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ㅣ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펀트래블의 중국현대문학기행을 다녀와서는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중국현대문학의 계통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작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옌롄커(閻連科)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일련의 작업을 위한 책읽기였습니다.
옌롄커는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이후에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시기별로는 신시기 문학계열로 분류되며, 분야별로는 루쉰의 전통을 이어받아 사회의 현실과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전통적인 현실주의 문학계열이면서도 서구의 근대적 기법을 도입하여 전통적인 서사 방식을 탈피한 실험적인 선봉문학 (先鋒文學)입니다.
이 작품은 2005년 봄 광둥성의 격월간 문예지 화청(花城) 3월호에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로 발표되었는데, 중앙선전부의 긴급명령에 따라 3만권에 달하는 책이 전부 회수되고 말았다. 이유는 지금도 신적 존재인 마오쩌둥이 이룩한 혁명적 전통을 희화화했다는 것입니다. 혁명을 해체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려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책의 제목으로 삼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는 1944년 7월 5일 산베이(陜北) 안차이(安寨)현에 있는 목탄 탄광의 갱도 붕괴사고로 공산당 전사 장쓰더(張思德)가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마오쩌둥이 사흘 뒤에 가진 연설에서 “장쓰더 동지는 인민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의 죽음은 태산보다도 중요하다.… 지금 중국 인민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만큼 그들을 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분투하고 있고 이런 분투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라고 했답니다. 이 연설의 제목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였다고 합니다.
안전에 대한 만만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할 당정의 관리책임에는 눈을 감고 인민의 애국심을 끌어내기 위한 말의 성찬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옌롄커 역시도 그런 느낌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사단장의 부인이 하급병사와 벌이는 애정행각을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으로 포장하는 아슬아슬한 줄넘기를 보여준 통속소설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어판의 발간에 붙이는 서문에서 작가는 중국의 특수한 시대, 특수한 배경에서 일어났던 사랑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과 인류사회 전체의 발전에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요소인 ‘사랑과 존엄’을 얘기하려 했다고 합니다.
사단장의 후처 류렌의 유혹을 뿌리친 우다왕을 교체하겠다는 류렌의 통보를 받은 지도원동지가 우다왕에게 훈육조로 말하는 대목이 다음과 같습니다. “혁명은 사람들에게 밥이나 대접하는 게 아닐세. 혁명은 그림을 그리거나 수를 놓는게 아니야. 혁명에는 피를 흘리는 희생이 뒤따라야 하네. 세계 인민 가운데 삼분의 이가 지금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네. 타이완에서는 국민당 장제스의 통치하에서 백성이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며 가난과 질병 속에서 신음하고 있네. 우리 중국 인민해방군에게는 아직도 중대한 임무가 남아있고 갈 길이 먼 상태일세. 미국 제국주의자는 국제무대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내고, 소련 수정주의자는 국경에 백만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네. 우리 군인은 높은 곳에 우뚝 서서 멀리 내다보며 중국 전체를 품에 안고 전 세계를 주시하며 착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하네. 자신의 직책과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류를 해방시키는 사업에 자신이 해야 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일세.(66-67쪽)”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 같습니다.
사단장의 서른두 살 난 후처의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스물여덟 살 취사병의 애정행각은 사랑일까? 아니면 봉사일까? 이런 류의 애정행각치고 비극적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가 없는데도 작가는 용두사미 격으로 두루뭉술하게 마무리해서 누구도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한 것은 “쾌락의 끝을 향해 치닫는 남녀의 사랑 행위와 문화대혁명의 집단적 광기를 대비시킴으로써 혁명 서사에 억눌렸던 인간의 감성을 부활시킨다”라는 취지에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