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의사
아미트 고스와미 지음, 최경규 옮김 / 북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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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는 일이 점점 분업화되다보니 의사라는 직업도 자꾸 나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부대장 관사에서 키우는 애완견을 돌보아야했다고 푸념하는 군의관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만, 옛날에는 의원이 병든 동물을 돌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수의학이 독립했고, 요즈음은 수의사에서 수산동물관리사라는 일종의 어의사가 전문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 같습니다.


추세는 그렇다고 쳐도 <양자의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듣는 직업인 듯 싶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분은 저와 같이 근무하시는데, 대학에 계실 때 안식년을 인도에서 요가를 미얀마에서 명상을 수련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도에 계실 때 인연으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신 듯합니다. ‘양자물리학자가 설명하는 종합의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미래의학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완전한 삶>을 쓴 하버드의대 출신 의사이자 작가인 디펙 초프라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고대 인도 사상과 현대 물리학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용기와 지혜를 가지고 마음과 신체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이론을 세울 필요를 충족시켜준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주류의학, 즉 현대의학은 시술과정이 너무 침습적이고 위험한 부작용이 많고, 특히 만성이나 퇴행성 질환에 대한 치료모델이 아직 없으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러 다른 철학에 바탕을 둔 많은 대체의학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체의학이란 인도나 중국의 전통의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현대의학은 과학적 방법을 통하여 근거중심의 치료를 수행합니다. 전통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전통의학은 저자의 논리대로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 아직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은 영역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의학의 치료효과는 분명 있다고 보기 때문에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정신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양자물리학자인 저자는 양자의학이야말로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을 하나로 묶어 통합의학의 이론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을 <양자의학>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현대의학에 대한 이론보다는 전통의학에 주장하는 것들을 양자물리학으로 설명하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양자물리학이 어렵기는 합니다만, 슈뢰딩거, 하이젠베르그 등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그 기본 이론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백과에 정리된 양자물리학의 설명을 보면, ‘이러저러한 힘을 받는 물체가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물리학의 한 이론’으로 ‘프랑크와 보어의 초기 양자역학은 전자의 궤도가 점프하는 현상을 강조한 반면 후기의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은 전자의 위치가 확률적 분포로 밖에 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형식은 성립되었어도, 그 물리적 해석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뉴턴의 고전물리학은 끝났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싶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은 전통의학을 양자물리학이라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양자물리학으로 설명하려다보니 구체적이지 못하고 역시 추정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노정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이 책의 1부는 종합의학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2부는 대체의학에 머물고 있는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와 차크라, 중국의 전통의학 그리고 동종요법을 다루었습니다. 3부는 심신의학을 양자물리학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4부는 영적치유를 역시 양자물리학으로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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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 사유의 풍경으로 걸어 들어가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백선희 옮김 / 책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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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걷기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주말마다 시내 혹은 근교에 있는 걷기 좋은 곳을 찾아 걷고는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걷기와 철학하기를 하나로 묶은 로제 폴 드루아교수의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에 예사롭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프랑스 국제철학학교의 로제 폴 드루아 교수님은 이미 세 번이나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가 쓴 <처음 시작하는 철학; http://blog.joins.com/yang412/13199292>과 <위대한 생각과의 만남; http://blog.joins.com/yang412/13228271>은 특히 저처럼 철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을 위해서 좋은 안내서가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나온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은 <일상에서 철학하기; http://blog.joins.com/yang412/12905092>와 앞서 소개한 두 권의 책을 잘 조합한 기획이라는 생각입니다. <일상에서 철학하기>에서처럼 저자는 철학의 걷기라는 일상의 삶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철학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말하기와 생각하기를 걷기와 연결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라고 한다면 ‘걷기’는 ‘앞으로 나아가기’라는 의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은 걷기와 말하기와 생각하기의 관계를 둘러싸고 구성되었다”라고 하면서도 “이 세 가지가 하나의 동일한 활동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21쪽)”라고 한발 물러서기도 합니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걷기와 연결합니다. 산책이라는 큰 틀을 두고 첫 번째는 엠페도클레스, 프로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론, 디오게네스, 세네카, 아폴로니오스 등 여덟명의 서양의 고대 철학자들의 생각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붓다, 노자, 공자, 힐렐, 샹카라, 밀라레파 등 고대 중국과 유대, 흰두, 티베트의 현인들의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저자가 철학을 공부할 무렵까지만 해도 유럽사회는 철학이 서양만이 가지는 고유한 활동으로 믿었다는 고백을 곁들이면서 이를 체계화하기 위하여 헤겔, 후설, 하이데거의 3H를 동원하여 철학은 ‘오로지 그리스인들에게서만’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유럽인들의 편견이었고, 동양에서의 철학은 분명 독특한 점이 있어 배울만하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오컴의 윌리엄, 몽테뉴, 데카르트, 디드로, 루소, 칸트, 헤겔 등 근대 유럽의 철학자들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쾨로시 초머 샨도르, 마르크스, 소로, 키에르케고르, 니체, 비트겐슈타인 등 현대의 철학자들을 꼽았습니다.


물론 모든 철학자들이 걷기를 즐겨한 것은 아닙니다. 저자 역시 노자는 걷기보다는 소나 당나귀를 타곤했다면서 ‘노자는 걷는 것이 아니라 노자와 함께 세상이 걷는다’라고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프로타고라스의 걷기는 그저 왕복운동에 불과할 뿐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합니다. 역시 철학은 진리를 향한 걷기이기 때문에 실재적이고, 결연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걷기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세네카의 걷기에서 걷기와 생각하기의 관계를 짚었습니다. ‘우리는 생각하듯이 걷고, 걷듯이 생각한다’라는 알쏭달쏭한 비유를 들기도 합니다. 그 점이 못내 걸렸던지 두 번째 산책이 끝난 뒤에 쉬어갈 겸해서 끼워넣은 간주곡에서 생각하기와 걷기와의 관계를 다시 짚었습니다. 저자 역시 걷기와 생각하기 사이에 인과관계 같은 즉각적인 관계,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하고 하였습니다. 즉 ‘나는 걷는다. 고로 생각한다’와 같은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의 차원을 떠나 철학적 생각과 고유의 방식으로 바라보면, 걷기와 생각하기의 닮은 점이 분명해진다고 합니다. 즉, ‘서서하는 사유, 뭄을 일으킨 사유로서 철학은 미미한 사물들, 비천하고 경멸할 만한 사물들에 몰두해 거기서 절대와 지속적인 진리의 단편을 찾을 수도 있다.(105쪽)’는 것입니다. 그의 전작 <일상에서 철학하기>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점입니다. ‘잘 생각한다는 건 철학적 사유를 걷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걷기는 사실 나아가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철학자로 걸으면서 누군가의 말에도 귀를 기울인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을 철학자는 생각하며 말한다’고 합니다. 결국 걷기, 생각하기, 말하기, 등 세가지 요소는 철학하기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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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법칙 - 생명에 관한 대담하고 우아한 통찰
션 B. 캐럴 지음, 조은영 옮김 / 곰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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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아프리카여행을 시작하면서 세렝게티를 찾았던 첫날, 술렁거리는 누떼의 근처에서 사냥한 누를 포식하고 늘어져 있는 사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사자가 남긴 누의 주검에서 한끼 식사를 챙기려고 기다리는 하이에나와 흰등독수리를 보면서 초원의 동식물 사이에 존재하는 먹이사슬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먹이사슬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세렝게티 법칙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5123232).


그 법칙을 설명한 션 B. 캐럴교수의 <세렝게티 법칙>를 읽게 되었습니다. 사이언스올 온라인 독서클럽이 주관하는 사이언스리더스리더 2기에 선정된 덕분입니다. 위스콘신대학교 메디슨 캠퍼스에서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바이러스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대자연의 법칙을 찾아낸 것입니다. 저자는 ‘단지 몇 개의 법칙을 나열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내가 소개할 법칙들을 생명의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힘겹게 진행된 과학적 탐구의 성과물이다.(26쪽)’라고 말합니다.


앞선 과학자들이 생명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하여 해온 일들을 잘 연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그 현장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바로 생태계 먹이사슬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현장 세렝게티를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세렝게티를 다녀왔기 때문에 저자가 설명하는 생태계의 법칙이 머릿속에서 쉽게 그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세렝게티에서 야영하면서 갑자기 등장한 코끼리를 피해 텐트 안에서 숨을 죽이던 순간을 적으면서 하버드의대의 생리학자 월터 캐넌교수가 제창한 ‘투쟁-도피반응’을 실감했다는 이야기로부터 인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들이 어떻게 미세하게 조절되는가를 설명합니다. 또한 세렝게티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 사이의 먹이사슬을 설명할 생태계의 법칙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낸 생태계의 법칙들을 사진과 그래프 등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감을 더하게 됩니다.


2부에서는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조절의 기전, 즉 생명의 기전을 설명합니다. 조절기전은 단순하게 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도 깨닫게 해줍니다. 그래서 ‘생명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리로 연결된 상호작용이 긴 사슬에 의해 지배된다(97쪽)’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호작용에 적용되는 조절의 보편적 법칙과 생명의 논리는, 1. 양성 조절, 2. 음설 조절, 3. 이중부정의 논리, 4. 피드백 조절 등 몇 가지 간단한 법칙으로 요약됩니다.


3부에서는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먹이사슬을 설명하는 법칙, 즉 세렝게티의 법칙을 소개합니다. 1. 모든 동물이 다 동등한 것은 아니다(핵심종), 2. 어떤 종은 영영 종속을 통해 강력한 간접 효과를 매개한다, 3. 어떤 종들은 공유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경쟁), 4. 동물의 몸 크기가 조절의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5. 어떤 종은 밀도에 따라 조절된다(밀도), 6, 이주는 동물의 수를 늘린다, 등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이들 법칙 역시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조절의 보편적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 조절의 보편적 법칙이 깨져 교란된 생태계를 복원한 사례도 소개합니다. 위스콘신의 주도 메디슨에 있는 멘도타호수의 녹조를 해결하는 과정과 모잠비크의 고롱고사 국립공원을 되살린 사례입니다. 특히 멘도타호수의 녹조를 해결한 과정은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녹조문제의 해결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와 위스콘신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한 것은 같은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나 해결방안을 찾는 사람들이 가지는 인식의 차이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관련된 분들이 <세렝게티 법칙>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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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에 대하여 - 질병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신경 쓰이고 불편을 초래하는
프랜시스 오고먼 지음, 박중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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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벽 5시 40분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가 봅니다. 일찍 일어나면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책을 읽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걱정을 조금은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젊었을 적에 하던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넘치는 의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의욕을 조금 내려놓았더니 걱정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걱정에 대하여>를 읽게 된 것을 보면, 걱정에 대한 관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미지의 미래에 관해서 초조해하는 반복적 경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독자께ㅐ서는 부디 이 책 읽기를 중단해주시라(11쪽)’는 저자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이 책이 “걱정이라는 일에 관한, 그리고 걱정하는 ‘남자’의 일에 관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고려말 문장가 이조년은 ‘다정(多情)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라고 했습니다만, ‘걱정도 병이 아닐까’하는 걱정도 해봅니다. 다행히 읽다보니 이 책은 ‘걱정’을 정의하기는 하지만 걱정을 의학적으로 정의하여 질병으로 규정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다만 걱정의 의미에 관한 문학적이고 철학적 사색이라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얼개를 정리해두었습니다. 제1장은 “걱정의 임시적 정의를 콕 집어서 내린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읽다보니 걱정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무려 70여 쪽을 끌고가더니 손에 잡히는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5, DSM-5>에서 강박장애를 인용하는 바람에 의학적 정의를 내리는가 하였습니다만, 걱정을 강박장애의 수준으로까지 끌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작가를 포함하여 주변인물들의 걱정을 살피는 일에서 시작하여 고금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걱정에 이르기까지 걱정의 역사를 살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제2장에서는 “20세기 초부터 걱정에 '대처‘하기 위해 나타난 여러 가지 전략들을 음미했다”라고 하였습니다. 주로 다양한 자기계발서를 살펴았는데, 결론은 자아에 관한 믿음이야말로 걱정의 근원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최근에 읽은 자기계발서 <리미널 씽킹>에서 믿음이란 것이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 것인지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파헤친 것에 공감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에 대하여>가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는 아니라고 저자는 강변을 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결국은 자기계발서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3장에서는 “이 거대사로부터 대두하는 현행 문제들을 고려했다”라고 합니다. 걱정을 걱정하는 일을 지나치게 문제화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특히 미래, 그럴싸함, 인과관계, 합리성 그리고 언어와 정신의 관계 등에서 걱정에 대한 철학적 논쟁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문제를 철학적으로 키워보려는 시도를 합니다. 걱정을 이성과 연결하여 관계지으려 든 것입니다. ‘철학’이라고 하니 괜시리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긴장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제4장에서는 “걱정꾼이 됨으로써 생기는 이득의 계산이라는, 얼핏 보기엔 가능하지 않을 법한 과제를 다루었다”고 하였습니다. ‘걱정에도 장점이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눙치면서 진화론적 접근에서부터 걱정으로부터 희망을 불러오더니 아주 노골적으로 걱정이 가지는 장점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걱정꾼의 행복이 과거에 있다고 하였는데, 사실 걱정하는 사람들치고 현재 혹은 미래의 행복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지 과거에 행복했다는 이유로 걱정을 접으려는 걱정꾼은 없지 싶습니다. 나아가 문학이 걱정꾼의 산란함에 오히려 좋지 못할 뿐이며, 시각 형태와 음악형태의 예술이 걱정에 대한 더 나은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꼭 그럴까요?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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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리미널 씽킹 -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부터
데이브 그레이 지음, 양희경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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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해보라’라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중국의 성어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용례를 보면 주로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깨우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즉, 역지사지란 피아(彼我)의 입장에 차이가 있을 터이니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보라는 의미인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행하기가 쉽지 않음을 암시한다고 보겠습니다.


이 사자성어는 <맹자>의 ‘이루 하(離婁 下)’편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자께서 우나라의 하임금과 순임금 때 농업을 관장한 후직이 세 번씩이나 자기 집의 앞을 지나면서도 집에 들르지 않은 것을 들어 현명하다 하였으며, 제자 안회가 누추하게 살면서도 안빈낙도한 것을 두고 현명하다 칭찬한 것을 들어, 그 세 분은 처지가 바뀌어도 모두 그럴 것(易地則皆然)이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역지즉개연’은 긍정적인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피아의 시각이 전혀 다른 것은 아마도 자신의 믿음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인데 견고한 믿음을 깨는 것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피아의 중간에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중용(中庸)의 묘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디자인 전략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는 데이브 그레이대표가 쓴 <기적의 리미널 씽킹>을 읽으면서 바로 중용지묘를 변화와 혁신의 기본으로 삼자는 이야기구나 했습니다.


라틴어 ‘리멘(Limen)’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 ‘리미널(Liminal)’은 경계, 한계 등을 뜻합니다. 테드 컨퍼런스를 창설한 리처드 사울 워먼의 설명대로라면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거나, 옛날 방식이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뜻하는 게 아니라, 둘 다 그렇기도 하고 둘 다 아니기도 한 것을 의미(13쪽)’한다는 것입니다. 즉 ‘경계에서 생각하기’가 바로 개혁과 혁신을 불러오는 좋은 방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책의 저자는 커트 행크스가 쓴 <발상과 표현기법>을 읽고 감명을 받아, 저자와 교신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믿음이 개인뿐 아니라, 팀, 가족, 조직, 국가 심지어는 세계 차원에서도 변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커트가 제시한 다음의 명제를 읽어보면 그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믿음을 구축하고 그것에 자신을 속박한다. 믿음은 우리를 집중하게 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일하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가능성으로부너 우리의 눈을 멀게 하고, 혼란과 두려움과 의심을 안겨줌으로써 우리를 제한할 수도 있다(19-20쪽” 어떻습니까? 모두에 말씀드렸던 역지사지가 쉽지 않은 이유가 분명해지지 않습니까?


저자는 서론에서 리미널 씽킹, 즉 ‘경게에서 생각하기’를 설명하고, 1부에서는 ‘시각장애우들이 코끼리를 만지고 어떻게 설명했는가’하는 유명한 우화를 예로 들어, 실제가 아니며 사실이 아닐 수 있는 믿음의 정체를 밝히고 그 믿음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믿음이 어떻게 스스로를 구속하게 되는가를 설명합니다. 믿음이란 필요에 의하여 스스로 만들어낸 다음에 이를 서로 공유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믿음의 사각지대가 생기게 되고 그것이 점점 커지면서 스스로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믿음까지도 방어하기에 이릅니다.


2부에서는 자신을 속이는 믿음이라는 감옥으로부터 탈출하는 9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먼저 스스로가 객관적이지 않다고 가정하는데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비워서 어떠한 것이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수련과정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주화입마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지대를 만드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다음 단계로는 다각도로 바라보고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연결하도록 합니다. 아홉 가지의 방법에 익숙해지면 어느새 변혁의 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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