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 지음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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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저자의 책을 읽기는 <문학속의 철학>이 처음입니다. 사실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다보니 문학 책을 읽으면서 철학적으로 고민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문학속의 철학>은 같은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묶은 것이라고 합니다. ‘서로 친숙하면서도 마주 보는 관계인 문학과 철학이 저자의 오랜 관심사였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주보는 관계라는 저자의 설명이 맞나싶습니다. 사상이나 감정을 상상의 힘을 빌려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 작품으로 시(詩),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을 아우르는 것이 문학(文學)이고 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인생관, 세계관 따위를 탐구하는 학문인 철학(哲學)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함께 문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사유에 자극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할만합니다.

저자는 일곱 개의 문학작품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정리했습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는 ‘윤리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에서는 ‘악이란 무엇인가’를,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는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인가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는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에서는 ’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주제를 논하였습니다.

물론 하나의 책을 각각의 철학적 주제의 중심에 놓기는 했습니다만, 해당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작품은 물론 비슷한 상황이 등장하는 다른 문학작품은 물론, 영화를 비롯한 미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용을 통하여 논조에 탄력을 더합니다. 이미 읽어본 네 작품의 경우는 대체로 이야기의 틀이 쉽게 이해되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의 경우는 아무래도 생각을 더해가면서 읽어야 했습니다.

처음 다룬 <안티고네>는 저도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 화두입니다. 이 작품에서 저자가 인용한 철학적 주제는 ‘동등한 권리를 지난 두 원리’, 즉 ‘가족의 법’과 ‘국가의 법’ 내지는 ‘사적인 윤리’와 ‘공적인 법’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인데, 어쩌면 저자는 이미 안티고네의 편에 서기로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크레온의 ‘국가의 법’은 크레온 자신도 철회한 것처럼 동의하는 자가 아무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크레온이 내세운 ‘국가의 법’이 타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에 더 가까운 편입니다. 요즈음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처럼  저자는 ‘국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은 필요하지만 모든 법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소크라테스조차도 ‘악법도 법’이라면서 사약을 기꺼이 마시지 않았습니까?

<안티고네>에서는 크레온왕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분위기인 것도 사실입니다. 딱히 그래서 제가 크레온왕의 입장을 더 헤아려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작품 속에서는 크레온이 갑이고, 안티고네가 을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크레온이 을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모든 것은 신이 정해놓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이디푸스 왕>이나 <안티고네>에서 지탄은 비극의 씨를 뿌린 신에게 돌아가야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의 비극은 라이오스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라이오스가 왕자 시절 왕위계승문제로 피사로 피신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피사의 왕 펠롭스의 아들 크뤼시포스를 살해하였기 때문에 헤라로부터 저주받게 된 것이라 합니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났을 때, 라이오스의 처남인 크레온이 아폴론신전에 신탁을 받으러 갔던 것도 짚어볼 일이 아닐까요?

저자가 ‘문학속의 철학’라는 주제를 두고 천착한 것은 문학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철학적 주제들, 즉 철학 자체가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문학작품에 들어온 철학이 어떻게 변형되는가 혹은 문학이 철학을 어떻게 자기화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책은 읽는 이 마다의 생각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문학 속의 철학>을 통해서 철학적 시각으로 문학작품을 읽는 방식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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