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이나 늘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입니다. 어쩌면 이스라엘사람들의 독특한 민족성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가 탄생하고 갈등을 빚고 있는 땅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세 종교의 뿌리가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알다가도 모를 나라인지도 모릅니다.
‘평화가 사라져버린 5,000년 성서의 나라’라는 부제를 단 <이스라엘>을 쓴 방송작가 김종철님은 그런 이스라엘의 매력에 빠져들어 20여 차례나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선 우리나라보다 작은 이스라엘 땅에는 바다와 호수, 강과 만년설, 사막과 광야가 있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고 합니다. 거기에 수천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유적들이 산재해있고, 그 속에는 오랜 역사를 담은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다가 이스라엘에서는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물론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특별한 무엇을 간직한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역사나, 종교,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20여 차례를 찾아가고 관련 자료를 찾아 앎의 깊이를 더하면서 정리해낸 결과가 <이스라엘>입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5,000년 성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땅’은 5,000년이 넘게 예루살렘에서 살아온 사람들, 특히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한 역사를 정리하였습니다. 2부 ‘갈등과 분쟁의 땅’은 간략합니다만,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유대인들과 아랍사람들이 갈등을 빚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3부 ‘유대인 이야기’와 4부 ‘팔레스타인 이야기’는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두 민족의 속성을 소개합니다. 사실 1부에서 4부까지의 내용은 각각만으로도 한권 분량이 넘는 내용이라서, 핵심만 추려 요약해내기도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이므로 이들의 종교유적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으면서 기독교의 발상지이며, 이슬람이 오랫동안 지배했던 곳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유적도 빠트리지 않고 챙기는 자상함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충분한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구전되어 온 것이나 성서에 바탕한 것으로 보여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이야기도 적지 않습니다. 유대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메소포타미아 땅인 우르에서 지금의 이스라엘 땅인 네게브로 이주한 아브라함에 닿습니다. 아브라함이 네게브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그의 아내 사라가 이집트왕의 후궁으로 뽑혔다가 아브라함에게 되돌려지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하갈이라는 이집트 여인을 몸종으로 딸려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브라함과 사라 사이에 자식이 없자, 젊은 하갈을 추천하여 이스마엘을 얻었고, 이후 사라도 자식을 얻어 이삭이라고 했다는 것부터는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삭의 후손이 유대인이며, 이스마엘의 후손이 아랍인, 특히 팔레스타인사람이라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이 이주민인 까닭에 이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이스라엘이 지금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배경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갈과 이스마엘을 사막으로 내쫓은 아브라함이 사라와 이삭을 데리고 헤브론 땅에 살다가 사라가 죽자, 그녀를 묻을 곳을 헷족으로부터 400세켈을 주고 사들였다는 것입니다. 겨우 한 사람을 묻을 땅을 사들였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대단한 유대민족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맞서고 있는 팔레스타인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몸으로 겪어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