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미선 옮김, 빅토르 위고 원작, Crystal S. Chan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빛비즈의 만화툰 연작 가운데 두 번째로 읽은 책은 <레 미제라블>입니다. 10년쯤 전에 민음사에서 새로 번역하여 소개한 <레 미제라블>을 읽은 기억이 아직 남아있어 만화를 읽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서 읽은 <주홍글자>가 단행본을 만화로 옮긴 것과 비교하면, <레 미제라블>은 민음사 번역판 기준 2,55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한 권의 만화에 담기가 수월치 않았을 것입니다.


원작에서는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라거나, 워털루 전쟁을 비롯한 당시 프랑스의 사회상을 미주알고주알 풀어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장발장과 코제트가 등장인물들과 엮여 풀어가는 이야기의 중심만을 요약한다면 한 권의 만화에 담아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소설에서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하여 사설이 늘어지는 반면 만화는 하나의 장면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등장인물들이 서로 엮이는 배경을 설명하기 위하여 밑밥을 깔아두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만화에서는 이런 점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듯합니다. 결국 핵심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의 전개에 집중하는 경향입니다.


설명이 많이 생략되다보니 인물의 성격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길거리 소년 마리우스의 경우도 시가전에 갑자기 등장하여 혁명군에 도움을 주는 것만 나오지만 당시 파리에는 이런 어린이들이 넘쳐나고 있었던 것은 복지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는 점은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화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로는 당연히 장발잔과 코제트, 팡틴, 마리우스 등 코제트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의 비중이 크고, 악역으로 등장하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것 같습니다. 물론 자베르 경감은 오랜 세월 장발잔을 뒤쫓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비중을 맞추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마리우스가 시가전을 치르는 동안에 도움을 주는 마리우스라는 소년에 대한 설명도 생략되어 있습니다.


원작에 나오는 명대사들이 생략되어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예를 들면 감옥에 출옥한 장발잔의 심리상태를 요약한 마음이 메마르면 눈도 마른다. 형무소를 나올 때까지 십구년 동안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린 적이 없었다.”라는 대목을 설명문으로 넣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만화의 전편에 걸쳐 대화 혹은 독백이 대종을 이루고 지문은 별로 없기 때문에 감동적인 구절들을 놓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은식기를 훔친 장발잔에게 은촛대를 빠트리고 갔다면서 챙겨주는 미리엘 신부님를 묘사한 다름 구절도 들어갔더라면 좋았겠습니다. “그는 신음하는 자와 죄를 회개하는 자에게 몸을 구부렸다. 이 세상이 그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질병처럼 보였다. 그는 도처에서 열병을 느끼고, 도처에서 고통스러운 소리를 들었으며, 불가해한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상처를 치료하려고 애썼다.”


장발잔이 코제트와 함께 자베르 경감의 추격을 따돌리고 수녀원에 잠입했다가 마차에 깔려 경각에 달린 생명을 구해주었던 포슐르방의 도움으로 코제트를 수녀원에 맡길 수 있게 되는 대목에서도 그런데 신은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수녀원은 코제트처럼, 장 발장 속에 미리엘 주교의 사업을 유지하고 완성하는데 이바지 했다.”라는 구절이 생략되어 아쉬웠습니다.


마들렌으로 변장하고 시장을 맡아 도시의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한다거나 팡틴과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비롯되는 코제트 돌보기와 같은 선행은 장발잔이 미리엘 신부와의 약속을 이행함으로서 스스로를 구원하게 된다는 결말에 이르도록 하는 장치라는 점이 도드라지지 못했던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홍 글자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이립 옮김, 너새니얼 호손 원작, Crystal S. Cha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빛비즈에서 고전 명작 소설을 만화로 옮긴 만화툰 연작을 시작했습니다. 원작의 중심 줄거리를 그대로 만화로 옮긴 것으로 그래픽 소설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내놓았습니다. 영미권을 겨냥한 영어판이 먼저 나왔는데, “문학 걸작을 환상적으로 각색한 만화 시리즈라는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된 만화툰 연작은 <레 미제라블>, <제인 에어>, <빨강 머리 앤>, <주홍 글자> 등 네 작품이 먼저 나왔습니다. 이미 소설로 만나 본 작품들이라서 그림이 소설의 줄거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에 만화를 즐겨 읽었던지라 만화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네 작품 가운데 <주홍 글자>를 먼저 읽었습니다. 10년 전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주홍글자>를 읽은 것은 마침 학회 참석차 보스턴을 방문하면서 이 작품에 나오는 장소 등을 둘러본 뒤라서 소설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배경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소설을 읽다보면 머릿속에서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외국 소설의 경우는 그 장면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시대나 장소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영화나 만화 등이야 말로 명작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의 경우 배우가 등장인물을 잘 표현해야 할 것이고, 만화의 경우도 배경 그림이나 등장인물의 표정 등이 잘 표현되어야 하겠습니다.


<주홍 글자>는 대학에서 언어와 문학을 전공하고 TV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크리스탈 챈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잡지 만화 작가로 활동하는 SunNeKo Lee님이 만화를 그렸습니다. 대본은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잘 요약되었고, 그림은 원작의 분위기를 잘 나타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원작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헤스터와 딸 펄 사이의 관계가 부각된 느낌도 들었습니다.


원작에서는 호손이 <주홍 글자>를 쓰게 된 배경을 서문에 담았는데, 지면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화에서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호손은 근무하던 세관의 창고에서 세관검사관 조너선 퓨가 보스톤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놓은 자료를 발견하고는 이를 바탕으로 여러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주홍 글자> 역시 17세기 무렵 보스턴에 살았던 헤스턴 프린이라는 여성의 삶에 대한 조너선 퓨의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한 작품이니 실화소설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처형대 뒤편에 있는 건물은 지붕에 십가가가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교회였던 것 같습니다. 보스턴에 가면 옛 식민지 시절 주청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킹스 채플이 있습니다. 너대니얼 호손은 킹스채플 근처 어디쯤 헤스터가 갇혀있던 감옥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등장인물 가운데 헤스터의 전남편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많습니다. 헤스턴 프린이 미국으로 이주할 때 같이 하지 않고, 헤스터가 혼외의 딸, 펄을 임신하였다는 이유로 간통을 의미하는 붉은 A자를 가슴에 달고 지내라는 판결을 받는 현장에 등장하여 간통남의 정체를 밝혀 복수하려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아내가 미국으로 이주할 때 동행하지 않은 것은 배우자를 버린 행위라고 보아 결혼생활의 유지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잘 못이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딤스데일 목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대중의 용서를 받았지만, 헤스터의 남편은 복수의 대상이 사라지면서 삶이 무너져 초라하게 죽음을 맞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보스턴 지역 주민들의 청교도적 삶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라 할 것입니다. 물론 요즈음의 사회적 인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고기를 위한 변론 -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니콜렛 한 니먼 지음, 이재경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8년 제2차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무렵에 읽은 제러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은 가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서구사회에서 비롯된 쇠고기를 포함한 육식문화의 확장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그래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구 상에 무려 128천만 마리의 소들이 전 세계의 토지 가운데 24%를 차지하고, 미국에서는 곡물의 70%를 가축사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굶주리는 수억 명의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소가 사료를 소화시키기 위하여 내는 트림이나 방귀에 포함된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반론을 읽지 못하여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경보호단체에서 수석변호사로 일한 니콜렛 한 니먼의 <소고기를 위한 변론>은 지금까지의 편견을 되돌리기에 충분한 책읽기였습니다. 물론 저자가 목장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 주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료중심이 아니라 방목으로 소를 키우는 일이야말로 지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1부 소와 지구에서 대규모 소사육으로 지구가 황폐화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는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하였습니다. 사료용으로 곡물을 재배하는 것보다 초지를 조성하여 소를 방목하는 것이 오히려 토양의 산성화와 표토의 유실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인간이 야생동물과 공존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더하여 조성된 초지에서는 풀들이 성장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소과 동물들은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는 식물에 들어 있는 셀루로오스를 소화시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젖과 고기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젖과 고기는 인간에게 유효한 성분이 크게 낮은 식물성 식재료에 비하여 체내 활용도가 높습니다.


최근까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표의 황폐화와 사막화가 소를 비롯한 동물의 과포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의 숫자가 줄어들어 땅을 묵히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야생에 가까운 생태계를 가축의 방목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어 목축를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곡물을 먹여 가축을 집단사육하는 방식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확대되어 왔다고 합니다.


소고기를 비롯한 적색육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포화지방이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연구가 발표된 이후의 일입니다. 사람들의 입맛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지방, 설탕, 그리고 소금이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세 가지 요소들을 조절하여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요소는 줄이고 대신에 다른 요소를 늘리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들 요소를 생산하는 업계에서는 서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연구를 지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저자 역시 축산업을 하는 까닭인지 탄수화물을 비롯한 설탕이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적색육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주장을 방어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문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사실 화학물질을 가급적 줄이고 가급적이면 자연상태로 조리하는 형태의 음식이 건강을 지키는데 최선이라고 합니다.


축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키워가기 위해서는 공장식 축산형태를 구축해온 축산업계의 자성과 대대적인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라서 크게 공감이 가는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년 전까지만 해도 한해 두어 차례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 우한폐렴이 확산되면서 출입국이 까다로워진 것도 있고, 감염으로 인한 개인적인 피해는 물론 국내에 전파하게 될 위험도 있어서 해외여행을 자제해오고 있습니다. 이집트를 구경하고 202111일 입국한 것이 마지막 여행이었으니 생각보다 길어진 셈입니다.


해외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답답한 심경을 담은 신예회님의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을 읽으면서 공감을 느껴보려는 취지의 책읽기였습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해 속이 울컥울컥 버글버글 끓다 못해 콧구멍에서 허연 김이 나오는 것같은 심경으로 일기라도 써보려고 시작한 글쓰기가 한권의 책이 되었고,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글 내용을 보면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해 앙앙불락하는 심경은 서문에만 담았을 뿐 본문의 내용은 여타의 여행기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내신 바 있습니다만, 자신의 여행에서 얻은 느낌과 생각을 담은 책은 처음이었던가 봅니다.


하늘 위에서 먹는 밥의 맛이라는 시작 글은 기내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행기에 탑승하여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맨 순간부터 모든 정신이 기내식에 쏠려 안절부절 못한다고 하셨는데, 저와는 상당히 다른 면인 듯합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먹는 것에 목을 매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만, 저는 어떤 음식이 되었던 한끼를 때우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탑승 후에 기내가 정리되면 영화를 보기 시작하거나, 볼만한 영화가 없을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들고간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40대 중반이라고 하시는 작가는 젊은 탓인지 자유여행을 즐기는 듯합니다. 그 나이 무렵에는 주로 출장이나 학회 등으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저 역시 공항에 내려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방법까지도 사전에 챙겨가지만 가끔은 돌발 사태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젊어서는 출장 등 공무로 해외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빠듯한 일정으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요즈음에는 구경하러 해외여행에 나서게 되었는데, 주로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 고민을 하지 않고 여행에 나서기 마련입니다.


작가는 교육방송의 여행관련 편성에 참가한 적도 있는 상당한 경력의 여행작가로 여행기를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몇 권의 여행기를 출간한 기성 여행작가가 강의를 맡게 되는데, 수업을 하는 건지 회식을 하려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기성작가와 친분이 있는 출판사의 편집자를 연결시켜주기도 하는 모양이라서 저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저도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기를 정리하는데, 여행기를 출판해보려고 출판사에 문의를 하면 대부분 거절받기 일쑤였습니다.


다양한 여행관련 수필들을 읽어보았습니다만, 우리나라 작가들의 여행수필들은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독자들을 겨냥한 듯 필체는 물론 내용 역시 가벼운 편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내셨다고는 합니다만, 문장의 기술이 일관성이 없는 듯합니다. 서술체와 구어체가 뒤섞이고, 높임말과 낮춤말이 뒤섞여 있기도 합니다. 글의 형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독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입니다. 제 경우는 책을 읽는 흐름이 부드럽게 넘어가면 집중도 되고 이해도 쉽게 되는 책읽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얻는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의 여행기가 일반화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느낌을 적은 여행기보다는 여행지에 관한 특별한 정보를 담은 책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고 떠나는 호주 여행 지식 가이드 - 현장에서 다 못 한 이야기
손희욱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양주에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도 언젠가는 구경하러 갈 예정입니다. <알고 떠나는 호주여행 지식 가이드>는 언젠가 떠날 대양주 여행을 준비하는 책읽기입니다. 흔히 보는 여행관련 서적들을 보면 주로 자유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담는 책자거나, 여행을 통하여 얻은 느낌을 적은 여행수필집 등입니다. 하지만 <알고 떠나는 호주여행 지식 가이드>는 두 가지 부류와는 다릅니다.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면, 호주의 역사를 정리한 역사서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호주의 역사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정리하였습니다. 첫째는 호주 대륙이 외부 세계에 알려지는 과정(특히 유럽 사람들 중심입니다만)과 영국정부가 죄수들을 호주로 이주시키게 된 배경과 당시의 영국 사회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둘째는 호주 이외의 지역에서 사람들이 이주해오기 전에 이 땅에서 6만년 넘게 살아왔던 선주민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이주민들로 인하여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슬픈 역사를 다루었습니다. 셋째는 백호주의로 상징되는 인종차별의 역사가 시작된 배경과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상당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품을 보면 사회과학서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조금은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금융계에서 일하던 저자의 직업에서 오는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 아내되시는 분이 호주로 이직하면서 기러기가족으로 떨어져 살다가 뒤따라 호주로 옮겨 가족들이 재결합을 하면서 이민이 성사되었다고 합니다. 호주에서는 카페를 차렸다가 정리를 하고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여행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표지를 열면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라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말을 만나게 됩니다. 호주를 찾능 여행객들을 안내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부분을 채우기 위하여 이 책을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이 책에 담은 내용 정도는 알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 것 같습니다.


제임스 쿡이 호주를 찾은 최초의 유럽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1606년 네덜란드 탐험가 빌럼 얀스존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호주대륙의 퀸즐랜드 북쪽 끝 케이프 요크 지역을 탐험했다고 하고, 몇 달 뒤에는 포르투갈의 토레스가 이 지역을 항해했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1642년과 1644년 두 차례에 걸쳐 호주의 남쪽 해안선을 탐험했습니다.


13세기 무렵 영국에서는 소규모 토지를 대규모 농장에 합병하는 법률적 절차, 소위 인클로저가 시작되면서 목축업의 자본주의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판매용 곡물 혹은 양을 키우기 위하여 농지에 울타리를 세우면서 소규모의 농지를 빼앗긴 농부나 소작농들은 살길을 찾아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흘러들게 되었습니다. 특히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도시 노동자의 수여가 급증하면서 이들은 도시의 하층노동자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범죄도 늘게 되었고 범죄자를 수용할 감옥도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신민 경영하던 북미대륙으로 죄수를 유배시키다가 미국이 독립하면서 호주대륙이 대체지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1787513일 죄수 736명과 이들을 관리할 해군과 선원 등 1,400명을 목선 11척에 나누어 태운 최초의 함대가 영국의 포츠머스 항구를 떠나 호주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도착한 영국의 이주민들은 호주대륙의 선주민들과 갈등을 빚어가면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미개한 선주민은 동물과 인간의 중간자적 존재에 불과하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멸종시키려는 시도까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호주대륙의 외부인 이주행렬은 유럽각지에서 그리고 인도와 중국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입니다. 비백인들의 이주행렬이 늘면서 1901년에는 비백인의 이주를 제한하는 백호주의가 시작되어 1973년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오늘의 호주가 있기까지의 역사를 정리하면서도 중간 중간에 관광객들이 가질만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도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캥거루라는 이름의 유래를 비롯하여 시드니의 명물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건설에 관한 이야기, 선주민 전사 페물우이에 관한 이야기,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Fair go 등등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