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애머런스 보서크 지음, 노승영 옮김 / 마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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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읽었던 <책의 책; https://blog.naver.com/neuro412/221742186145>은 책을 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정리한 내용이었습니다. 드물지 않게 적는 말입니다만, 책읽기도 묘한 구석이 있어서 비슷한 주제를 몰아서 읽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꼬리를 무는 책읽기하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이미 읽은 책의 주제가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두 번째 책읽기는 시인이자 북아티스트인 애머런스 보서크가 쓴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입니다. 기시감은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책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며’라는 서문에서 “이 짧은 책의 목표는 책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버무려 그 오랜 변화의 역사를 조명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책의 개념과 관련한 서적사의 기본적 사건들을 거론하기는 하지만 이 역동적인 분야를 샅샅이 돞아보는 것은 내 범위를 벗어난다(10쪽)”라고 하였습니다. 제목에서도 느낌이 왔습니다만, 책이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까에 대한 유추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의 책>보다는 함축적이고 잘 요약되어 있으며 중요한 자료나 사건들을 빠트리지 않은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가 시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작가를 추켜세우는 것도 어쩌면 두 줄에 불과하지만 금속활자로 책을 찍었다고 적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중국의 인쇄업자들은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진흙, 주석, 구리, 나무로 활자를 만들었으며, 이 기술은 한국으로 전해져 1377년 두 권으로 된 선불교 경전 『직지심체요결』이 구리활자로 인쇄되었다.(90쪽)”라고 적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금속활자를 세계에서 처음 제작했다고 명시한 것은 아닙니다.

책은 1. 사물로서의 책, 2. 내용으로서의 책, 3. 아이디어로서의 책, 4. 인터페이스로서의 책 등 모두 4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사물로서 혹은 내용으로서의 관점에서 본 책에 대한 내용은 어쩌면 책이 만들어져온 역사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뒷부분의 아이디어로서의 혹은 인터페이스로서의 책의 미리에 관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든다거나 만화를 그려낸다거나 하는 활용방식은 이미 활발하게 적용되어왔다고 하겠습니다만, 인터페이스로의 책의 경우는 이미 나와 있는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처음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구텐베르크가 이용한 대부분의 기술은 그가 인쇄소를 차릴 때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의 위대한 업적은 그런 기술들을 조합하고 완성하였을 뿐 아니라 인쇄소를 차리는데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여 자동인쇄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 자신은 자신이 세운 인쇄소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거두지 못하고 12년 뒤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자금을 댔던 요한 푸스트와 그의 조수로 일하던 푸스트의 사위 페터 쇠퍼가 공을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쇄술을 개발한 공로로 후세 사람들로부터 기림을 받고 있는 것만큼으로도 구텐베르크는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하지 않을까요?

책 사이에 무수하게 끼어져 있는 주황색 속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 책의 정의를 담았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책의 정의가 나왔다는 사실은 그만큼 책을 정의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책이 어디로 갈지 알려면 오랜 실험과 유희의 역사를 겪은 사물로 (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종의 지침서인 이 책은 책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연속성에 중점을 두어 책을 변화하는 기술로서 자리매김하며, 20세기와 21세기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우리로 하여금 책이라는 용어를 다시 생각하고 재정의하도록 했는가를 강조한다(11쪽)”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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