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 단편소설선 2 전남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총서 11
장광츠 지음, 이주노 외 옮김 / 어문학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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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 펀트래블의 중국현대문학기행의 여행기를 쓰면서 읽은 책입니다. 주요 작가의 작품과 장편소설은 쉽게 찾아 읽었습니다만, 단편소설은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동네도서관에서 발견한 전남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한 <중국 현대 단편소설선2>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옮긴이는 서문에서 이 책에는 19274.12정변으로부터 193777일 중일전쟁이 발발하기까지 발표된 중단편소설 10편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이 시기에 중국에서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던 시기로 계급과 사회혁명이 사회의 주류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특히 대공황의 여파로 자본주의의 위기와 사회주의 혁명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믿음이 크게 고조되던 시기로, 프롤레타리아적 세계관을 강조하는 문화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1931년의 만주사변과 이듬해의 상해사변으로 일본제국의 군사적 침탈이 노골화되면서 민족주의 담론이 확산되고 국공간의 내전중지 및 일치항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던 시기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으로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까지 중국에서는 프로(Pro) 소설이 크게 성행했다고 합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위한 투쟁적 삶을 중심으로 계급의식이 각성을 형상화하는 프로소설이 중국현대소설의 지평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 장광츠(蔣光慈)들제사(野祭)와 훙링페이(洪靈菲)격류 속에서(在洪流中)는 프로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합니다. 들제사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 수쥔은 혁명하러 떠날 거에요. () 이렇게 밋밋하게 사느니 차라리 장렬하게 죽는 게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33)”라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마오둔(茅盾) 봄누에(春蠶)와 예쯔(葉紫)풍작(豊收)은 사회현상의 이면에 감추어진 본질을 파헤치는, 즉 사회현실을 파악함으로서 사회주의적 전망을 담아내는 사회해부소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봄누에(春蠶)풍작(豊收)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풍작이 오히려 재앙이 되는 현실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가하면 라오서(老舍)초승달(月牙兒)과 러우스(柔石)노예가 된 어머니(爲奴隸的母親)는 도시와 농촌의 기층 민중의 비참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작가의 주관적 감정이라 이념적 지향을 절제한 수작으로 꼽힌다는 것입니다. 류나어우(劉呐鷗)두 명의 시간 불감증자(兩個時間的不感症者)와 스저춘(施蟄存)장맛비 내리는 저녁(梅雨之夕)은 일본의 신감각파의 영향을 받은 해파 작가들의 작품으로 상하이 조계지라는 특성화된 현대도시의 화려하고 번화한 겉모습과는 달리 공허한 삶과 단절된 인간관계를 그려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췬(舒群)조국이 없는 아이(沒有祖國的孩子)와 돤무훙량(端木蕻良)츠루호의 우울 (𪉈鷺湖的憂鬱)에는 동북지방의 풍속과 민정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으로 만주가 일제에 점령된 후에 동북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상하이 등지로 거점을 옮겨 작품활동을 하던 작가들이 동북지방 인민들의 간고한 삶과 일제에 대한 투쟁을 그려냈다고 합니다.


조국이 없는 아이에 등장하는 소련 아이나 중국 아이는 조선 아이 궈리(果里)에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미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조선인들은 유약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나라를 잊은 지 오래라고 비아냥거립니다. 이국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어린 소년까지도 나라를 잃은 서러움을 절감하는 상황인데, 나라를 넘겨준 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동북지방에 살던 조선 사람들의 처지까지 이야기로 만들어준 수췬의 엽엽함에 놀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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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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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트래블의 중국현대문학기행을 다녀와서는 여행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국현대문학의 계통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안 감독의 영화 <>를 보면서 납득이 되지 않던 대목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의문이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장이이링의 <,>는 작품집입니다. 작품집에 대한 서문의 성격인 망연기를 시작으로, 리안 감독의 영화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 , , 와 더불어 작가가 거의 30년에 걸쳐 고치고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완성한 머나먼 여정해후의 기쁨, 함께 실린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사랑과 연애에 초점을 맞춘 재회, 연애는 전쟁처럼, 못잊어등 총 7편의 단편소설을 담았습니다.


소설가이자 산문가, 영화작가인 장아이링은 1920년 중국 상하이에서 명문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조부는 청나라 관료였고 조모는 청 말기 양무운동을 주도한 리훙장(李鴻章)의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살 때 어머니의 유럽행 유학을 시작으로 부모의 이혼, 계모와의 불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런던대학으로의 유학이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성사되지 못해 홍콩대학에 입학하였지만, 일본군의 홍콩점령으로 상하이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기 전해에 결혼을 했지만 일본의 패망과 함께 파탄이 나고 1952년 홍콩을 거쳐 1955년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재혼을 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반생연>이 젊은이들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사랑 이야기가 막장으로 치달아 헷갈리기조차 했던 것처럼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독특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평범한 인간의 삶이 소설로는 매력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일 듯합니다. 옮긴이는 장아이링의 작품은 책을 덮는 순간 머릿속에 내용이 정리되면서 아련하게 여운이 남는다고 하였습니다만, 제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장아이링의 작품들은 해후의 기쁨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랑 앞에서 약점을 드러내고야 마는 여성들의 모습을 묘사하였고, 특히 , 의 경우 이런 모습을 가장 섬세하게 다루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 의 여주인공 왕지아즈는 국민당의 정보책임자를 암살하기 위하여 미인계로 투입된 암살 요원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이 선생에게 암시함으로써 암살이 실패하게 되고, 왕지아즈를 비롯하여 작업에 관련된 모든 요원들이 체포되어 처형되는 결말에 이르는 것을 보면서 왜 그녀는 자신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저버린 것일까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다이아 반지를 사주기 위하여 보석상에 함께 온 이선생이 짓는 조금은 서글퍼 보이는 미소를 보면서 연민의 감정이 든 왕지아즈는 이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은 요원으로서 심리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결국 암살이라는 중대한 업무를 수행할 요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치밀하지 못했던 조직이 행동에 투입된 여러 명의 요원을 한꺼번에 잃고야 마는 우를 범한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작가는 냉혈한 여성 요원보다는 감성이 살아있는 요원을 그려내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녀가 사명을 방기한 채 기밀을 누설하고 사랑하였기에 죽음을 택했노라 생각하였던 것인데 반하여, 그녀가 목숨을 살려준 이선생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서는 하지만 독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었다.’ 자기사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면 그녀 역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면서 자신을 변명하는 것을 보면 남자는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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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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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트래블의 중국현대문학기행을 다녀와서는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중국현대문학의 계통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작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옌롄커(閻連科)<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일련의 작업을 위한 책읽기였습니다.


옌롄커는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이후에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시기별로는 신시기 문학계열로 분류되며, 분야별로는 루쉰의 전통을 이어받아 사회의 현실과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전통적인 현실주의 문학계열이면서도 서구의 근대적 기법을 도입하여 전통적인 서사 방식을 탈피한 실험적인 선봉문학 (先鋒文學)입니다.


이 작품은 2005년 봄 광둥성의 격월간 문예지 화청(花城) 3월호에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로 발표되었는데, 중앙선전부의 긴급명령에 따라 3만권에 달하는 책이 전부 회수되고 말았다. 이유는 지금도 신적 존재인 마오쩌둥이 이룩한 혁명적 전통을 희화화했다는 것입니다. 혁명을 해체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려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책의 제목으로 삼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194475일 산베이(陜北) 안차이(安寨)현에 있는 목탄 탄광의 갱도 붕괴사고로 공산당 전사 장쓰더(張思德)가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마오쩌둥이 사흘 뒤에 가진 연설에서 장쓰더 동지는 인민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의 죽음은 태산보다도 중요하다.지금 중국 인민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만큼 그들을 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분투하고 있고 이런 분투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라고 했답니다. 이 연설의 제목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였다고 합니다.


안전에 대한 만만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할 당정의 관리책임에는 눈을 감고 인민의 애국심을 끌어내기 위한 말의 성찬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옌롄커 역시도 그런 느낌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사단장의 부인이 하급병사와 벌이는 애정행각을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으로 포장하는 아슬아슬한 줄넘기를 보여준 통속소설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어판의 발간에 붙이는 서문에서 작가는 중국의 특수한 시대, 특수한 배경에서 일어났던 사랑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과 인류사회 전체의 발전에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요소인 사랑과 존엄을 얘기하려 했다고 합니다.


사단장의 후처 류렌의 유혹을 뿌리친 우다왕을 교체하겠다는 류렌의 통보를 받은 지도원동지가 우다왕에게 훈육조로 말하는 대목이 다음과 같습니다. “혁명은 사람들에게 밥이나 대접하는 게 아닐세. 혁명은 그림을 그리거나 수를 놓는게 아니야. 혁명에는 피를 흘리는 희생이 뒤따라야 하네. 세계 인민 가운데 삼분의 이가 지금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네. 타이완에서는 국민당 장제스의 통치하에서 백성이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며 가난과 질병 속에서 신음하고 있네. 우리 중국 인민해방군에게는 아직도 중대한 임무가 남아있고 갈 길이 먼 상태일세. 미국 제국주의자는 국제무대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내고, 소련 수정주의자는 국경에 백만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네. 우리 군인은 높은 곳에 우뚝 서서 멀리 내다보며 중국 전체를 품에 안고 전 세계를 주시하며 착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하네. 자신의 직책과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류를 해방시키는 사업에 자신이 해야 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일세.(66-67)”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 같습니다.


사단장의 서른두 살 난 후처의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스물여덟 살 취사병의 애정행각은 사랑일까? 아니면 봉사일까? 이런 류의 애정행각치고 비극적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가 없는데도 작가는 용두사미 격으로 두루뭉술하게 마무리해서 누구도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한 것은 쾌락의 끝을 향해 치닫는 남녀의 사랑 행위와 문화대혁명의 집단적 광기를 대비시킴으로써 혁명 서사에 억눌렸던 인간의 감성을 부활시킨다라는 취지에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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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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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트래블 여행사의 중국현대문학기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열심히 자료를 찾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만, 중국의 현대문학 작가들의 분류는 일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중국의 현대문학은 1919년의 5.4운동을 기점으로 시작되며 정치적 상황에 따른 시대적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1960년에 태어난 작가 위화가 1996년에 발표한 이야기입니다. 위화는 시기적으로 보아서는 1976년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에 작품활동을 한 신시기 문학 계열의 작가라 할 것이며, 유형별로는 현실주의 문학, 선봉 문학, 역사 소설 작가에 속한다고 합니다. <허삼관 매혈기>는 중국의 50-6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런 점으로 위화가 역사소설의 작가로 분류되는 듯합니다.


<허삼관 매혈기>는 매혈을 핵심적인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혈액 400ml를 뽑으면 혈액원에서 35원을 주는데 이 금액은 반년 동안 쉬지 않고 땅을 파도 벌 수 없는 큰 금액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헌혈을 통해서만 혈액수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식민시대에 도입된 매혈제도는 1974년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1999년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헌혈 중심으로 혈액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허삼관 매혈기>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시기에는 우리나라 역시 매혈제도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1975년에는 혈액 320ml을 팔면 1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1973년에 우동 한 그릇에 100원 하였으므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매혈이 매력적인 돈벌이가 될 수도 있었겠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에서는 매혈에 관한 여러 가지 상황이 등장합니다. 피를 뽑기 전에 물을 엄청 마셔서 혈액의 양을 늘리려 하는 것입니다. 물을 마시면 혈액양이 증가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채혈을 할 때 혈액 중에 들어있는 혈색소량이 적정한가를 보기 위한 검사를 하기 때문에 피가 묽어지만 피를 뽑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경우 저나트륨혈증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에서는 피를 팔고나면 곧바로 식당으로 가서 돼지간볶음 한 접시하고 황주 두 냥을 시켜서 먹고 마시고 있는데, 피을 뽑고나면 그날은 술을 마시면 안됩니다. 실제로 헌혈을 한 날 술을 마신 청년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요즈음에는 혈액의 성분인 혈정이나 혈소판만을 헌혈하기도 합니다만, 전혈을 헌혈하는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8주내에 헌혈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80년대에는 3일이 지나야 피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에서도 매혈을 한번 하면 3개월 내에는 다시 매혈을 할 수 없는 규정이 있었던 듯한데, 다른 혈액원으로 가면 매혈이 가능하다는 점을 혈두가 알려주기도 합니다. 혈액수급이 전산관리되지 않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허삼관 매혈기>에서 매혈보다는 부자간의 키운 정이 끈끈하다는 점이 강조되어도 좋을 듯합니다. 피를 팔아 결혼을 하게 된 허삼관의 첫 아들이 사실은 아내 허옥란의 혼외자였다는 사실에서 이야기가 꼬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쟁이졌다고 합니다만, 중국에서는 자라 대가리 노릇이라고 한답니다.


큰 아들이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자 허삼관은 의도적으로 자식과 거리를 했지만 키운 정 때문인지 결국 자식으로 인정하고, 아들 역시 친부보다는 계부를 따르게 된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습니다. 특히 문화대혁명 이후에 도시 청년들을 시골로 하방키로 한 정책에 따라 시골에 내려간 큰 아들이 중병을 얻자 상하이의 큰병원에 보내 입원을 시키고 병원비를 마련하여 허삼관이 상하이로 찾아가는 길에 곳곳에서 매혈을 하여 병원비에 보태려는 처절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고서 기른 정의 위대함을 깨닫게 됩니다. 허삼관을 둘러싼 인물들은 시쳇말로 장삼이사라서인지 대화가 거침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시대적 배경과는 달리 요즈음에도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두고 싶은 대목이 있습니다. 서문을 마감하면서 고대 로마시인 마티에르가 한 말,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번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13)”를 인용한 작가는 글쓰기와 독서는 기억의 문을 두드리는 일 혹은 이미 지나가버린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보려는 뚜거운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낙숫물 떨어지듯 입은 은혜를 샘물이 용솟듯 갚으라는 말도 있다.(99)”, (허옥란이 허산관에게) “피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거라, 사람이 꽈배기나 집, 전답을 팔 수는 있지만 피를 팔아서는 안된다고. 몸뚱이는 팔아도 피는 절대로 팔아서는 안된다고요. 몸은 자기 거지만, 피는 조상님거라구요. 당신은 조상을 팔아 먹은거나 다름없어요.(118)”는 대목은 새겨둘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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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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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월과 10월에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과 중국현대문학기행을 함께 다녀온 분이 선물해주신 두 권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녀를 지키다>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네 번째 장편 소설로 2023년 공쿠르상을 비롯하여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휩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라는 제목으로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수도원, 사크라 산 미켈레. 그곳의 지하에는 겹겹의 잠금장치로 가둬진 피에타 석상이 있다. 감금을 지시한 것은 다름 아닌 바티칸 교황청. 대체 이 석상에는 무슨 사연이 깃들어 있는 걸까?”라는 유혹적인 글이 달려 있습니다.


수도원에는 서른한 명의 수도사들이 죽어가는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원에는 40년 전부터 대리석의 어둠에 갇혀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있습니다. 이런 대목을 읽으면서 사크라 수도원에 유폐된 그녀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설명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장면은 순식간에 바뀌어 죽음을 기다리는 이가 1904년 프랑스에서 석공의 아들로 태어난 이탈리아 사람으로 열 살이 되던 해 징집되어 전장으로 향했던 아버지가 죽음을 맞았고, 열 두 살이 되던 해에 이탈리아로 보내져 역시 조각가인 삼촌 치오 알베르토에게 맡겨졌다는 사연이 이어집니다.


전쟁으로 일감이 줄어들자 치오는 미켈란젤로(미모) 비탈리아니를 데리고 피에트라달바로 갑니다. 피에트라달바는 가상의 마을로 로마에서 하루 종일 차로 달려야 도착했다고 합니다. 피에트라달바에 도착한 치오는 우연히 오르시니 후작 가문의 장식을 개수하는 작업을 맡게 되고, 작업 과정에서 미모는 후작의 막내딸 비올라와 친분을 맺게 됩니다. 비올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려둔 밑그림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오의 공방에서 일을 거드는 미모와 별항, 별항의 동생 알베르토, 그리고 애인 안나까지 가세하여 날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마치 아이들의 성장소설처럼 전개되던 이야기가 연회가 열리던 날 미올라가 날틀을 타고 날다가 추락하여 생사를 헤매게 되면서 미모가 피렌체의 공방에 보내지는 것으로 급전하게 됩니다. 피렌체에서는 조각은커녕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다가 사고를 치고는 곡예단에 몸을 숨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모는 조각가로서의 재능을 펼쳐내게 되는데, 그 무렵 무솔리니의 독재정권이 권력을 잡게 되고, 오르시니 가문은 독재정권과 손을 잡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예리하게 주목하고 있던 비올라의 귀띔으로 학술원 회원이 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독재정권을 비난하는 발언으로 수감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무솔리니 정권이 무너지면서 미모는 반독재 행동파의 표상으로 추앙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미모와 비올라는 운명처럼 엮이는 관계가 깊어지는데 그 관계가 굳이 사랑이라는 통속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무렵 미모는 조각가로서의 영감이 사라지면서 조각을 할 수 없는 사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느날 피에트라달바의 교회에서 미사를 드리던 중 천정이 부서지면서 떨어진 돌덩이가 피에타 상을 부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미모에게 피에타상의 제작이 의뢰되지만 미모는 작업을 직접 할 수 없어 도제에게 부탁하려는 생각입니다.


그러던 중에 비올라는 입헌 의원 선거에 후보를 하고 오르시니 가문과 철천지 원수 사이인 감발레 가문의 큰 아들과 대결을 하게 됩니다. 비올라가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감발레 가문이 오르시니 가문과 협상을 통하여 비올라는 사퇴시키려는 작업에 들어가는데, 안타깝게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비올라를 포함한 오르시니 가문 사람들이 대부분 죽음을 맞게 됩니다. 비올라의 죽음을 맞은 미모는 접어두었던 피에타 상의 제작에 착수하는데, 미모가 제작한 피에타 상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결국 교황청은 비탈리아니의 피에타를 사크라 수도원에 숨겨두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듯 긴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결과적으로 미모가 지키려고 한 그녀는 피에타가 아니라 비올라였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미모 역시 피에타가 유폐된 사크라 수도원에 몸을 맡기고 죽음을 맞게 됩니다. 열두 살에 만난 어린 남녀가 평생을 함께하면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632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번역도 잘 되어 있어서 책읽는 흐름도 좋았고, 이야기의 전개도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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