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김훈태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로 시작하는 이 책의 서두처럼,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여행에세이 혹은 치유에세이로 분류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작가는 우선 오사카로 가는 배를 타고 부산항을 떠나는 순간을 장황(?)하게 설명하고는 이 여행을 떠난 이유를 밝힙니다. ‘뇌 속에 고질적으로 세팅된 부정적 시냅스를 끊기 위해서 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 그리고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드는 것.’ 아주 어렵게 설명을 했지만, 쉽게 말해서 타성에 젖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로 여행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무엇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책장을 열면 여행지의 사진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결국 여행과 여행의 목적지인 교토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여행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거기에 더해서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요즘 쏟아지는 허접한 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행의 효용에 대하여 저자는 관광이나 휴식보다는 자기성찰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교토라는 장소에 한 달간 머물면서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찬찬히 관찰하고 느낀 점을 적고 있습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았습니다. 그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았으니 이 책을 읽는 이가 될 것 같습니다.


여행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작가는 ‘여행은 인생의 나이테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자기성찰이 되었던, 혹은 관광과 휴식이 되었건 같은 효용가치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그저 스쳐 지나는 듯한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삶이란 것이 늘상 의미있는 내용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행지로 가는 방법으로 배를 선택한 것은 ‘느린 여행’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친듯이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삶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이가 벌써 세상이 미친듯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 것도 기특하다 싶으면서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나이에는 미친듯이 살아가는 것이 일반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사십줄에 들어설 무렵 처음 직장을 쉰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 이런 여행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교토로 가는 길에서부터 교토에 머무는 동안 그리고 돌아올 때까지 모두 14통의 편지형식의 글로 이 책을 구성하였는데, 한통의 편지를 끝내고는 ‘내가 찾은 길’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중요한 점을 정리합니다. 그것은 교통편, 숙소, 자연, 유적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여행안내가 아닌 자기성찰에 무게를 둔 것이라면 이것들은 모두 사족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에 감동한 독자라 할지라도 이 책에 있는 곳을 따라가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장소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교토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청수사(이 책에서는 일본어 발음으로 긴가쿠지라고 적어서 잠시 헷갈리기도 했습니다)의 분위기는 조금 이해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행은 한나절에 교토의 대표적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상품이라서 찬찬히 돌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작가의 느낌이 와닿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편지에서 작가는 교토를 떠나는 날 가이드북을 보면서 가본데보다는 가보지않은데가 훨씬 많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적었습니다만, 어딘가에서 그곳의 모든 것을 보려고 한다면 엄청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것이므로 느림과는 전혀 동떨어진 일이 되고 말것입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일이라고 할까요? 이 책이 큰 느낌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느림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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