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 법칙 - 생명에 관한 대담하고 우아한 통찰
션 B. 캐럴 지음, 조은영 옮김 / 곰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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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아프리카여행을 시작하면서 세렝게티를 찾았던 첫날, 술렁거리는 누떼의 근처에서 사냥한 누를 포식하고 늘어져 있는 사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사자가 남긴 누의 주검에서 한끼 식사를 챙기려고 기다리는 하이에나와 흰등독수리를 보면서 초원의 동식물 사이에 존재하는 먹이사슬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먹이사슬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세렝게티 법칙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5123232).


그 법칙을 설명한 션 B. 캐럴교수의 <세렝게티 법칙>를 읽게 되었습니다. 사이언스올 온라인 독서클럽이 주관하는 사이언스리더스리더 2기에 선정된 덕분입니다. 위스콘신대학교 메디슨 캠퍼스에서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바이러스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대자연의 법칙을 찾아낸 것입니다. 저자는 ‘단지 몇 개의 법칙을 나열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내가 소개할 법칙들을 생명의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힘겹게 진행된 과학적 탐구의 성과물이다.(26쪽)’라고 말합니다.


앞선 과학자들이 생명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하여 해온 일들을 잘 연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그 현장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바로 생태계 먹이사슬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현장 세렝게티를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세렝게티를 다녀왔기 때문에 저자가 설명하는 생태계의 법칙이 머릿속에서 쉽게 그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세렝게티에서 야영하면서 갑자기 등장한 코끼리를 피해 텐트 안에서 숨을 죽이던 순간을 적으면서 하버드의대의 생리학자 월터 캐넌교수가 제창한 ‘투쟁-도피반응’을 실감했다는 이야기로부터 인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들이 어떻게 미세하게 조절되는가를 설명합니다. 또한 세렝게티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 사이의 먹이사슬을 설명할 생태계의 법칙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낸 생태계의 법칙들을 사진과 그래프 등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감을 더하게 됩니다.


2부에서는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조절의 기전, 즉 생명의 기전을 설명합니다. 조절기전은 단순하게 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도 깨닫게 해줍니다. 그래서 ‘생명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리로 연결된 상호작용이 긴 사슬에 의해 지배된다(97쪽)’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호작용에 적용되는 조절의 보편적 법칙과 생명의 논리는, 1. 양성 조절, 2. 음설 조절, 3. 이중부정의 논리, 4. 피드백 조절 등 몇 가지 간단한 법칙으로 요약됩니다.


3부에서는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먹이사슬을 설명하는 법칙, 즉 세렝게티의 법칙을 소개합니다. 1. 모든 동물이 다 동등한 것은 아니다(핵심종), 2. 어떤 종은 영영 종속을 통해 강력한 간접 효과를 매개한다, 3. 어떤 종들은 공유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경쟁), 4. 동물의 몸 크기가 조절의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5. 어떤 종은 밀도에 따라 조절된다(밀도), 6, 이주는 동물의 수를 늘린다, 등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이들 법칙 역시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조절의 보편적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 조절의 보편적 법칙이 깨져 교란된 생태계를 복원한 사례도 소개합니다. 위스콘신의 주도 메디슨에 있는 멘도타호수의 녹조를 해결하는 과정과 모잠비크의 고롱고사 국립공원을 되살린 사례입니다. 특히 멘도타호수의 녹조를 해결한 과정은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녹조문제의 해결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와 위스콘신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한 것은 같은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나 해결방안을 찾는 사람들이 가지는 인식의 차이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관련된 분들이 <세렝게티 법칙>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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