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연구 8 (반양장) - 아놀드 토인비, 완결 59클래식Book
아놀드 조셉 토인비 지음, D.C.서머벨 엮음, 김규태.조종상 옮김 / 더스타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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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편인 <역사의 연구8>에서는 새로운 주제인 ‘문명의 시간적 접촉’, ‘역사의 법칙과 자유’ 그리고 ‘서구문명의 전망’을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문명의 시간적 접촉’을 르네상스의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통상 르네상스라 함은 중세말기 헬라스문명의 정신을 되살린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서구 중세의 르네상스가 사멸한 문명이 살아 있는 문명에 영향을 끼친 유일한 예가 아니므로 저자는 르네상스라는 용어를 역사의 흐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이해되기를 희망합니다.

저자는 성장한 문명이 오래 전에 사멸한 부모문명의 ‘망령’과 만나는 르네상스는 흔하면서도 비정상적인 현상이며 대체로 유해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단정합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국 <햄릿>에 등장하는 부왕의 망령이 결과적으로 살아있는 자들의 공멸을 가져온 것처럼, 저자는 정치적 사상과 제도, 철학, 언어와 문학, 시각예술, 종교적 이상과 제도 영역에서 다양한 르네상스의 사례를 들어 그 부정적 효과를 설명합니다. 이런 접근방식은 때로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 자신이 세워놓은 가정에 부합되는 현상에 무게를 두고 부합되지 않은 현상은 인용하지 않거나 비중을 낮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어느 정도는 접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역사의 법칙과 자유’라는 주제에 관하여 저자는 인간의 역사를 움직이는 법칙을 자연의 법칙과 신의 법칙으로 구분합니다. 우주를 지배하는 형이상학적 법칙을 ‘신의 법칙’으로 이해하는 사람들과, 획일적이고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비인격적인 법칙으로 보는 ‘자연의 법칙’으로 구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개념의 차이가 분명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알아내어 놀랄만큼의 성공을 이루었는데, 그 결과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스스로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면 ‘신의 법칙’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해석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을 신에게 의지하는 신의 법칙을 적용해왔다면 이제는 자연의 법칙을 깨달아 이를 활용하여 발전을 이루었다면 거꾸로 ‘신의 법칙’을 탈피하여 ‘자연의 법칙’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논의가 이 지점에 이르면서부터는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문명이 스무 개 남짓하기 때문에일반적인 법칙을 도출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면피용 선언을 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법칙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아예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시작에서 전제로 두었던 도전과 응전을 적용한 일반적인 법칙을 다시 반복합니다. ‘성장은 하나늬 도전이 하나의 성공적인 응전을 불러일으키고 그 응전이 또 새로운 도전을 불러일크틸 때 일어난다(91쪽)’

마지막 주제는 ‘서구문명의 전망’입니다. 서구적 시각을 탈피한다던 초심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집니다. 저자의 말대로 “서구문명은 ‘사회’라는 종 전체 중 하나의 표본일 뿐인데, 그 서구문명의 장래를 전망하면서 종 전체의 역사의 진상을 올바로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입장을 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156쪽)”하는 걱정이 앞섰다는 고백도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읽다보면 인도의 무굴제국을 영국이 지배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팔이 안으로 굽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짚어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구문명만이 유일하게 해체의 조짐을 보이지 않을 뿐 현존하는 7개의 문명가운데 분명 쇠퇴의 기미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하긴 <역사의 연구>가 세상이 나온 순서를 보면, 1934년에 제1~3권이, 1939년에 제4~6권이 간행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후속연구가 미루어졌다가, 1954년에 제7~10권을 간행했고, 1960~1961년에 제11~12권을 간행되어 마무리가 외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완간 이후로도 56년의 세월이 흘러, 세계 역사의 흐름 자체도 달라졌기 때문에 <역사의 연구>를 읽는 이의 시각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입니다. 옮긴이들 역시 <역사의 연구>가 완벽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역사의 연구>를 읽으면서 토인비의 허점을 찾다보면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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