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
모니카 렌츠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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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만, 가급적이면 우아하게 죽음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는 저자가 스위스 장크트갈렌 종합병원에서 정신종양학의사로 17년간 근무하면서, 임종을 앞둔 환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같은 심리적 증상을 진단, 치료, 관리하면서 경험한 죽음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임종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과 지식을 공개하여 가족을 위로하고 의사와 관련자들을 고무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삶에 대한 미련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죽음이란 ‘성공한 삶과의 이별’, ‘본인이 자신의 죽음에 동의하는 경우’, ‘고통 없이 눈을 감는 것’, 혹은 ‘자신의 죽음을 또렷이 마주할 수 있을 때’ 등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죽음은 마치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영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열어야 하는 현관문과 같다(31쪽)’라고 정의합니다. 죽음은 사후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의 초기단계라는 의미가 읽힙니다. 그그리하여 임종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첫째, 통과이전(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경계선), 둘째, 통과 순간(이 경계를 넘는 순간), 셋째, 통과이후(경계를 통과한 이후) 등입니다. 한편 통과이후를 내세가 아닌 여전히 이승에 머물러 있지만, 이승에서 가장 멀리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하는 것을 보면 죽음 이후의 세계의 존재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임사체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죽음의 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경험하는지는 의학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어떤 감정이 들었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죽음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죽음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불안에 휩싸인 분들이나 심한 통증으로 고통을 받는 분들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죽음은 곧 이별입니다. 따라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진했던 것들, 특히 남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특히 갈등이 있던 가족들과 화해하는 과정은 떠나는 사람이나 남아있는 사람 모두에게 심리적인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임종준비란 죽어가는 사람의 내적 요구를 들어주고 그 이후에 그가 편안히 숨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죽어가는 사람들도 소리를 듣는다,(117쪽)’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 역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맞이하는 분에게 작별하는 순간의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하라는 권유를 듣기도 했습니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신경생물학적 검사를 통하여 임종의 순간에 대뇌의 활동을 기록해본 바에 따른 연구결과에서도 도출된 결론일 수도 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죽은 분으로부터 확인되지는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죽어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하여 그들이 좇고 있는 것은 궁극적, 신적인 완성을 예감할 수 있고 추측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만, 죽음은 무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같은 맥락일 수도 있겠습니다.

부록에 적은 것처럼 이 책은 10년간 1,000명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수행한 ‘죽음 전이’에 관한 연구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며, 게다가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는 학문적인 서술을 담고 있어 딱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공부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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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처럼 2017-12-14 08:06   좋아요 0 | URL
제 경우는 임사체험을 믿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사후세계에 대해서도 아직은 믿지는 않고 있지요. 하지만 관심은 가지고 있답니다.
 
여행의 심리학 - 유쾌한 심리학자의 기발한 여행안내서
김명철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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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여행까지 엮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유쾌한 심리학자의 기발한 여행안내서’라는 부제처럼 <여행 심리학>은 심리학을 전공하는 분이 여행을 통하여 얻은 심리학적 견해를 정리한 것입니다. 여행하면 생각해야 하는 다섯 가지 요소별로 심리학적 분석(너무 거창한가요?)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여행을 위한 고민을 담았다고 하겠습니다.

1장은 떠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2장은 ‘여행하다’의 5가지 용법, 3장은 여행을 망치는 주범 3가지, 4장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5가지, 5장은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하여, 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사실은 심리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젊은 배낭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여행과 여행에서 주의할 점들을 정리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물론 심리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1장에서는 심리학의 개념인 접근-회피 동기를 이용하여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한 메릴랜드 대학의 이소 아흘라를 인용합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유래한 접근-회피 동기의 개념은 이렇습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얻고 무언가를 하려는 ‘접근 동기’에 따라 행동에 나서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피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는 ‘회피 동기’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23쪽)”는 것입니다. 아흘라에 따르면 이 개념은 여행에도 꼭 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은 도피이자 탐색이며 탈출이자 추구’입니다. 한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가 사람들을 유혹하였습니다. 이 광고는 열심히 일한데 대한 보상처럼 느껴지지만 일로 인한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자극한 셈입니다.

접근과 회피 동기 사이에 놓인 무게의 중심에 따라 회피동기 쪽으로 가면 방랑자가 접근동기 쪽으로 가면 탐험가가 되는 것입니다.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방송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여행자들의 행동방식에서 다양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개방적이고 활달한 여행자가 있는가 하면 차분하고 치밀한 여행자도 있습니다. 이는 내향성, 혹은 외향성인 성격에 따른 것으로 여행방식이나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을 결정하는데 있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합니다.

제 경우는 자연경관을 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에 비중을 두는 편입니다. 이처럼 역사유적지에 끌리는 이유를 <황금가지>로 유명한 제임스 프레이저의 ‘유사성 원리’와 ‘감염 원리’라는 마법적인 요소로 설명합니다. 유사성 원리는 ‘비슷한 행동이나 현상이 비슷한 결과를 부른다’는 인간의 원초적 믿음에 바탕을 두었으며, 감염원리는 ‘한번 접촉한 것은 영원히 접촉된 것’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합니다. 감염원리라는 원초적 심리과정과 역사적․사회적 의미 부여라는 고차적 인지과정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유적지에 대하여 사람들이 당연히 흥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2장은 바로 여행의 테마를 어떻게 잡는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행에는 다양한 요소가 개입되는데, 기본요소로는 음식이나 기후, 경치 등이 대표적이고, 여행을 망칠 수도 있는 불만요소로는 위생문제와 안전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2장에서 논하는 여행의 구체적인 주제가 되는 강렬하고 매력적인 요소들로, 역사 유적, 여행지에서의 활동, 사교활동 그리고 쇼핑 등이 있습니다. 저자는 여행지에서의 활동의 종류로는 온몸으로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무엇(저자의 경우는 중국 쓰촨성 쑹판에서 경험한 2박3일의 말트레킹을 꼽았습니다)을 먼저 꼽았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르는 요령으로는 1. 즐길 수 있는 스릴과 불편한 것을 분명하게 할 것, 2. 난이도와 위험도를 따져볼 것, 3. 이들과는 별도로 고려할 요소가 있는가 등입니다. 그밖의 활동으로는 다름을 즐겨보자는 것, 옛 문화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기억과 정체성을 사는 쇼핑 등입니다.

3장에서 논하는 여행을 망치는 주범으로는 분노, 공포, 혐오 등을 들었는데, 공감이 가는 면이 많습니다. 4장에서는 여행의 기본요소라 할 날씨, 음식 풍경, 숙소, 동반자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한 여행의 기술, 마음가짐, 그리고 조건 등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일독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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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 지음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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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저자의 책을 읽기는 <문학속의 철학>이 처음입니다. 사실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다보니 문학 책을 읽으면서 철학적으로 고민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문학속의 철학>은 같은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묶은 것이라고 합니다. ‘서로 친숙하면서도 마주 보는 관계인 문학과 철학이 저자의 오랜 관심사였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주보는 관계라는 저자의 설명이 맞나싶습니다. 사상이나 감정을 상상의 힘을 빌려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 작품으로 시(詩),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을 아우르는 것이 문학(文學)이고 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인생관, 세계관 따위를 탐구하는 학문인 철학(哲學)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함께 문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사유에 자극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할만합니다.

저자는 일곱 개의 문학작품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정리했습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는 ‘윤리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에서는 ‘악이란 무엇인가’를,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는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인가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는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에서는 ’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주제를 논하였습니다.

물론 하나의 책을 각각의 철학적 주제의 중심에 놓기는 했습니다만, 해당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작품은 물론 비슷한 상황이 등장하는 다른 문학작품은 물론, 영화를 비롯한 미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용을 통하여 논조에 탄력을 더합니다. 이미 읽어본 네 작품의 경우는 대체로 이야기의 틀이 쉽게 이해되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의 경우는 아무래도 생각을 더해가면서 읽어야 했습니다.

처음 다룬 <안티고네>는 저도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 화두입니다. 이 작품에서 저자가 인용한 철학적 주제는 ‘동등한 권리를 지난 두 원리’, 즉 ‘가족의 법’과 ‘국가의 법’ 내지는 ‘사적인 윤리’와 ‘공적인 법’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인데, 어쩌면 저자는 이미 안티고네의 편에 서기로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크레온의 ‘국가의 법’은 크레온 자신도 철회한 것처럼 동의하는 자가 아무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크레온이 내세운 ‘국가의 법’이 타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에 더 가까운 편입니다. 요즈음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처럼  저자는 ‘국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은 필요하지만 모든 법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소크라테스조차도 ‘악법도 법’이라면서 사약을 기꺼이 마시지 않았습니까?

<안티고네>에서는 크레온왕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분위기인 것도 사실입니다. 딱히 그래서 제가 크레온왕의 입장을 더 헤아려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작품 속에서는 크레온이 갑이고, 안티고네가 을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크레온이 을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모든 것은 신이 정해놓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이디푸스 왕>이나 <안티고네>에서 지탄은 비극의 씨를 뿌린 신에게 돌아가야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의 비극은 라이오스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라이오스가 왕자 시절 왕위계승문제로 피사로 피신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피사의 왕 펠롭스의 아들 크뤼시포스를 살해하였기 때문에 헤라로부터 저주받게 된 것이라 합니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났을 때, 라이오스의 처남인 크레온이 아폴론신전에 신탁을 받으러 갔던 것도 짚어볼 일이 아닐까요?

저자가 ‘문학속의 철학’라는 주제를 두고 천착한 것은 문학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철학적 주제들, 즉 철학 자체가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문학작품에 들어온 철학이 어떻게 변형되는가 혹은 문학이 철학을 어떻게 자기화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책은 읽는 이 마다의 생각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문학 속의 철학>을 통해서 철학적 시각으로 문학작품을 읽는 방식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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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미중전쟁 1~2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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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 돌아가는 게 꼭 막혀있는 느낌입니다. 만연한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할까요? 그 불안감에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만, 결정적인 것은 북한발 위기가 결정적입니다. 북한이 이어가고 있는 미사일 발사실험과 핵실험은 벼랑 끝 전술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 위협이 된다고 본 미국이 북한에 선제타격을 가해 핵위협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될 터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미국의 선제타격을 반대한다는 우리 정부의 목소리는 오히려 공허하기까지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계가 1950년 6월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없지 않습니다. 북한이 쳐들어오면 바로 격퇴할 준비가 되어 있다던 우리 국군은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낙동강 전선으로 밀려버렸던 불행한 전쟁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이런 불안을 지울 수 있는 속 시원하고 정확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김진명 작가의 <미중전쟁>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가 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으면서 팩션의 힘을 실감한 바 있습니다. 그때처럼 2권으로 된 <미중전쟁>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하여 알고 있는 사실과 저자가 창조해낸 이야기가 잘 섞여들면서 실제상황으로 전개되는 듯한 착각까지 들고, 현 상황이 그가 내린 결론으로 발전해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작가의 말’에 ‘나는 정말 두려운 건 북핵도, 트럼프의 불가측성도, 중국의 경제보복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우리가 분명한 시각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저 눈치만 본다는 사실이다.’라고 적은 김진명 작가의 고백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영흥도에서 일어난 낚시배 침몰사고에서 희생된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 되겠습니다만, 대통령님께서 사고 직후 곧바로 상황통제에 나섰다는 것을 언론에서 보는 것보다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풀기 위하여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태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북한과 미국에 대한 입장표명에서 단호함이 읽히지 않는 것은 왜 그럴까요?

작가 역시 그런 점이 안타까웠던 모양입니다.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가 ‘말로는 북한 핵은 절대 안된다면서도 실제로는 시간만 보내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사드사태를 둘러싸고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보인 행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1부에 등장하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검토하는 가상전쟁의 상황은 너무 긴박하게 돌아가 마치 실제상황 같은 느낌을 주는데, 1부의 말미에 작전개시 몇 초전에 실행을 중단하는 실제상황 같은 훈련을 벌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의 B-1B편대가 F-22 랩터와 함께 한반도 상공으로 전개했다는 소식을 차용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성배기사단이 한반도에서 시작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에 대항하고 있는 중국의 기세를 잠재우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그들의 작전을 역으로 이용해서 상황을 종료시키는 묘수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민족은 중국의 대군을 격퇴한 대단한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반대로 왜적과 청나라가 쳐들어왔을 때는 분열되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인 안타까운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당장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니나 그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합니다만, 안타까운 역사는 잊어버리고 빛나는 역사를 오늘에 되살려야 할 때입니다.

 

- 이 리뷰는 쌤앤파커스의 <미중전쟁>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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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연구 8 (반양장) - 아놀드 토인비, 완결 ㅣ 59클래식Book
아놀드 조셉 토인비 지음, D.C.서머벨 엮음, 김규태.조종상 옮김 / 더스타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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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편인 <역사의 연구8>에서는 새로운 주제인 ‘문명의 시간적 접촉’, ‘역사의 법칙과 자유’ 그리고 ‘서구문명의 전망’을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문명의 시간적 접촉’을 르네상스의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통상 르네상스라 함은 중세말기 헬라스문명의 정신을 되살린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서구 중세의 르네상스가 사멸한 문명이 살아 있는 문명에 영향을 끼친 유일한 예가 아니므로 저자는 르네상스라는 용어를 역사의 흐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이해되기를 희망합니다.

저자는 성장한 문명이 오래 전에 사멸한 부모문명의 ‘망령’과 만나는 르네상스는 흔하면서도 비정상적인 현상이며 대체로 유해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단정합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국 <햄릿>에 등장하는 부왕의 망령이 결과적으로 살아있는 자들의 공멸을 가져온 것처럼, 저자는 정치적 사상과 제도, 철학, 언어와 문학, 시각예술, 종교적 이상과 제도 영역에서 다양한 르네상스의 사례를 들어 그 부정적 효과를 설명합니다. 이런 접근방식은 때로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 자신이 세워놓은 가정에 부합되는 현상에 무게를 두고 부합되지 않은 현상은 인용하지 않거나 비중을 낮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어느 정도는 접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역사의 법칙과 자유’라는 주제에 관하여 저자는 인간의 역사를 움직이는 법칙을 자연의 법칙과 신의 법칙으로 구분합니다. 우주를 지배하는 형이상학적 법칙을 ‘신의 법칙’으로 이해하는 사람들과, 획일적이고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비인격적인 법칙으로 보는 ‘자연의 법칙’으로 구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개념의 차이가 분명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알아내어 놀랄만큼의 성공을 이루었는데, 그 결과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스스로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면 ‘신의 법칙’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해석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을 신에게 의지하는 신의 법칙을 적용해왔다면 이제는 자연의 법칙을 깨달아 이를 활용하여 발전을 이루었다면 거꾸로 ‘신의 법칙’을 탈피하여 ‘자연의 법칙’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논의가 이 지점에 이르면서부터는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문명이 스무 개 남짓하기 때문에일반적인 법칙을 도출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면피용 선언을 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법칙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아예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시작에서 전제로 두었던 도전과 응전을 적용한 일반적인 법칙을 다시 반복합니다. ‘성장은 하나늬 도전이 하나의 성공적인 응전을 불러일으키고 그 응전이 또 새로운 도전을 불러일크틸 때 일어난다(91쪽)’

마지막 주제는 ‘서구문명의 전망’입니다. 서구적 시각을 탈피한다던 초심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집니다. 저자의 말대로 “서구문명은 ‘사회’라는 종 전체 중 하나의 표본일 뿐인데, 그 서구문명의 장래를 전망하면서 종 전체의 역사의 진상을 올바로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입장을 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156쪽)”하는 걱정이 앞섰다는 고백도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읽다보면 인도의 무굴제국을 영국이 지배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팔이 안으로 굽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짚어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구문명만이 유일하게 해체의 조짐을 보이지 않을 뿐 현존하는 7개의 문명가운데 분명 쇠퇴의 기미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하긴 <역사의 연구>가 세상이 나온 순서를 보면, 1934년에 제1~3권이, 1939년에 제4~6권이 간행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후속연구가 미루어졌다가, 1954년에 제7~10권을 간행했고, 1960~1961년에 제11~12권을 간행되어 마무리가 외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완간 이후로도 56년의 세월이 흘러, 세계 역사의 흐름 자체도 달라졌기 때문에 <역사의 연구>를 읽는 이의 시각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입니다. 옮긴이들 역시 <역사의 연구>가 완벽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역사의 연구>를 읽으면서 토인비의 허점을 찾다보면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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