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돈키호테 - 박웅현과 TBWA 0팀이 찾은 창의력 열한 조각
박웅현 외 지음 / 민음사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돈키호테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하고 있던 참이라서 눈을 끈 책입니다. 대표작가로 나선 박웅현님도 웬지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던 점도 더해졌을 것입니다. 찾아보니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http://blog.joins.com/yang412/13605807>로 만난 분입니다. 광고회사 TBWA KOREA가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선발하여 광고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고 창의력을 키워나도록 지원하는 사회공원 프로젝트의 하나로 대중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던 책입니다.


그 TBWA KOREA의 크리에이티브 대표(Chief Creative Officer, CCO)가 바로 박웅현님인데, 이 분이 기획한 책이 바로 <안녕 돈키호테>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이 분 역시 돈키호테 띠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이다 처럼, 박웅현님이 기획에 참여하고 집필진을 모아 책을 엮은 것으로 보이는데, 참여하신 분들을 보면 하나같이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는, 즉 돈키호테띠 같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탄생한 비화를 소개합니다. 니커스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을 읽던 중에 “스페인은 여러 국가들의 돈키호테다”, “콜럼버스, 그는 바다의 돈키호테였다”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인류사의 돈키호테를 모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류사는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쉽게 말씀드리면 현재의 돈키호테들이 모여서 각자 관심을 두고 있든 동서고금의 돈키호테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는 방향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에 돈키호테는 차고넘쳤기 때문입니다.


책의 구성도 일반적인 형식을 벗어나 돈키호테방식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에세이가 있는가 하면, 인터뷰도 있고, 이러저러한 돈키호테들을 모아놓은 갤러리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돈키호테 식의 카피 몇줄을 집어넣은 온통 까만 쪽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기 등장하는 돈키호테들은 척보아도 그럴 듯 합니다만, 선정기준이 무엇이었는지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면서 모은 필진의 순간적인 번뜩임에서 나온 것 아닐까 싶습니다. <올랭피아>를 그린 마네는 전통과 형식을 무시하고 창녀를 모델로 한다는 발상을 했던 것이 후세 화가들의 패러디를 낳았다는 서술을 읽으면서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던 패러디작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작품은 이 책에 싣지는 않았지만, 화단의 숫한 돈키호테들 가운데 마네를 인용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 듯 모를 듯합니다.


고흐와 테오를 인용한 것은 고흐보다는 테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돈키호테의 또 하나의 주인공 산초판사를 재해석하기 위함으로 보여 반가웠습니다. 때로는 주연보다 감칠맛이 나는 조연에 더 눈이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만, 고흐의 그늘에 가려진 테오야 말로 고흐가 있게 한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을 단지 반대를 무릅쓰고 찬사를 이끌어낸 돈키호테로 묘사한 것은 당시 상황의 단면만을 읽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키호테가 달리 돈키호테이겠습니까? 세상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읽는, 쉽게 말하면 단순무식하기 때문에 하려는 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남의 시선 따위는 관심이 없는 것이지요. 세종께서 모화사상에 찌든 중신들의 반대를 염두에 두지 않으셨을 리가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반대를 물리칠 방안까지도 마련하셨을 것이므로 세종대왕을 돈키호테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프루스트도 단지 ‘마들렌에서 위대함을 찾아냈다’라는 식으로 해석한 것도 그가 작가라는 점을 간과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마들렌이 섞인 홍차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장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세상을 제 잘난 맛으로 읽는 돈키호테들의 색다른 시각을 읽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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