... 아래층에 있던 아이다와 새아버지 타카자와 요시오는 하로키의 방으로 갔지만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고 모두들 걱정스러운 마음에 오빠의 방을 억지로 열기에 이른다. 출소 후 다시는 잠긴 문에 손대지 않겠다는 결심을 깨고 아이다는 하로키의 방을 열어버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창문과 방문을 테이프로 감아놓고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죽어있는 조카를 발견한 아이다... 오빠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미키와 삼촌은 과학교사인 새아버지를 의심하고 변호사 준코와 에노모토와 함께 밀실 트릭을 깨뜨리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데...

 

비교적 잘 짜여진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자물쇠가 잠긴 방>은 재미는 있었지만 특별한 감동을 전해주기에는 약간 미흡하다 느껴진다. 아마도 앞뒤 줄거리가 있어야 감동이 더해질텐데 단편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으리라. 짧게 짧게 밀실 트릭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밀실 살인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은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고 , 인륜을 벗어던진 인간의 탈을 쓴 짐승 같은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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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괜찮아 -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8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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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 : 뭘 해도 괜찮아>

아이들 학교에서 진로의 날이라는 행사를 가끔 한다. 전문 직업인을 초청해 관심 있는 분야에서 강연을 듣고 질문과 답변을 했던 내용인데 우리 아이들도 참여를 했지만 그다지 큰 느낌은 오지 않았다고 하소연을 한다. 물론 강사의 직업이 자신의 꿈과 일치할 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강연이었겠지만 우리 아이의 진로와는 방향이 약간 달랐기 때문일수도 있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진로와 직업..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고 한다. 우리집 작은녀석의 꿈이 뭔지 나는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관심 있는것 같고, 저것도 관심 있는것 같아 지켜보면 이도저도 아닌 아무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순간적인 동요에 의해 약간의 관심을 보이는 정도였기에 꿈을 가졌으면 싶었다. 미래와 진로에 대해 진지한 대화도 가끔 나누지만 아직은 안개속을 거닐듯 방향을 못 잡고 있다. 나의 조급함에 아이가 행여나 물들까 싶어 무척 조심스러워 아이와 대화를 나눌때도 들어주는 쪽을 택하곤 한다. 그러나 이제 중학교 1학년 막바지에 다다르니 뭔가 하나쯤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뭘 해도 괜찮아>는 고등학교 아이 태섭의 성장기라 할수 있다. 내 아이일수도 있고 옆집 아이일수도 있는 평범한 아이... 친구들과 게임을 할때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부모의 눈을 속여가며 이것저것 다 하지만 성적 또한 올리고 싶어 갈등하는 그런 아이다. 우리 아이들도 여기 태섭이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기지만 그에 못지않게 성적도 올랐으면 하는 조바심이 눈에 보인다. 방황하는 시간들이 안타깝지만 큰아이를 양육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지금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일,, 아이의 생각,의견을 존중해 내가 생각했던 진로에서 아이의 인생과 진로로 중점을 옮겼더니 내가 조금 편해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태섭이는 정말 평범한 아이다. 친구들과 티격태격 웃고 떠들며 게임에 접속해 시간가는줄 모르는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옆에 있던 여학생에게 한눈에 반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자칫 너무나 평범하고 여기저기 비슷한 성장소설이 많기에 식상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이 책은 이 책 나름대로 장점이 아주 많다. 아이와 함꼐 읽어보면 좋을듯하지만 책 한권으로 아이가 단번에 바뀔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면 실망이 클수도 있으리라... 그저 책속에 포함된 저자의 진로 이야기를 한번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을테니까..

 

<뭘 해도 괜찮아>는 소설 형식으로 아이들도 잘 읽을 수 있겠다. 주인공 태섭이가 행동하는 방향으로 따라가다 보면 '생각의 징검다리'가 있는데 여기에 미래와 진로,직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나는 소설의 줄거리 보다 이 부분을 더 열심히 읽었다. 학교에서 하는 진로탐색을 여러번 했고 아이의 성향과 반대인 결과를 들고 아이와 한참 어이없어했던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이 작성하는 탐색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것이기에 지금의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결과지에 나온 직업을 자신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결과지를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폭 넓게 찾아보기를 권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두 다리로 나아가는 대신 '앞선'사람들이 제시하는 '인생 설계도'를 따라가려고 한다. 그러면 완벽한 성공과 행복의 종합 선물 세트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즉 높은 입시 성적,상위권 대학,번듯한 직장 등을 얻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인공 태섭도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좋은 직장에 가면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상황에 놓여 있고, 저마다 특성이 다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성공과 행복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중략).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공부만 잘하거나 어떤 대학을 가기만 하거나 특정 기회를 얻기만 하면 영원한 성공과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처럼 환상을 주입한다. 진로는 본질적으로 현재 자신의 행동으로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26p~27p-

 

여기에 저자는 꿈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무식하라고 조언한다. 다행이 꿈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무식하게 이것저것 도전해보며 찾아가기를 권하는데 이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검사 결과에 의존하기 보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지 못하는지 경험해보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디딤돌 역할을 할것이고 그 디딤돌은 반드시 아이의 꿈에 다다르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것이므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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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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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한겨레 사회부 기자 임지선씨가 엮어낸 책으로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줄임말이 책제목이 되었단다. 현실은 시궁창이라... 제목을 처음 본 순간 너무 아픈 청춘들에게 섣부른 위로를 건넬수도 없는 현실에서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라 생각되었는데 읽다가 눈물이 나서 한참 울어버렸다. 어떤 세상이든 다 그렇겠지만 빛과 그림자는 언제나 존재한다. 요즘은 힐링이 대세인가보다. 너도나도 힐링.. 치유의 글을 찾아 읽고 거기서 어떤 위안을 받고 치유를 경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위안 조차도 버거운 이들에게는 한낱 그림 속의 떡이 아니었을까.. 먹을 수도 없고, 가질수도 없는 그림의 떡.. 그저 굶주린 배를 안고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책 <현시창>은 너무 아파 소리도 지를 수 없을만큼 지쳐있는 우리 시대의 청춘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스치듯 지나쳤던 슬픈 젊음이 보내는 소리 없는 외침에 가슴 한켠이 저려오고 아파온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 한권..

 

임지선 기자는 기자로서 나의 세대에 관해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고민했고 신문과 방송에서 살인범으로,자살자로,사기꾼으로 등장한 그들도 기자 처럼 젊은 청춘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삶을 취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우리는 뉴스에서,신문에서 짧게 보도하는 내용을 보고 들으며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왜 살인범이 되었고,사기꾼이 되었고 자살자가 되었는지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마지막 행위만을 두고 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한탄을 하지만 그들의 삶 속으로 걸어들어간 기자의 수첩을 보니 온통 아프고 또 아픈 사람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위안의 말조차도 버거운 젊은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마트 지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서울시립대 학생 황승원씨의 죽음 위에 덧칠해진 대형 마트의 횡포에서 사회는 그들 남매를 위해 무엇을 해주었을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가느다란 줄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어린 여동생의 눈물을 봐야하는 나도  너무 아프다.. 지나치다 못해 아이들이 병들어가는 이 세상에서 ,, 죽어가는 이 세상에서 배움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생각해본다.. 영재들만 모아놓은 카이스트에서 연이어 발생한 자살 학생들..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과열된 경쟁에서 죽음을 택해야만 했을까...사회가 부추긴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잘못된 부모들의 생각이,,, 돈이면 다 된다는, 결국 성공이란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자식을 위한다는 말로 위안을 삼고 두텁게 가려져 있지만 결과적으로 부모를 위한 경쟁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했더랬다... 묻지마 살인,,,잘나가던 강남 키드들이 묻지마 살인범이 된 이유에 대해,,냉동 창고에서 죽어갔을 젊은 아들을 위해,,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얻은 병 때문에 죽어갔던 꽃다운 청춘을 위해... 모두 깊은 생각을 해야할때가 아닐까 싶다..

 

<현시창> 에필로그에 임지선 기자의 편지가 실려있다... 한글자 한글자를 읽어 내려갈때마다 눈물이 솟구쳐 힘겨웠지만 여기에 다시 옮겨본다...

 

비와 당신, 그리고 앞으로 만날 당신에게

당신을 만나러 가는 날, 비가 왔습니다. 당신이 다니던 학교에 갔지요.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를 다니다가 경제적 부담에 1년 만에 그만두고,다시 수능을 쳐 입학했다는 서울시립대에는 방학이라 학생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지나다녔을 캠퍼스, 수업을 들었을 강의실을 천천히 돌아보며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스물넷, 너무 젊은 나이에 죽은 당신을 말입니다.

 

당신은 수업만 듣고 곧바로 집에 가는 학생이었다지요. 밥은 학생식당에서 2,500원짜리만 먹었다고 과 동기들이 전했습니다. 동아리도 가입하지 않고,모꼬지도 가지 않았다고요. 누군가 당신에게 꿈을 묻자 " 엄마와 편히 사는 것"이라 했다는 당신, 삶이 외롭진 않았나요. 이마트 기계실에서 질식하는 순간에 무엇을 떠올렸나요.

 

빈소에 가니 당신을 무척 닮은 여동생이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많이 울면서도 끈질기게 당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부모의 사업 실패 후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상태에서, 오빠는 늘 동생의 공부까지 챙겼습니다. 동생의 눈물에 가슴이 너무 아파 명함을 건네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연락하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동생이 당신처럼 죽도록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지. 비싼 등록금에 학자금 대출을 받고 위험한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마이너스 인생을 살아가도록 권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보증금 1000만 원짜리 월세 반지하방에 이제 오빠도 없이 어떻게 살아야가 하는지를 묻는 눈동자 앞에서, 저는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섭씨 1,600도 쇳물에 빠져 죽은 당신을 만나러 간 날에도 비가 왔지요. 가을비가 어찌나 차갑던지 사고 현장, 가대한 용광로 옆에 서서 몸을 떨었습니다. 그렇게 크고 뜨거운 용광로 위에서, 당신은 쇠막대기 하나를 들고 허리 높이에 허술하게 걸린 쇠사슬 안전대를 한 발 넘어 청소작업을 했다지요...

 

용광로 앞에서당신의 영정사진을 놓고 당신의 타다 만 다리뼈와 두개골을 건져놓고, 부모님은 오열하셨습니다. 회사 사람 한 분이 당신이 이듬해에 결혼을 하려 했다더군요..당신의 죽음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어서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은 용광로 쇳물에 빠지는 사고가 이후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신같이 젊고 건강한 노동자들이 쇳물에 빠져 죽는 나라, 엄청난 흑자를 내며서도 안전시설을 갖추는 데는 인색한 기업, 그런 세상을 살다간 당신을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해, 저는 그저 장례식장 밖 차가운 빗속에 서 있었습니다...... 이하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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