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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인터넷신문보다는 종이신문이 좋고,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당연히 IT와 관련된 일이라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컴퓨터에 문제라도 생기면 아이들에게 사정을 해야 합니다. 정말 IT분야에서 활약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선입견이 무너지는 계기를 만든 것이 바로 <카오스 멍키>입니다.
세상을 혼돈으로 몰아넣는 원숭이가 있는 줄 알았더니 그 또한 IT쪽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원숭이들을 먼발치에서만 구경을 했는데, 원숭이를 가까이하면 찟고 까불고 장난을 치는게 정말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즉, 전산센터에 침입한 원숭이가 케이블을 뽑고, 난장판을 만들다보면 서버가 망가지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전산엔지니어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프로그램이 엉기고 서버가 다운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심어 온라인 전산프로세스와 서버의 견고성을 검증한다고 합니다. 바로 그런 소프트웨어를 카오스 멍키라고 합니다.
<카오스 멍키>는 IT업계의 대표적 기업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근무한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가 IT업계의 충격적인 속살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고백서라고 하겠습니다. 그것도 2010년 3월부터 2014년 10월 사이에 IT의 본고장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에어리어에서 본인이 직접 겪을 일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저도 젊었을 적에는 무려 6곳이나 되는 직장을 전전했습니다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무리 이직이 쉬운 편이라고 하는 미국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버클리대학교에서 2001년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골드만삭스에서 출발해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혼돈에 빠진 금융계를 떠나 실리콘밸리오 자리를 옮겼습니다. 광고 프로그램 개발사인 애드케미의 연구원으로 시작된 실리콘밸리에서의 생활도 밖에서 본 것처럼 보장된 생활이 아니었던 모양으로 뜻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뛰쳐나가 스타트업을 시작합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와이콤비네이터에 낸 기획안이 채택되면서 애드그로크를 창업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광고캠페인의 효과를 측정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에 성공하였는데, 결국은 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회사를 트위터에 매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페이스북으로 전격 합류하는데, 페이스북에서 저자의 동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에서의 생활도 별로 행복하지는 못해서 업무를 두고 상사와 갈들을 빚다가 결국은 밀려나게 됩니다.
저자는 짧은 기간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무려 656쪽이나 되는 두툼한 책으로 써냈습니다. 아마도 젊은 날 품었던 설익은 정열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펼쳐보지 못한 자신의 포부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어보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IT업계의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 우아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음모와 편견으로 똘똘 뭉쳐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현업을 떠나게 되면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도 있나 봅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두 아이를 내팽개쳤고, 두 여성의 소중한 사랑을 걷어찼고, 두 척의 보트를 방치했고, 회사 일에 헌신하느라 취미나 여가생활도 전무했다.(602쪽)’라고 자아비판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어쩌면 젊은 날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빠져들 듯이 읽어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좌우를 두루 살피면서 전진하는 편이지만 말입니다. 4년을 넘기지 못하던 옛날 직장과는 달리 지금은 10년차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세상을 온통 적으로 생각하고 몰입하는 젊은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눈앞의 것이 모든 것처럼 보일지라도 한발 물러서서 보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