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오사카, 교토 - 커피향 따라 고도古都를 걷다
임윤정 지음 / 황소자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아내의 부탁으로 빌어 온 책입니다. 오사카와 교토에 관한 책을 고르던 것이었는데, 사실 여행사 상품으로 다녀올 여행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걷어치우고 동경에 1년간 머물면서 <카페 도쿄>를 낸 바 있었던 작가가 동경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다녀온 오사카와 교토 지역의 카페에 얽힌 추억을 추가취재를 더하여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전작은 도쿄생활이 외로울 때면 찾아들었던 작은 카페에서 만난 인연을 엮어냈던 것이라고 합니다. 전작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던 반면 <카페 오사카, 교토>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으로 여행에 방점이 찍힌다고는 합니다. 그리고 보니, 1장, ‘야간버스’에서는 오사카로 떠나는 과정을 담았고, 2장 ‘오사카’에는 오사카에서 만난 카페와 인연들을, 3장 ‘교토’에서는 오사카의 인연이 교토로 확대되는 과정을, 4장 ‘다시 도쿄로’는 취재여행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커피향 따라 고도를 걷다’라는 부제처럼 카페가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카페가 다는 아닙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이 책의 작가처럼 대화체를 섞어내면 읽어가기는 참 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 내용에서 새길 것을 얻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오사카를 다녀왔습니다만, ‘오사카는 넘치는 에너지와 화려함을 간직한 도시’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겠습니다. ‘대학시절 야간 기차를 타고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는 외곽에 자리한 100년 전통 온천에서 피곤함을 훔쳐냈었다’라는 대목에서 이 책의 작가 역시 요즈음 젊은 작가 특유의 글쓰기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카페와 관련이 있는 주변인물들의 추천으로 꼭 가봐야 할 카페를 소개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사진도 넉넉하고 카페 주인의 경영철학 같은 것을 담았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보다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물론 카페에 관한 내용만 담은 것도 아닙니다. 같은 건물에 들어있는 디자인 회사 ‘그라프’, 시계점 ‘토케이야’, 헌책방 ‘기타호리에’ 등등 인연 따라 찾아든 장소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어서, 이 책의 기획의도가 흐려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획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싶기도 하면서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또 다른 목적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용서(?)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교토에서 만난 카페 ‘츠바메’에서 영화 <카모메 식당>을 떠올렸다는데, 그 이유는 단지 아라비아 찻잔 세트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습니다만, 소설에서는 아라비아 찻잔 세트가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츠바메가 카모메식당을 닮았다는 작가의 주장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식당과 카페는 엄연히 다른 분위기일테니 말입니다. 물론 카페 츠바메에서도 히가와리정식과 카레를 식사메뉴로 내놓기는 한답니다.


그리고 보니 오사카학회에서 당일 여행으로 교토에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교토의 대표적 유적을 돌아보는 정도였기 때문에 카페나 식당같은 곳은 들어갈 기회가 없기는 했습니다. 어떻든 재래시장이나 책방, 혹은 헌책방과 같이 작가가 좌충우돌 소개하는 장소를 따라가는 것도 조금은 짜증이 나는 책읽기였습니다. 이런 곳을 가볼 기회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책읽기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은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리 많지 않은 사진들에서 카페의 인테리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해석을 붙여보기도 합니다.


“내가 쓰는 책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잖은가. 카페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그곳에서의 추억을 적어 내려가는 것에 불과하니 이것으로도 족할 것 같았다.(70쪽)”라는 대목에서 작가가 책을 쓰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색다른 여행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추억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을 훔쳐보는 즐거움(?)이라고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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