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김훈태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로 시작하는 이 책의 서두처럼,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여행에세이 혹은 치유에세이로 분류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작가는 우선 오사카로 가는 배를 타고 부산항을 떠나는 순간을 장황(?)하게 설명하고는 이 여행을 떠난 이유를 밝힙니다. ‘뇌 속에 고질적으로 세팅된 부정적 시냅스를 끊기 위해서 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 그리고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드는 것.’ 아주 어렵게 설명을 했지만, 쉽게 말해서 타성에 젖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로 여행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무엇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책장을 열면 여행지의 사진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결국 여행과 여행의 목적지인 교토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여행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거기에 더해서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요즘 쏟아지는 허접한 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행의 효용에 대하여 저자는 관광이나 휴식보다는 자기성찰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교토라는 장소에 한 달간 머물면서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찬찬히 관찰하고 느낀 점을 적고 있습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았습니다. 그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았으니 이 책을 읽는 이가 될 것 같습니다.


여행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작가는 ‘여행은 인생의 나이테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자기성찰이 되었던, 혹은 관광과 휴식이 되었건 같은 효용가치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그저 스쳐 지나는 듯한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삶이란 것이 늘상 의미있는 내용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행지로 가는 방법으로 배를 선택한 것은 ‘느린 여행’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친듯이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삶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이가 벌써 세상이 미친듯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 것도 기특하다 싶으면서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나이에는 미친듯이 살아가는 것이 일반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사십줄에 들어설 무렵 처음 직장을 쉰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 이런 여행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교토로 가는 길에서부터 교토에 머무는 동안 그리고 돌아올 때까지 모두 14통의 편지형식의 글로 이 책을 구성하였는데, 한통의 편지를 끝내고는 ‘내가 찾은 길’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중요한 점을 정리합니다. 그것은 교통편, 숙소, 자연, 유적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여행안내가 아닌 자기성찰에 무게를 둔 것이라면 이것들은 모두 사족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에 감동한 독자라 할지라도 이 책에 있는 곳을 따라가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장소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교토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청수사(이 책에서는 일본어 발음으로 긴가쿠지라고 적어서 잠시 헷갈리기도 했습니다)의 분위기는 조금 이해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행은 한나절에 교토의 대표적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상품이라서 찬찬히 돌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작가의 느낌이 와닿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편지에서 작가는 교토를 떠나는 날 가이드북을 보면서 가본데보다는 가보지않은데가 훨씬 많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적었습니다만, 어딘가에서 그곳의 모든 것을 보려고 한다면 엄청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것이므로 느림과는 전혀 동떨어진 일이 되고 말것입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일이라고 할까요? 이 책이 큰 느낌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느림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 여덟 가지 테마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앙투안 콩파뇽 외 지음, 길혜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여름이 지나가는 가운데 나온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겠다 싶습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 세 번째 가능성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름휴가를 놓친 것이 아쉽다 하시면 책읽기에 좋은 가을이 있지 않습니까? 바로 네 번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신다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완독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옮긴 분도 20여 년 전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했다가 30쪽은 넘기지 못하고 말았다는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그 30쪽이 마지노선이라고 합니다. 제 경우는 5년 전에 국일미디어에서 1998년에 내놓은 판을 완독하였고, 뒤이어서 민음사에서 내고 있는 판이 나오는 대로 읽고 있습니다. 국일미디어판은 아내가 결혼 전에 구입했던 것인데, 아내 역시 옮긴이처럼 첫 권을 몇 쪽을 읽다가 접어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목대로 나이가 들어야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오르한 파묵이 고백한 것처럼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책읽기를 하는 젊은이들도 없지는 않은 듯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읽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책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읽다보니 생긴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유예진교수의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http://blog.joins.com/yang412/13111784>과 프루스트의 화가들; http://blog.joins.com/yang412/13484901> 등입니다.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읽는 더욱 다양한 관점을 알게 해준 책읽기였습니다.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에서는 ‘시간’이라는 주제 이외에도, 등장인물, 당시 파리의 사교계, 욕망, 기다림, 질투 그리고 환상을 작은 주제로 한 ‘사랑’, 글쓰기와 관련한 ‘상상의 세계’,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 철학, 그리고 음악, 회화, 글쓰기, 독서 등을 다룬 ‘예술’도 주제가 되었습니다.


여덟 가지의 주제를 나누어 다룬 분들은 소설가, 전기작가, 대학교수 등으로 프루스트 전문가들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라디오 방송국 프랑스 앵테르가 2013년에 기획한 여름 특집 문학방송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방송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을 묶어 책으로 모은 것으로 기획자인 로라 엘 마키는 “아름다운 여름 한철에 긴 항해를 떠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프루스트의 몽상에 매혹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유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 기간에 책을 읽는 모양입니다만, 우리나라는 가을을 책읽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하니 이번 가을을 프루스트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조나 레러가 쓴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http://blog.joins.com/yang412/12802521>에서 기억에 관한 글을 읽다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인용한 부분에 끌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게 되었습니다만,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에서는 무려 여덟 가지나 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프루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분들이 많이 생기게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사랑과 예술이라는 주제에 관해서도 다양한 소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큰 주제에는 몇 가지 작은 주제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시간의 경우에도 긴 시간, 미로 같은 시간, 잃어버린 시간, 되찾은 시간이라는 작은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특히 독서 및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저 역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찾아낸 생각들을 모아 글을 써둔 것도 있고, 더 쓸 것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은 이 가을을 프루스트와 함께 해보겠다는 생각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알함브라 1 ㅣ 59클래식Book
워싱턴 어빙 지음, 정지인 옮김 / 더스타일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년전에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에 갔을 때, 궁전 어디에서 워싱턴 어빙이 머물던 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오래된 궁전이라서 어두컴컴했지만 어떤 연유로 궁전에 머물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워싱턴 어빙은 이곳에 머물며 들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알함브라>를 발표했고, 이 책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합니다.


19세기 미국 낭만주의 대표작가인 워싱턴 어빙은 20대 중반에 쓴 <뉴욕의 역사>로 주목을 받았고, 다시 10년 뒤에 쓴 <스케치북>으로 그는 미국의 대표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43살에 마드리드 주재 미국공사로 부임하게 된 그는 러시아영사관에서 근무하던 한 친구와 함께 세비야에서 그라나다까지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알함브라궁전에 머물게 되었던 것입니다. <알함브라>에 실린 이야기들 가운데 초반은 작가가 알함브라궁전에 머물기까지의 소소한 것들이며, 그 뒤의 이야기들은 그가 수집한 그라나다지방에 전해오는 알함브라궁전 혹은 무어인들의 나스르왕조에 관한 전설입니다.


그는 스페인의 풍광과 스페인사람들의 기질을 잘도 연결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에스파냐의 자연은 삭막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 풍광을 ‘엄격할 정도로 단순한 듯하지만 인가의 영혼에 장엄함을 새겨 넣은 듯하다. 그리고 그 땅과 사람들의 기질과 모습 자체에는 무언가 아랍적인 특징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라비아반도에 자리한 우마이야왕조가 무너지면서 쫓겨난 왕족이 아프리카에서 베르베르족을 규합하여 이베리아반도를 점령한 711년 이후, 카스티아의 이사벨여왕과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가 연합하여 주도한 레콩키스타가 1492년 그라나다에 자리한 타이파 나스르왕조를 무너뜨릴 때까지 무려 800년 가까운 세월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빙이 여행하던 19세기 무렵 스페인의 사회적 분위기는 꽤나 어수선했던 모양입니다. 노상강도가 날뛰고 있어 무장을 하지 않으면 여행이 어려울 지경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빙은 그런 분위기조차도 여행의 모험적 요소로 인식한 듯합니다. 또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그의 특유의 성품은 이곳 사람들에게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여행을 “우리는 진짜 콘트라반디스타들의 스타일로 여행했는데, 거칠든 부드럽든 발견한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방랑자들 처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관습들에 섞여 들었다. 그것이 에스파냐를 진정으로 여행하는 방식이다.(1권 33쪽)”


폴란드출신의 작가 얀 포토츠키가 쓴 <사라고사에서 발견된 원고>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입니다만, 스페인에도 괴기한 전설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오랜 세월에 걸친 이민족의 지배와 그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녹아들어 만들어낸 허황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돈키호테>가 탄생할 수 있게다 싶습니다. 어빙이 채록하여 <알함브라>에 담은 기담들 역시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들로 이해가 됩니다.


어빙은 특히 알함브라궁전과 관련하여 전해오는 전설의 진위를 가리는데도 나름 애를 쓴 듯합니다. 사자의 안뜰에서 벌어진 아벤세헤라 가문의 참극을 일으킨 사람이 나스르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 아벤 하산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보압딜은 나스르왕조가 세운 찬란한 성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않아 페르난도2세와 협상을 통하여 그라나다를 넘겨주기로 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그라나다를 차지하고 있던 당시의 무어인들은 오늘날의 무어인들보다 훨씬 더 쾌활한 사람들이었답니다.(129쪽)”라고 적은 대목을 보면, 이슬람왕조가 몰락한 뒤에도 스페인에 남아 버텨온 무슬림들은 과거의 영화롭던 시절을 꿈꾸는 듯합니다. 이국적인 것이 더 애틋한 추억을 남기는 듯, 스페인사람들은 이민족의 지배에 반발하면서도 그에 대한 애틋한 향수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스라엘, 평화가 사라져버린 5,000년 성서의 나라 ㅣ 타산지석 9
김종철 지음 / 리수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만큼이나 늘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입니다. 어쩌면 이스라엘사람들의 독특한 민족성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가 탄생하고 갈등을 빚고 있는 땅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세 종교의 뿌리가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알다가도 모를 나라인지도 모릅니다.


‘평화가 사라져버린 5,000년 성서의 나라’라는 부제를 단 <이스라엘>을 쓴 방송작가 김종철님은 그런 이스라엘의 매력에 빠져들어 20여 차례나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선 우리나라보다 작은 이스라엘 땅에는 바다와 호수, 강과 만년설, 사막과 광야가 있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고 합니다. 거기에 수천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유적들이 산재해있고, 그 속에는 오랜 역사를 담은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다가 이스라엘에서는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물론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특별한 무엇을 간직한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역사나, 종교,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20여 차례를 찾아가고 관련 자료를 찾아 앎의 깊이를 더하면서 정리해낸 결과가 <이스라엘>입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5,000년 성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땅’은 5,000년이 넘게 예루살렘에서 살아온 사람들, 특히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한 역사를 정리하였습니다. 2부 ‘갈등과 분쟁의 땅’은 간략합니다만,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유대인들과 아랍사람들이 갈등을 빚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3부 ‘유대인 이야기’와 4부 ‘팔레스타인 이야기’는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두 민족의 속성을 소개합니다. 사실 1부에서 4부까지의 내용은 각각만으로도 한권 분량이 넘는 내용이라서, 핵심만 추려 요약해내기도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이므로 이들의 종교유적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으면서 기독교의 발상지이며, 이슬람이 오랫동안 지배했던 곳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유적도 빠트리지 않고 챙기는 자상함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충분한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구전되어 온 것이나 성서에 바탕한 것으로 보여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이야기도 적지 않습니다. 유대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메소포타미아 땅인 우르에서 지금의 이스라엘 땅인 네게브로 이주한 아브라함에 닿습니다. 아브라함이 네게브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그의 아내 사라가 이집트왕의 후궁으로 뽑혔다가 아브라함에게 되돌려지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하갈이라는 이집트 여인을 몸종으로 딸려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브라함과 사라 사이에 자식이 없자, 젊은 하갈을 추천하여 이스마엘을 얻었고, 이후 사라도 자식을 얻어 이삭이라고 했다는 것부터는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삭의 후손이 유대인이며, 이스마엘의 후손이 아랍인, 특히 팔레스타인사람이라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이 이주민인 까닭에 이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이스라엘이 지금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배경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갈과 이스마엘을 사막으로 내쫓은 아브라함이 사라와 이삭을 데리고 헤브론 땅에 살다가 사라가 죽자, 그녀를 묻을 곳을 헷족으로부터 400세켈을 주고 사들였다는 것입니다. 겨우 한 사람을 묻을 땅을 사들였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대단한 유대민족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맞서고 있는 팔레스타인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몸으로 겪어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카페 오사카, 교토 - 커피향 따라 고도古都를 걷다
임윤정 지음 / 황소자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아내의 부탁으로 빌어 온 책입니다. 오사카와 교토에 관한 책을 고르던 것이었는데, 사실 여행사 상품으로 다녀올 여행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걷어치우고 동경에 1년간 머물면서 <카페 도쿄>를 낸 바 있었던 작가가 동경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다녀온 오사카와 교토 지역의 카페에 얽힌 추억을 추가취재를 더하여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전작은 도쿄생활이 외로울 때면 찾아들었던 작은 카페에서 만난 인연을 엮어냈던 것이라고 합니다. 전작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던 반면 <카페 오사카, 교토>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으로 여행에 방점이 찍힌다고는 합니다. 그리고 보니, 1장, ‘야간버스’에서는 오사카로 떠나는 과정을 담았고, 2장 ‘오사카’에는 오사카에서 만난 카페와 인연들을, 3장 ‘교토’에서는 오사카의 인연이 교토로 확대되는 과정을, 4장 ‘다시 도쿄로’는 취재여행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커피향 따라 고도를 걷다’라는 부제처럼 카페가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카페가 다는 아닙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이 책의 작가처럼 대화체를 섞어내면 읽어가기는 참 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 내용에서 새길 것을 얻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오사카를 다녀왔습니다만, ‘오사카는 넘치는 에너지와 화려함을 간직한 도시’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겠습니다. ‘대학시절 야간 기차를 타고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는 외곽에 자리한 100년 전통 온천에서 피곤함을 훔쳐냈었다’라는 대목에서 이 책의 작가 역시 요즈음 젊은 작가 특유의 글쓰기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카페와 관련이 있는 주변인물들의 추천으로 꼭 가봐야 할 카페를 소개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사진도 넉넉하고 카페 주인의 경영철학 같은 것을 담았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보다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물론 카페에 관한 내용만 담은 것도 아닙니다. 같은 건물에 들어있는 디자인 회사 ‘그라프’, 시계점 ‘토케이야’, 헌책방 ‘기타호리에’ 등등 인연 따라 찾아든 장소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어서, 이 책의 기획의도가 흐려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획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싶기도 하면서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또 다른 목적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용서(?)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교토에서 만난 카페 ‘츠바메’에서 영화 <카모메 식당>을 떠올렸다는데, 그 이유는 단지 아라비아 찻잔 세트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습니다만, 소설에서는 아라비아 찻잔 세트가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츠바메가 카모메식당을 닮았다는 작가의 주장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식당과 카페는 엄연히 다른 분위기일테니 말입니다. 물론 카페 츠바메에서도 히가와리정식과 카레를 식사메뉴로 내놓기는 한답니다.


그리고 보니 오사카학회에서 당일 여행으로 교토에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교토의 대표적 유적을 돌아보는 정도였기 때문에 카페나 식당같은 곳은 들어갈 기회가 없기는 했습니다. 어떻든 재래시장이나 책방, 혹은 헌책방과 같이 작가가 좌충우돌 소개하는 장소를 따라가는 것도 조금은 짜증이 나는 책읽기였습니다. 이런 곳을 가볼 기회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책읽기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은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리 많지 않은 사진들에서 카페의 인테리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해석을 붙여보기도 합니다.


“내가 쓰는 책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잖은가. 카페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그곳에서의 추억을 적어 내려가는 것에 불과하니 이것으로도 족할 것 같았다.(70쪽)”라는 대목에서 작가가 책을 쓰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색다른 여행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추억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을 훔쳐보는 즐거움(?)이라고 해야하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