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애머런스 보서크 지음, 노승영 옮김 / 마티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주에 읽었던 <책의 책; https://blog.naver.com/neuro412/221742186145>은 책을 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정리한 내용이었습니다. 드물지 않게 적는 말입니다만, 책읽기도 묘한 구석이 있어서 비슷한 주제를 몰아서 읽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꼬리를 무는 책읽기하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이미 읽은 책의 주제가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두 번째 책읽기는 시인이자 북아티스트인 애머런스 보서크가 쓴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입니다. 기시감은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책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며’라는 서문에서 “이 짧은 책의 목표는 책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버무려 그 오랜 변화의 역사를 조명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책의 개념과 관련한 서적사의 기본적 사건들을 거론하기는 하지만 이 역동적인 분야를 샅샅이 돞아보는 것은 내 범위를 벗어난다(10쪽)”라고 하였습니다. 제목에서도 느낌이 왔습니다만, 책이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까에 대한 유추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의 책>보다는 함축적이고 잘 요약되어 있으며 중요한 자료나 사건들을 빠트리지 않은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가 시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작가를 추켜세우는 것도 어쩌면 두 줄에 불과하지만 금속활자로 책을 찍었다고 적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중국의 인쇄업자들은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진흙, 주석, 구리, 나무로 활자를 만들었으며, 이 기술은 한국으로 전해져 1377년 두 권으로 된 선불교 경전 『직지심체요결』이 구리활자로 인쇄되었다.(90쪽)”라고 적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금속활자를 세계에서 처음 제작했다고 명시한 것은 아닙니다.

책은 1. 사물로서의 책, 2. 내용으로서의 책, 3. 아이디어로서의 책, 4. 인터페이스로서의 책 등 모두 4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사물로서 혹은 내용으로서의 관점에서 본 책에 대한 내용은 어쩌면 책이 만들어져온 역사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뒷부분의 아이디어로서의 혹은 인터페이스로서의 책의 미리에 관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든다거나 만화를 그려낸다거나 하는 활용방식은 이미 활발하게 적용되어왔다고 하겠습니다만, 인터페이스로의 책의 경우는 이미 나와 있는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처음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구텐베르크가 이용한 대부분의 기술은 그가 인쇄소를 차릴 때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의 위대한 업적은 그런 기술들을 조합하고 완성하였을 뿐 아니라 인쇄소를 차리는데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여 자동인쇄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 자신은 자신이 세운 인쇄소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거두지 못하고 12년 뒤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자금을 댔던 요한 푸스트와 그의 조수로 일하던 푸스트의 사위 페터 쇠퍼가 공을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쇄술을 개발한 공로로 후세 사람들로부터 기림을 받고 있는 것만큼으로도 구텐베르크는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하지 않을까요?

책 사이에 무수하게 끼어져 있는 주황색 속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 책의 정의를 담았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책의 정의가 나왔다는 사실은 그만큼 책을 정의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책이 어디로 갈지 알려면 오랜 실험과 유희의 역사를 겪은 사물로 (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종의 지침서인 이 책은 책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연속성에 중점을 두어 책을 변화하는 기술로서 자리매김하며, 20세기와 21세기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우리로 하여금 책이라는 용어를 다시 생각하고 재정의하도록 했는가를 강조한다(11쪽)”라고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자서전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언젠가부터 제가 태어나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일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탓에 차분하게 써내려갈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인가도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정기호교수님의 <경관기행;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25550038>을 읽고 제가 살던 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시대의 최거의 제너럴리스트’라고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릿교대학이 2008년 개설한 릿교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이 개설한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지닌 수강생들이 과업으로 써내려간 자기 역사를 바탕으로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기 역사를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왜 자기 역사를 써야 하는가하는 문제로부터 자기역사를 쓰기 위한 준비작업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강생들은 종강하기 전까지 자기 역사를 꾸준하게 써서 제출해야 하고, 중간에 이를 평가하여 글쓰기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수강생들은 소외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자기 역사가 개인사에 머물 수도 있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증언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 역사를 쓰기 위하여 살아온 날들을 요약한 연대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연대표에는 자기 역사에서 다룰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몇 가지 연대표를 보면 작성요령을 설계할 수 있겠습니다.

릿교대학이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을 설치하게 된 것은 일본의 퇴직연령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평균기대여명이 세계에서 가장 긴 일본이지만 퇴직연령은 여전히 60세인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퇴직 이후의 삶이 살아온 날 만큼이나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퇴직은 제2의 인생이 되는 셈입니다.

현대사에 자기 역사를 연관시키는 방식은 사람의 기억의 한계 때문입니다. 잊었던 자신의 역사가 당시의 사건과 연결하면 쉽게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연상 기억 방식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조그마한 실마리만 제공해도 바로 되살아나는 법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가장 좋은 실마리는 그때그때 일어났던 커다란 사회적 사건이다.(9쪽)’

릿교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에 참여한 수강생은 ‘내가 걸어온 인생의 일단을 조금이라도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라는 생각을 적었습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자기 역사를 쓰기 시작한 직후, 글을 쓰는 일이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나 자신의 일이므로 무엇을 써야 할지 정해지기만 하면 글을 술술 써내려갈 수 있다.(110쪽)’라고 적었습니다. 글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쓴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것도 훈련을 통하여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인용한 수강생들의 자기역사를 보면 젊었을 적의 연애담이나 이혼으로 끝난 결혼생활 등 남들에게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만큼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담아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60갑자 이상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는 만큼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책 한권 분량 이상 써냈다고 합니다. 흔히 내가 살아온 날을 책으로 만들면 몇 권이 될 것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책으로 쓰면 몇 권 분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개인이 속한 집단의 역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단순한 자서전과는 다른 무엇이 담겨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빵 자매의 빵빵한 여행 : 유럽 편 - 빵이라면 죽고 못 사는 빵 자매의 유럽여행 ㅣ 빵 자매의 빵빵한 여행
박미이.복혜원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3개 국가에 남아있는 프랑스 문화의 흔적을 찾아 나선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기도 남들과 차별화된 독특한 주제가 있어야 하는 모양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빵 자매의 빵빵한 여행> 역시 유럽 여러 도시에서 만난 빵과 디저트, 간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여행기입니다. 빵을 좋아하는 두 분의 여성 작가가 같이 또 따로 떠난 여행에서 먹어본 빵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침, 점심, 오후 그리고 저녁 등으로 시간대에 따라 찾게 되는 빵을 나누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글의 형식이 통일되지 않은 점이 읽는 흐름을 거슬리게 합니다.

두 작가님들은 네이버 파워블로거이며, 각각 16개국의 48개 도시, 28개국의 78개 도시를 여행한 여행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책에 담은 이야기는 해당 도시에서 만난 맛있는 빵과 빵집에 관한 것으로 채워져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해외여행도 먹는 것 위주로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먹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두 분이 여행한 유럽의 대부분 도시들은 저도 가보았습니다만, 이야기된 빵을 먹어 본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빵을 찍은 사진들을 풍부하게 실어놓은 까닭에 먹어보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진 설명도 일관되지 않아서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떤 사진에서는 빵 이름을, 어떤 사진에서는 지역과 빵집의 이름만 적고 정작 빵 이름은 빠지기도 합니다. 맛있어 보이는 빵을 찍은 사진도 좋지만 그런 빵을 만드는 빵가게 사진을 같이 소개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지난 해 출간한 책을 쓰면서 사실 확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한 적이 있어서인지, 사실 확인에 조금 신격을 썼더라면 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를 들면, 터키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형제라고 생각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흔히는 한국전쟁 때 터키가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였고, 희생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고구려 때 중국에 대항하기 위하여 터키의 선조인 돌궐족과 형제의 의를 맺었다는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젊은이답게 톡톡 튀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글 솜씨인데 가끔은 꾸밈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맥락이 모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독일의 뉘른베르크 여행의 경우입니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기차를 타고 역 앞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84쪽)”라는 대목에서는 무언가 빠진 듯한 아쉬운 느낌이 남았습니다. 제 경우는 무리를 해서라도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쓰려고 노력을 합니다. 우리말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지나친 사명감(?)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지나친 국수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책을 읽다가 아름다운 우리말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 반복해서 사용해보려 노력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사실 빵은 일종의 기호식품일 수도 있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을 다른 이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두 분이 좋아하는 국내의 빵집과 빵을 소개하는데, 구미와 대구 두 곳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대전의 성심당 빵이나, 서울의 삼송빵집, 군산의 이성당 단팥빵도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씀입니다. 군산하면 이성당 빵을 떠올리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없어짐 조화당 빵을 더 좋아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빵을 좋아하고 유럽여행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도시에서 제일 맛있는 빵을 만든다고 알려진 빵집을 소개하고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 ㅣ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2
장 베르쿠테 지음 / 시공사 / 1995년 2월
평점 :
품절


이집트여행을 준비하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이집트문명은 가까운 그리스문명의 뿌리라고 합니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이집트 고왕국을 정복한 이후 이집트는 그리스의 지배를 거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 등 외세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고대 이집트의 화려한 문명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지요. 단절된 문명을 복원해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고고학적 연구를 통하여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고대 유적은 제대로 발굴되어 보존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그동안 지키려는 의지도 없고, 훔쳐가기 바빠서, 마구잡이로 들어내다 보니 맥락을 제대로 찾지 못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재발견이라고 포장하는 얄팍함을 볼 수도 있습니다.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는 이집트 사람들을 포함해서 주로 유럽 사람들이 고대 이집트문명이 남긴 유물들 어떻게 대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랍사람들의 경우에는 고대이집트의 유물을 도굴하는 방법까지 적은 책도 있었다고 합니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풍부한 도판을 곁들여 잘 요약된 설명이 돋보이는 내용입니다.

이 책에서도 기독교가 인류역사에 저지른 몹쓸 짓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를 믿던 비잔틴제국의 테오도시우스1세가 제국 안에 있는 모든 이교도 신전을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을 계기로 이집트의 문명을 간직한 자료들이 모두 소멸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450년 무렵에는 고대이집트 문헌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집트의 문명은 고대 그리스와 라틴작가들에 의하여 기술되었고, 이집트에서 가까운 히브리사람들의 역사에도 이집트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만, 고분에 같이 묻혀있는 부장품을 훔치려는 도굴을 고대사회에서도 있었다고 합니다. 옛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불러온 현상이겠습니다. 운송수단의 발전에 따라 예전에는 가져갈 수 없었던 거대한 규모의 유물까지도 실어낼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는 로마제국 시절부터 인기품목이었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그런 유물의 가치를 알았는지 어땠는지 오히려 외국에 선물로 제공한 이집트 지배자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고대 이집트문명을 제대로 해석하게 된 것은 나폴레옹의 이집트원정에서 발견된 로제타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윗부분에는 상형문자로 된 글이, 중간부분에는 아랍어로, 아랫부분에는 그리스어로 된 글이 새겨져있었습니다. 기원전 196년에 내려진 프롤레마이우스5세의 칙령을 새긴 것이라고 합니다. 그 무렵만 해도 이집트에는 원주민을 비롯하여 아랍에서 흘러든 사람들, 그리고 지배자인 그리스 사람들이 섞여 살았던 모양입니다. 결국은 그리스 문자를 열쇠로 하여 고대 이집트 문명이 사용하던 상형문자의 해독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흔히 프랑스 사람 상폴리옹이 로제타석의 내용을 해독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로제타석의 해석에 도전했던 영국의 윌킨슨과 독일의 렙시우스 등의 연구도 기여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세상을 깜짝 놀랄만한 연구도 천재 혼자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남긴 유물 가운데 숨겨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가봅니다. 그래서인지 이미 비어버린 것으로 알고 있는 대피라미드에서 조차 발굴할 유물이 더 남아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의미를 뒤늦게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책의 책 -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 김영사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이 있는 물건의 역사’라는 부제처럼 책이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이 있는 물건인지는 한번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에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물건이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금서의 역사를 비롯하여 책에 관한 다양한 역사를 살펴본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들에 관한 역사를 짚었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만드는 재료, 책의 본문과 삽화는 어떻게 발전해왔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책의 형태는 어떻게 발전해왔는가 하는 네 부문을 다루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책을 만드는 재료, 그러니까 점토, 파피루스, 양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이를 사용해서 책을 만들던 역사적 흐름을 짚은 <종이의 역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종이를 처음 만든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를 거쳐 전해진 일본의 종이제조 현장까지 챙겼으면서도 종이의 발전에 우리나라가 기여한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어 분노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책의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서양중심의 시각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역사를 다루었구나 싶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어 내내 찜찜한 느낌이 남았습니다. 책을 만드는 재료 가운데 파피루스와 양피지를 다룬 분량에 비하면 종이에 대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중국에서 종이를 처음 만든 과정에 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양의 종이와 서양의 종이의 쓰임새가 달랐다는 점에 대하여도 별 언급이 없었습니다. 중국의 제지기술이 서양에 전해진 다음에 지금의 종이로 발전해온 과정에 무게를 두었던 것입니다.

책의 본문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필경에 할애한 부분에 비하면 동양에서 발전해온 목판인쇄의 발전과정에 대한 언급은 초라할 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세계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텐베르크의 업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책을 만드는 방법도 활자를 이용한 활판인쇄도 있고, 오프셋인쇄, 스크린인쇄, 잉크젯인쇄 등을 거쳐 레이저인쇄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지만, 최근의 인쇄술의 발전과정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역사에 관한 내용도 사실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서로마제국의 멸망의 원인이 된 게르만족의 대이동에 관하여도 4세기 중반 고트족이 발칸반도에 들어와 정착한 것으로부터 이야기합니다. 동고트족, 서고트족, 반달족, 프랑크족, 롬바르드족, 부르군트족 등 게르만민족의 대이동을 촉발한 것은 아시아계인 훈족이 서진함에 따라 밀려난 게르만족이 로마제국의 변경을 따라 이동하다가 결국에는 로마까지 쳐들어가고 종국에는 멸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인쇄물을 제작연대가 분명치 않다고 하면서도 일본의 쇼토쿠 천황이 불교경전을 100만부나 인쇄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옮기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근세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서적들을 수입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770년에 이토록 어마무시한 출판사업을 해냈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책의 말미에 붙인 더 읽을거리를 비롯하여 미주로 처리한 근거자료, 도판자료 등의 목록을 정리한 쪽수가 100쪽을 넘어가는 것을 보면 저자가 방대한 자료를 검토한 것은 분명하나, 자료로부터 핵심내용을 추려서 정리하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느낌에 무엇을 읽었는지 남는 것이 없을 지경입니다. 서두에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라는 구절을 만나면서 기대 속에서 책읽기를 시작했으나 결과는 실망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