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 - 심리학과 뇌과학이 파헤친 시간의 비밀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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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나이를 빨리 먹었으면 싶었지만, 세월이 더디게 흘러간다 생각했던 것이,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쌓여서 세월이 되는 것이라면 같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 시간일 터인데, 느낌이 이렇게 다른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만한 책을 만났습니다. 독일 슈피겔지 과학부 편집장 슈테판 클라인이 쓴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입니다. 저자는 시나 분으로는 잴 수 없는, 시간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주제로 삼아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는가’와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신중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파헤쳐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흔히 시간은 외부에서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서의 시간과 우리의 의식에서 생겨나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시간에 관한 외부세계와 내부세계의 맞물림을 뇌신경계의 연구를 통하여 설명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시간에 관한 신비를 설명한 mystery편과 시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다룬 discovery편입니다. mystery편에서는 시간을 도둑맞은 사람들, 몸은 어떻게 시간을 느낄까?, 두뇌 속 시간 메커니즘, 왜 즐거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갈까?, 현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시간은 어떻게 허공으로 사라지는가, 멈춰버린 시간, 왜 나이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 걸까?, 시간도둑 등 9개의 작은 주제를 담았습니다. discovery편에는 두뇌 속에 숨겨진 시간 되찾기, 시간 부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시간 압박 탈출하기, 시간을 발견하는 6가지 방법 등 시간과 관련된 삶의 방식을 개선하는 4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머리에 소개하는 시간에 관한 실험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시계 없이 60일을 지하 130미터의 빙하 동굴에서 보낸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휴대폰으로 외부세계와 교신은 할 수 있지만 그에게 시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는데, 실험이 종료된 60일 후 세상에 다시 나왔을 때까지 그는 35일이 경과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 셈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생체시계는 외부의 물리적 시계보다 다소 늦게 흘러간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에게 고유한 리듬을 부여하는 생체시계는 사람마다 다르고 자의식과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데, 오로지 유전자만이 이를 조종한다고 합니다.


누구나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과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는 순간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른 것입니다. 즉 우리가 어떤 일에 몰두해 있을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시간을 의식할 때는 느리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즉 두뇌가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은 연장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억에 관한 연구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누군가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기억하기 위해서 애를 쓴 경험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숫자가 늘어서 그런지 잘 외워지지 않아서 연필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편입니다. 비밀은 기억의 한계에 있었습니다. 작업기억은 2초가 지나면 지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인식하는 과정은 주의집중에 따라 달라진다고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주의 집중은 각성하고, 관심의 방향을 전환하고, 관심 없는 신호는 억제하여 관심대상에 집중하는,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의 뇌는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는 멀티테스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먼저 처리할 일의 목록을 만들고, 모든 과제를 세부단계로 나누어 차근차근 처리하며, 지금 하고 있는 과제와 다른 생각은 바로 메모해두고 본래의 과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는 다양한 비법들은 여기에서 따로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직접 읽어보는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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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 다시, 도덕경
박영규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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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복을 구하면 영험하다는 곳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복(祈福)을 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응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유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일이므로 더 기다려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에 예루살렘을 여행하면서 통곡의 벽에 손을 짚었을 때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기독교신자가 아닌 까닭도 있었겠지만, 누군가에게 저 자신의 복을 빌어볼까 하는 욕심이 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돌아가신 부모님께 ‘이곳까지 올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들끓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조금씩 커가는 중에 노자를 읽으면서 큰 공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 http://blog.joins.com/yang412/11957739>을 오강남교수의 해제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특히 오교수님이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까닭에 특히 종교학, 철학 등을 비롯한 방대한 영역에서의 폭넓은 사색의 결과를 녹여낸 해제 덕분에 원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도덕경을 다시 만났습니다. 박영규교수님의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입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세상이 밝아진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다시, 도덕경’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것은 <도덕경>을 인용하여 세상사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보니 저자는 얼마 전에 <다시, 논어; http://blog.joins.com/yang412/15149926>로 만나본 바 있었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하여 한 해전에 두어달 병석의 누워있으면서 비움의 미학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최대한도로 꾸밈과 표현을 제거하여 예술 형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를 탐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예술 사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극소주의’라는 우리말이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을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노자의 <도덕경>에 담긴 비움의 미학이 저자에게 커다란 울림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자는 ‘개인적인 체험을 기반으로 간소한 삶의 가치를 살펴보는데 있어 <도덕경>에서 단초를 구했을 뿐’ 본격적인 해설서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가 나무에 기대어 편히 쉬는 마음으로 노자의 어깨를 빌린 것’이랍니다.


모두 18개의 주제에 대한 발제형식의 글을 붙이고, 68개의 이야기들을 나누어 묶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에 맞춤한 노자의 가르침을 <도덕경>에서 찾아 붙였습니다. 물론 노자 이외에도 다양한 선현들의 좋은 말씀도 같이 인용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구절을 몇 가지 골라봅니다. 최근에 요르단의 페트라를 여행하면서 다시 떠올렸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십자군>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성배를 찾아가는 여정의 마지막이 페트라를 무대로 하였는데, 절벽 위에 숨겨져 있는 다리를 찾아내는 암구어 “사자의 머리에서 뛰는 자 만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라는 구절은 절벽 위에 숨겨져 있는 다리는 신념이 있는 자만이 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도덕경 17장에 나오는 신부족유불신(信不足有不信)을 인용하면서 ‘믿는 마음으로 비워라’라고 한 저자의 해설로 이 장면이 잘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비움의 미학을 말하는 대표적인 구절은 <도덕경> 44장에 나오는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으니, 오래토록 갈 수 있다’)인데. 심지어는 이를 줄여 지족불욕하면 가이장구라고 설명합니다.


비움을 큰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치들을 두루 설명하고 있으니 곁에 두고 짬짬이 읽어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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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돈키호테 - 박웅현과 TBWA 0팀이 찾은 창의력 열한 조각
박웅현 외 지음 / 민음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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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하고 있던 참이라서 눈을 끈 책입니다. 대표작가로 나선 박웅현님도 웬지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던 점도 더해졌을 것입니다. 찾아보니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http://blog.joins.com/yang412/13605807>로 만난 분입니다. 광고회사 TBWA KOREA가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선발하여 광고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고 창의력을 키워나도록 지원하는 사회공원 프로젝트의 하나로 대중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던 책입니다.


그 TBWA KOREA의 크리에이티브 대표(Chief Creative Officer, CCO)가 바로 박웅현님인데, 이 분이 기획한 책이 바로 <안녕 돈키호테>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이 분 역시 돈키호테 띠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이다 처럼, 박웅현님이 기획에 참여하고 집필진을 모아 책을 엮은 것으로 보이는데, 참여하신 분들을 보면 하나같이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는, 즉 돈키호테띠 같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탄생한 비화를 소개합니다. 니커스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을 읽던 중에 “스페인은 여러 국가들의 돈키호테다”, “콜럼버스, 그는 바다의 돈키호테였다”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인류사의 돈키호테를 모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류사는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쉽게 말씀드리면 현재의 돈키호테들이 모여서 각자 관심을 두고 있든 동서고금의 돈키호테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는 방향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에 돈키호테는 차고넘쳤기 때문입니다.


책의 구성도 일반적인 형식을 벗어나 돈키호테방식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에세이가 있는가 하면, 인터뷰도 있고, 이러저러한 돈키호테들을 모아놓은 갤러리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돈키호테 식의 카피 몇줄을 집어넣은 온통 까만 쪽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기 등장하는 돈키호테들은 척보아도 그럴 듯 합니다만, 선정기준이 무엇이었는지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면서 모은 필진의 순간적인 번뜩임에서 나온 것 아닐까 싶습니다. <올랭피아>를 그린 마네는 전통과 형식을 무시하고 창녀를 모델로 한다는 발상을 했던 것이 후세 화가들의 패러디를 낳았다는 서술을 읽으면서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던 패러디작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작품은 이 책에 싣지는 않았지만, 화단의 숫한 돈키호테들 가운데 마네를 인용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 듯 모를 듯합니다.


고흐와 테오를 인용한 것은 고흐보다는 테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돈키호테의 또 하나의 주인공 산초판사를 재해석하기 위함으로 보여 반가웠습니다. 때로는 주연보다 감칠맛이 나는 조연에 더 눈이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만, 고흐의 그늘에 가려진 테오야 말로 고흐가 있게 한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을 단지 반대를 무릅쓰고 찬사를 이끌어낸 돈키호테로 묘사한 것은 당시 상황의 단면만을 읽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키호테가 달리 돈키호테이겠습니까? 세상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읽는, 쉽게 말하면 단순무식하기 때문에 하려는 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남의 시선 따위는 관심이 없는 것이지요. 세종께서 모화사상에 찌든 중신들의 반대를 염두에 두지 않으셨을 리가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반대를 물리칠 방안까지도 마련하셨을 것이므로 세종대왕을 돈키호테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프루스트도 단지 ‘마들렌에서 위대함을 찾아냈다’라는 식으로 해석한 것도 그가 작가라는 점을 간과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마들렌이 섞인 홍차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장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세상을 제 잘난 맛으로 읽는 돈키호테들의 색다른 시각을 읽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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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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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인터넷신문보다는 종이신문이 좋고,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당연히 IT와 관련된 일이라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컴퓨터에 문제라도 생기면 아이들에게 사정을 해야 합니다. 정말 IT분야에서 활약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선입견이 무너지는 계기를 만든 것이 바로 <카오스 멍키>입니다.


세상을 혼돈으로 몰아넣는 원숭이가 있는 줄 알았더니 그 또한 IT쪽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원숭이들을 먼발치에서만 구경을 했는데, 원숭이를 가까이하면 찟고 까불고 장난을 치는게 정말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즉, 전산센터에 침입한 원숭이가 케이블을 뽑고, 난장판을 만들다보면 서버가 망가지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전산엔지니어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프로그램이 엉기고 서버가 다운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심어 온라인 전산프로세스와 서버의 견고성을 검증한다고 합니다. 바로 그런 소프트웨어를 카오스 멍키라고 합니다.


<카오스 멍키>는 IT업계의 대표적 기업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근무한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가 IT업계의 충격적인 속살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고백서라고 하겠습니다. 그것도 2010년 3월부터 2014년 10월 사이에 IT의 본고장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에어리어에서 본인이 직접 겪을 일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저도 젊었을 적에는 무려 6곳이나 되는 직장을 전전했습니다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무리 이직이 쉬운 편이라고 하는 미국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버클리대학교에서 2001년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골드만삭스에서 출발해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혼돈에 빠진 금융계를 떠나 실리콘밸리오 자리를 옮겼습니다. 광고 프로그램 개발사인 애드케미의 연구원으로 시작된 실리콘밸리에서의 생활도 밖에서 본 것처럼 보장된 생활이 아니었던 모양으로 뜻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뛰쳐나가 스타트업을 시작합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와이콤비네이터에 낸 기획안이 채택되면서 애드그로크를 창업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광고캠페인의 효과를 측정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에 성공하였는데, 결국은 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회사를 트위터에 매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페이스북으로 전격 합류하는데, 페이스북에서 저자의 동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에서의 생활도 별로 행복하지는 못해서 업무를 두고 상사와 갈들을 빚다가 결국은 밀려나게 됩니다.


저자는 짧은 기간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무려 656쪽이나 되는 두툼한 책으로 써냈습니다. 아마도 젊은 날 품었던 설익은 정열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펼쳐보지 못한 자신의 포부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어보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IT업계의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 우아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음모와 편견으로 똘똘 뭉쳐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현업을 떠나게 되면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도 있나 봅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두 아이를 내팽개쳤고, 두 여성의 소중한 사랑을 걷어찼고, 두 척의 보트를 방치했고, 회사 일에 헌신하느라 취미나 여가생활도 전무했다.(602쪽)’라고 자아비판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어쩌면 젊은 날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빠져들 듯이 읽어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좌우를 두루 살피면서 전진하는 편이지만 말입니다. 4년을 넘기지 못하던 옛날 직장과는 달리 지금은 10년차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세상을 온통 적으로 생각하고 몰입하는 젊은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눈앞의 것이 모든 것처럼 보일지라도 한발 물러서서 보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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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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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 갔을 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를 발견한 올두바이협곡을 방문하였습니다. 인류의 선조를 발견한 장소에 세운 초라한 박물관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두바이협곡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찾아 공부를 하면서 인류의 기원을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선행학습이 있었던 인연으로 사이언스리더스리더에서 제공하는 책을 고를 때 <인류의 기원>을 고르게 된 것입니다.


<인류의 기원>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인류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인 이상희교수가 <과학동아>에 연재해온 인류의 진화에 관한 칼럼을 엮은 것입니다. 사실 전문가가 일반을 대상으로 자신이 연구한 분야에 대하여 설명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인류의 기원>은 용어도 생소한 고인류학에 대한 내용을 아주 쉽게 정리하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인류학의 계보에 관한 내용 뿐 아니라 가끔은 고인류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화도 섞어서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인류학에서는 인류의 기원과 관련하여 아프리카 기원설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자신이 옹호하는 다지역 진화론 혹은 다지역 연계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자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주류의 이론에 대한 반론은 조금 더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하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서로 교류하며 유전자 이동을 통해 계속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왔다는 다지역 진화론은 최근의 유전학적 연구 결과와도 부합’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첫 번째 이야기에서 발견한 몇 가지 오류 때문입니다. 인류의 식인습관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화인류학 분야에서나 유전학적 연구결과 등을 보면 과거 어느 시점까지는 식인습속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파푸아뉴기니의 고산지대에 사는 포레족 사이에서 번지던 쿠루라는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가이듀섹박사가 쿠루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침팬지실험을 한 것은 사실이나 쿠루의 원인체로 단백질의 일종인 프리온을 지목한 것은 가이듀섹이 아니라 푸르시너박사라는 점입니다. 가이듀섹박사는 슬로우바이러스가 쿠루병을 옮기는 병원체 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물론 가이듀섹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프루시너박사 역시 프리온가설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쿠루병이 죽은 사람을 맨손으로 다루었던 것이 전염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가설도 잘못된 것입니다. 가이듀섹박사는 쿠루병으로 죽은 환자의 뇌를 해부하여 꺼낼 때 맨손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쿠루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쿠루병은 환자의 뇌조직을 먹은 사람에서 오랜 잠복기를 거쳐서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제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인류학 분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깊이와 가독성 모두에서 만족할만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그림이 고인류의 화석이나 고인류학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대한 그림자료가 풍부했더라면 하는 점도 조금 더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머리말에서 인용한 존 스타인벡의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고인물처럼 썪어들어가던 미국의 문제점, 특히 인종 간의 문제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에 방점이 찍히는 것을 보고는 책을 어떻게 읽는가는 독자마다의 시각이 다르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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