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사도의 편지 1 뫼비우스 서재
미셸 브누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예수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와 진실.  


  솔직하게, 나는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다. 지독한 무신론자로 20년을 좀 넘게 살아오면서, 오직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 밖에 없다는 다소 위태로운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신은 죽었다고 당당하게 외치던 니체의 말마따나, 우주를 정복하는데 대략 50년 밖에 남지 않은 지금 21세기, 최첨단의 과학시대에, ‘종교’라는 주제가 툭 튀어나온다면 일단 피곤해지고 만다. 하느님 말씀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믿음의 결과는 결국 의지하고 싶은 나약한 자신의 변명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간혹 소장하고 있는 성경을 읽으면서도 믿음이 가질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의문점들이 많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이견을 다는 분이 없었으면 한다.)

  이렇게 뼛속까지 무신론을 지지하는 내가, 기독교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도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는 사실은 나 스스로도 매우 놀랍다. 종교에 무지한 관계로, 「13번째 사도의 편지」를 읽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단어나, 모르는 성경의 내용들이 나올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최대한 바른 방법으로 문장의 의미를 해석코자 노력했다. 같은 장르의 스테디셀러「다빈치 코드」에서 보았던 비슷한 흐름을 간파하면서도, 추리 소설 특유의 몰입감은 언제나 동일한 느낌의 재미로 다가온다.  

  ‘카라바조’의 아름다운 그림, ‘성 마태와 천사’가 표지로 등장한 「13번째 사도의 편지」는 예수의 비밀을 둘러싼 벌어지는 추리 형식의 소설이다. 어느 날 로마발 특급열차에서 도서관 사서신부인 안드레이 신부가 살해당한다. 의문스러운 죽음을 필두로, 그의 절친한 친구인 닐 신부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온화한 해석학 교수이자 수도원의 사소한 규칙까지 어겨본 적 없는 모범적인 사제인 닐 신부가 온갖 위험을 무릎 쓰고, ‘13번째 사도’가 남긴 비밀의 편지를 찾으면서 사건은 점점 흥미롭게 전개된다. 물론 그를 제지하려는 바티칸의 방해공작이 이어지고, 닐 신부를 도와주는 든든한 친구들도 합세하여, 진짜 편지를 추적을 시작하게 된다.
 
  전반적인 흐름은 여느 추리 소설과 다르지 않다. 의문의 죽음과 함께 시작되는, 암호가 적힌 작은 쪽지. 그리고 선량하고 우직한 주인공과 타락한 종교인들의 추악한 모습까지…. 그러나 「13번째 사도의 편지」의 진정한 교훈의 목적은 기독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적인 신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신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기독교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것에 대한 의문을 품을 것이고, 더욱 공감하거나, 혹은 거부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개개인의 입장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정직한 소설이라고 생각 된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책에도 등장했다 시피, 그 비밀은 교회의 계급제도로 보호된 신앙의 본질을 다시 문제 삼을 수도 있는 위험한 문제일 것이다. 「13번째 사도의 편지」는, 최후의 만찬부터 예수의 행로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현재’의 닐 신부가 모험을 펼치는 내용이 교차적으로 등장해서 더욱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화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유다’의 죽음은 자살로 귀결되었는데, 베드로가 살해했다는 이색적인 주장은 매우 파격적이라고 생각 된다. 또한, 한 사람의 종교인으로써 권력과 돈의 망상에 사로잡힌 변태 성욕자 ‘칼포’ 대주교를 비판하는 작가의 시선이 매우 따끔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퇴색되고, 점점 물질화 관습화 되어가는 교회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일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책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제법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기독교인이나, 비 기독교인에게 진중한 물음을 던져주는 책, 「13번째 사도의 편지」. 기가 막힌 반전이나 소름이 끼칠 만큼 쓰릴 있는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종교적인 내용을 담은 만큼, 진중한 무게감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성경을 빼 놓고는, 서구의 역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사실이니까, 나처럼 종교에 크게 의지하지 않는 분들도 한번쯤 읽어보며 여러 가지 의견들을 머릿속에 정리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작가의 이력에서 나타난 실질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소설이 탄생한 것 같다.     정치적인 야망에 눈이 먼 열두 사도들이 예수를 신격화하면서, 허울뿐인 평화를 외친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기독교의 본질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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