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 사유의 풍경으로 걸어 들어가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백선희 옮김 / 책세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한 때는 걷기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주말마다 시내 혹은 근교에 있는 걷기 좋은 곳을 찾아 걷고는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걷기와 철학하기를 하나로 묶은 로제 폴 드루아교수의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에 예사롭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프랑스 국제철학학교의 로제 폴 드루아 교수님은 이미 세 번이나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가 쓴 <처음 시작하는 철학; http://blog.joins.com/yang412/13199292>과 <위대한 생각과의 만남; http://blog.joins.com/yang412/13228271>은 특히 저처럼 철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을 위해서 좋은 안내서가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나온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은 <일상에서 철학하기; http://blog.joins.com/yang412/12905092>와 앞서 소개한 두 권의 책을 잘 조합한 기획이라는 생각입니다. <일상에서 철학하기>에서처럼 저자는 철학의 걷기라는 일상의 삶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철학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말하기와 생각하기를 걷기와 연결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라고 한다면 ‘걷기’는 ‘앞으로 나아가기’라는 의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은 걷기와 말하기와 생각하기의 관계를 둘러싸고 구성되었다”라고 하면서도 “이 세 가지가 하나의 동일한 활동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21쪽)”라고 한발 물러서기도 합니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걷기와 연결합니다. 산책이라는 큰 틀을 두고 첫 번째는 엠페도클레스, 프로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론, 디오게네스, 세네카, 아폴로니오스 등 여덟명의 서양의 고대 철학자들의 생각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붓다, 노자, 공자, 힐렐, 샹카라, 밀라레파 등 고대 중국과 유대, 흰두, 티베트의 현인들의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저자가 철학을 공부할 무렵까지만 해도 유럽사회는 철학이 서양만이 가지는 고유한 활동으로 믿었다는 고백을 곁들이면서 이를 체계화하기 위하여 헤겔, 후설, 하이데거의 3H를 동원하여 철학은 ‘오로지 그리스인들에게서만’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유럽인들의 편견이었고, 동양에서의 철학은 분명 독특한 점이 있어 배울만하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오컴의 윌리엄, 몽테뉴, 데카르트, 디드로, 루소, 칸트, 헤겔 등 근대 유럽의 철학자들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쾨로시 초머 샨도르, 마르크스, 소로, 키에르케고르, 니체, 비트겐슈타인 등 현대의 철학자들을 꼽았습니다.


물론 모든 철학자들이 걷기를 즐겨한 것은 아닙니다. 저자 역시 노자는 걷기보다는 소나 당나귀를 타곤했다면서 ‘노자는 걷는 것이 아니라 노자와 함께 세상이 걷는다’라고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프로타고라스의 걷기는 그저 왕복운동에 불과할 뿐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합니다. 역시 철학은 진리를 향한 걷기이기 때문에 실재적이고, 결연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걷기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세네카의 걷기에서 걷기와 생각하기의 관계를 짚었습니다. ‘우리는 생각하듯이 걷고, 걷듯이 생각한다’라는 알쏭달쏭한 비유를 들기도 합니다. 그 점이 못내 걸렸던지 두 번째 산책이 끝난 뒤에 쉬어갈 겸해서 끼워넣은 간주곡에서 생각하기와 걷기와의 관계를 다시 짚었습니다. 저자 역시 걷기와 생각하기 사이에 인과관계 같은 즉각적인 관계,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하고 하였습니다. 즉 ‘나는 걷는다. 고로 생각한다’와 같은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의 차원을 떠나 철학적 생각과 고유의 방식으로 바라보면, 걷기와 생각하기의 닮은 점이 분명해진다고 합니다. 즉, ‘서서하는 사유, 뭄을 일으킨 사유로서 철학은 미미한 사물들, 비천하고 경멸할 만한 사물들에 몰두해 거기서 절대와 지속적인 진리의 단편을 찾을 수도 있다.(105쪽)’는 것입니다. 그의 전작 <일상에서 철학하기>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점입니다. ‘잘 생각한다는 건 철학적 사유를 걷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걷기는 사실 나아가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철학자로 걸으면서 누군가의 말에도 귀를 기울인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을 철학자는 생각하며 말한다’고 합니다. 결국 걷기, 생각하기, 말하기, 등 세가지 요소는 철학하기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