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 단편소설선 2 전남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총서 11
장광츠 지음, 이주노 외 옮김 / 어문학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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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 펀트래블의 중국현대문학기행의 여행기를 쓰면서 읽은 책입니다. 주요 작가의 작품과 장편소설은 쉽게 찾아 읽었습니다만, 단편소설은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동네도서관에서 발견한 전남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한 <중국 현대 단편소설선2>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옮긴이는 서문에서 이 책에는 19274.12정변으로부터 193777일 중일전쟁이 발발하기까지 발표된 중단편소설 10편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이 시기에 중국에서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던 시기로 계급과 사회혁명이 사회의 주류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특히 대공황의 여파로 자본주의의 위기와 사회주의 혁명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믿음이 크게 고조되던 시기로, 프롤레타리아적 세계관을 강조하는 문화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1931년의 만주사변과 이듬해의 상해사변으로 일본제국의 군사적 침탈이 노골화되면서 민족주의 담론이 확산되고 국공간의 내전중지 및 일치항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던 시기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으로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까지 중국에서는 프로(Pro) 소설이 크게 성행했다고 합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위한 투쟁적 삶을 중심으로 계급의식이 각성을 형상화하는 프로소설이 중국현대소설의 지평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 장광츠(蔣光慈)들제사(野祭)와 훙링페이(洪靈菲)격류 속에서(在洪流中)는 프로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합니다. 들제사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 수쥔은 혁명하러 떠날 거에요. () 이렇게 밋밋하게 사느니 차라리 장렬하게 죽는 게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33)”라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마오둔(茅盾) 봄누에(春蠶)와 예쯔(葉紫)풍작(豊收)은 사회현상의 이면에 감추어진 본질을 파헤치는, 즉 사회현실을 파악함으로서 사회주의적 전망을 담아내는 사회해부소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봄누에(春蠶)풍작(豊收)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풍작이 오히려 재앙이 되는 현실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가하면 라오서(老舍)초승달(月牙兒)과 러우스(柔石)노예가 된 어머니(爲奴隸的母親)는 도시와 농촌의 기층 민중의 비참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작가의 주관적 감정이라 이념적 지향을 절제한 수작으로 꼽힌다는 것입니다. 류나어우(劉呐鷗)두 명의 시간 불감증자(兩個時間的不感症者)와 스저춘(施蟄存)장맛비 내리는 저녁(梅雨之夕)은 일본의 신감각파의 영향을 받은 해파 작가들의 작품으로 상하이 조계지라는 특성화된 현대도시의 화려하고 번화한 겉모습과는 달리 공허한 삶과 단절된 인간관계를 그려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췬(舒群)조국이 없는 아이(沒有祖國的孩子)와 돤무훙량(端木蕻良)츠루호의 우울 (𪉈鷺湖的憂鬱)에는 동북지방의 풍속과 민정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으로 만주가 일제에 점령된 후에 동북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상하이 등지로 거점을 옮겨 작품활동을 하던 작가들이 동북지방 인민들의 간고한 삶과 일제에 대한 투쟁을 그려냈다고 합니다.


조국이 없는 아이에 등장하는 소련 아이나 중국 아이는 조선 아이 궈리(果里)에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미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조선인들은 유약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나라를 잊은 지 오래라고 비아냥거립니다. 이국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어린 소년까지도 나라를 잃은 서러움을 절감하는 상황인데, 나라를 넘겨준 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동북지방에 살던 조선 사람들의 처지까지 이야기로 만들어준 수췬의 엽엽함에 놀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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