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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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 갔을 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를 발견한 올두바이협곡을 방문하였습니다. 인류의 선조를 발견한 장소에 세운 초라한 박물관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두바이협곡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찾아 공부를 하면서 인류의 기원을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선행학습이 있었던 인연으로 사이언스리더스리더에서 제공하는 책을 고를 때 <인류의 기원>을 고르게 된 것입니다.


<인류의 기원>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인류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인 이상희교수가 <과학동아>에 연재해온 인류의 진화에 관한 칼럼을 엮은 것입니다. 사실 전문가가 일반을 대상으로 자신이 연구한 분야에 대하여 설명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인류의 기원>은 용어도 생소한 고인류학에 대한 내용을 아주 쉽게 정리하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인류학의 계보에 관한 내용 뿐 아니라 가끔은 고인류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화도 섞어서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인류학에서는 인류의 기원과 관련하여 아프리카 기원설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자신이 옹호하는 다지역 진화론 혹은 다지역 연계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자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주류의 이론에 대한 반론은 조금 더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하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서로 교류하며 유전자 이동을 통해 계속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왔다는 다지역 진화론은 최근의 유전학적 연구 결과와도 부합’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첫 번째 이야기에서 발견한 몇 가지 오류 때문입니다. 인류의 식인습관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화인류학 분야에서나 유전학적 연구결과 등을 보면 과거 어느 시점까지는 식인습속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파푸아뉴기니의 고산지대에 사는 포레족 사이에서 번지던 쿠루라는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가이듀섹박사가 쿠루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침팬지실험을 한 것은 사실이나 쿠루의 원인체로 단백질의 일종인 프리온을 지목한 것은 가이듀섹이 아니라 푸르시너박사라는 점입니다. 가이듀섹박사는 슬로우바이러스가 쿠루병을 옮기는 병원체 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물론 가이듀섹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프루시너박사 역시 프리온가설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쿠루병이 죽은 사람을 맨손으로 다루었던 것이 전염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가설도 잘못된 것입니다. 가이듀섹박사는 쿠루병으로 죽은 환자의 뇌를 해부하여 꺼낼 때 맨손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쿠루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쿠루병은 환자의 뇌조직을 먹은 사람에서 오랜 잠복기를 거쳐서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제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인류학 분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깊이와 가독성 모두에서 만족할만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그림이 고인류의 화석이나 고인류학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대한 그림자료가 풍부했더라면 하는 점도 조금 더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머리말에서 인용한 존 스타인벡의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고인물처럼 썪어들어가던 미국의 문제점, 특히 인종 간의 문제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에 방점이 찍히는 것을 보고는 책을 어떻게 읽는가는 독자마다의 시각이 다르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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