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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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언젠가부터 제가 태어나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일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탓에 차분하게 써내려갈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인가도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정기호교수님의 <경관기행;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25550038>을 읽고 제가 살던 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시대의 최거의 제너럴리스트’라고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릿교대학이 2008년 개설한 릿교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이 개설한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지닌 수강생들이 과업으로 써내려간 자기 역사를 바탕으로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기 역사를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왜 자기 역사를 써야 하는가하는 문제로부터 자기역사를 쓰기 위한 준비작업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강생들은 종강하기 전까지 자기 역사를 꾸준하게 써서 제출해야 하고, 중간에 이를 평가하여 글쓰기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수강생들은 소외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자기 역사가 개인사에 머물 수도 있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증언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 역사를 쓰기 위하여 살아온 날들을 요약한 연대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연대표에는 자기 역사에서 다룰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몇 가지 연대표를 보면 작성요령을 설계할 수 있겠습니다.

릿교대학이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을 설치하게 된 것은 일본의 퇴직연령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평균기대여명이 세계에서 가장 긴 일본이지만 퇴직연령은 여전히 60세인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퇴직 이후의 삶이 살아온 날 만큼이나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퇴직은 제2의 인생이 되는 셈입니다.

현대사에 자기 역사를 연관시키는 방식은 사람의 기억의 한계 때문입니다. 잊었던 자신의 역사가 당시의 사건과 연결하면 쉽게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연상 기억 방식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조그마한 실마리만 제공해도 바로 되살아나는 법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가장 좋은 실마리는 그때그때 일어났던 커다란 사회적 사건이다.(9쪽)’

릿교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에 참여한 수강생은 ‘내가 걸어온 인생의 일단을 조금이라도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라는 생각을 적었습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자기 역사를 쓰기 시작한 직후, 글을 쓰는 일이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나 자신의 일이므로 무엇을 써야 할지 정해지기만 하면 글을 술술 써내려갈 수 있다.(110쪽)’라고 적었습니다. 글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쓴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것도 훈련을 통하여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인용한 수강생들의 자기역사를 보면 젊었을 적의 연애담이나 이혼으로 끝난 결혼생활 등 남들에게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만큼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담아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60갑자 이상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는 만큼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책 한권 분량 이상 써냈다고 합니다. 흔히 내가 살아온 날을 책으로 만들면 몇 권이 될 것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책으로 쓰면 몇 권 분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개인이 속한 집단의 역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단순한 자서전과는 다른 무엇이 담겨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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