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 다시, 도덕경
박영규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여행을 하다보면 복을 구하면 영험하다는 곳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복(祈福)을 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응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유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일이므로 더 기다려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에 예루살렘을 여행하면서 통곡의 벽에 손을 짚었을 때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기독교신자가 아닌 까닭도 있었겠지만, 누군가에게 저 자신의 복을 빌어볼까 하는 욕심이 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돌아가신 부모님께 ‘이곳까지 올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들끓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조금씩 커가는 중에 노자를 읽으면서 큰 공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 http://blog.joins.com/yang412/11957739>을 오강남교수의 해제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특히 오교수님이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까닭에 특히 종교학, 철학 등을 비롯한 방대한 영역에서의 폭넓은 사색의 결과를 녹여낸 해제 덕분에 원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도덕경을 다시 만났습니다. 박영규교수님의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입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세상이 밝아진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다시, 도덕경’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것은 <도덕경>을 인용하여 세상사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보니 저자는 얼마 전에 <다시, 논어; http://blog.joins.com/yang412/15149926>로 만나본 바 있었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하여 한 해전에 두어달 병석의 누워있으면서 비움의 미학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최대한도로 꾸밈과 표현을 제거하여 예술 형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를 탐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예술 사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극소주의’라는 우리말이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을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노자의 <도덕경>에 담긴 비움의 미학이 저자에게 커다란 울림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자는 ‘개인적인 체험을 기반으로 간소한 삶의 가치를 살펴보는데 있어 <도덕경>에서 단초를 구했을 뿐’ 본격적인 해설서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가 나무에 기대어 편히 쉬는 마음으로 노자의 어깨를 빌린 것’이랍니다.


모두 18개의 주제에 대한 발제형식의 글을 붙이고, 68개의 이야기들을 나누어 묶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에 맞춤한 노자의 가르침을 <도덕경>에서 찾아 붙였습니다. 물론 노자 이외에도 다양한 선현들의 좋은 말씀도 같이 인용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구절을 몇 가지 골라봅니다. 최근에 요르단의 페트라를 여행하면서 다시 떠올렸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십자군>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성배를 찾아가는 여정의 마지막이 페트라를 무대로 하였는데, 절벽 위에 숨겨져 있는 다리를 찾아내는 암구어 “사자의 머리에서 뛰는 자 만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라는 구절은 절벽 위에 숨겨져 있는 다리는 신념이 있는 자만이 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도덕경 17장에 나오는 신부족유불신(信不足有不信)을 인용하면서 ‘믿는 마음으로 비워라’라고 한 저자의 해설로 이 장면이 잘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비움의 미학을 말하는 대표적인 구절은 <도덕경> 44장에 나오는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으니, 오래토록 갈 수 있다’)인데. 심지어는 이를 줄여 지족불욕하면 가이장구라고 설명합니다.


비움을 큰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치들을 두루 설명하고 있으니 곁에 두고 짬짬이 읽어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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