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펀트래블의 중국현대문학기행을 다녀와서는 여행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국현대문학의 계통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안 감독의 영화 <>를 보면서 납득이 되지 않던 대목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의문이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장이이링의 <,>는 작품집입니다. 작품집에 대한 서문의 성격인 망연기를 시작으로, 리안 감독의 영화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 , , 와 더불어 작가가 거의 30년에 걸쳐 고치고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완성한 머나먼 여정해후의 기쁨, 함께 실린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사랑과 연애에 초점을 맞춘 재회, 연애는 전쟁처럼, 못잊어등 총 7편의 단편소설을 담았습니다.


소설가이자 산문가, 영화작가인 장아이링은 1920년 중국 상하이에서 명문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조부는 청나라 관료였고 조모는 청 말기 양무운동을 주도한 리훙장(李鴻章)의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살 때 어머니의 유럽행 유학을 시작으로 부모의 이혼, 계모와의 불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런던대학으로의 유학이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성사되지 못해 홍콩대학에 입학하였지만, 일본군의 홍콩점령으로 상하이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기 전해에 결혼을 했지만 일본의 패망과 함께 파탄이 나고 1952년 홍콩을 거쳐 1955년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재혼을 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반생연>이 젊은이들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사랑 이야기가 막장으로 치달아 헷갈리기조차 했던 것처럼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독특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평범한 인간의 삶이 소설로는 매력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일 듯합니다. 옮긴이는 장아이링의 작품은 책을 덮는 순간 머릿속에 내용이 정리되면서 아련하게 여운이 남는다고 하였습니다만, 제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장아이링의 작품들은 해후의 기쁨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랑 앞에서 약점을 드러내고야 마는 여성들의 모습을 묘사하였고, 특히 , 의 경우 이런 모습을 가장 섬세하게 다루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 의 여주인공 왕지아즈는 국민당의 정보책임자를 암살하기 위하여 미인계로 투입된 암살 요원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이 선생에게 암시함으로써 암살이 실패하게 되고, 왕지아즈를 비롯하여 작업에 관련된 모든 요원들이 체포되어 처형되는 결말에 이르는 것을 보면서 왜 그녀는 자신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저버린 것일까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다이아 반지를 사주기 위하여 보석상에 함께 온 이선생이 짓는 조금은 서글퍼 보이는 미소를 보면서 연민의 감정이 든 왕지아즈는 이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은 요원으로서 심리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결국 암살이라는 중대한 업무를 수행할 요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치밀하지 못했던 조직이 행동에 투입된 여러 명의 요원을 한꺼번에 잃고야 마는 우를 범한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작가는 냉혈한 여성 요원보다는 감성이 살아있는 요원을 그려내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녀가 사명을 방기한 채 기밀을 누설하고 사랑하였기에 죽음을 택했노라 생각하였던 것인데 반하여, 그녀가 목숨을 살려준 이선생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서는 하지만 독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었다.’ 자기사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면 그녀 역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면서 자신을 변명하는 것을 보면 남자는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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