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이립 옮김, 너새니얼 호손 원작, Crystal S. Cha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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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에서 고전 명작 소설을 만화로 옮긴 만화툰 연작을 시작했습니다. 원작의 중심 줄거리를 그대로 만화로 옮긴 것으로 그래픽 소설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내놓았습니다. 영미권을 겨냥한 영어판이 먼저 나왔는데, “문학 걸작을 환상적으로 각색한 만화 시리즈라는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된 만화툰 연작은 <레 미제라블>, <제인 에어>, <빨강 머리 앤>, <주홍 글자> 등 네 작품이 먼저 나왔습니다. 이미 소설로 만나 본 작품들이라서 그림이 소설의 줄거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에 만화를 즐겨 읽었던지라 만화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네 작품 가운데 <주홍 글자>를 먼저 읽었습니다. 10년 전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주홍글자>를 읽은 것은 마침 학회 참석차 보스턴을 방문하면서 이 작품에 나오는 장소 등을 둘러본 뒤라서 소설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배경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소설을 읽다보면 머릿속에서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외국 소설의 경우는 그 장면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시대나 장소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영화나 만화 등이야 말로 명작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의 경우 배우가 등장인물을 잘 표현해야 할 것이고, 만화의 경우도 배경 그림이나 등장인물의 표정 등이 잘 표현되어야 하겠습니다.


<주홍 글자>는 대학에서 언어와 문학을 전공하고 TV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크리스탈 챈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잡지 만화 작가로 활동하는 SunNeKo Lee님이 만화를 그렸습니다. 대본은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잘 요약되었고, 그림은 원작의 분위기를 잘 나타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원작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헤스터와 딸 펄 사이의 관계가 부각된 느낌도 들었습니다.


원작에서는 호손이 <주홍 글자>를 쓰게 된 배경을 서문에 담았는데, 지면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화에서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호손은 근무하던 세관의 창고에서 세관검사관 조너선 퓨가 보스톤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놓은 자료를 발견하고는 이를 바탕으로 여러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주홍 글자> 역시 17세기 무렵 보스턴에 살았던 헤스턴 프린이라는 여성의 삶에 대한 조너선 퓨의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한 작품이니 실화소설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처형대 뒤편에 있는 건물은 지붕에 십가가가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교회였던 것 같습니다. 보스턴에 가면 옛 식민지 시절 주청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킹스 채플이 있습니다. 너대니얼 호손은 킹스채플 근처 어디쯤 헤스터가 갇혀있던 감옥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등장인물 가운데 헤스터의 전남편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많습니다. 헤스턴 프린이 미국으로 이주할 때 같이 하지 않고, 헤스터가 혼외의 딸, 펄을 임신하였다는 이유로 간통을 의미하는 붉은 A자를 가슴에 달고 지내라는 판결을 받는 현장에 등장하여 간통남의 정체를 밝혀 복수하려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아내가 미국으로 이주할 때 동행하지 않은 것은 배우자를 버린 행위라고 보아 결혼생활의 유지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잘 못이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딤스데일 목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대중의 용서를 받았지만, 헤스터의 남편은 복수의 대상이 사라지면서 삶이 무너져 초라하게 죽음을 맞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보스턴 지역 주민들의 청교도적 삶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라 할 것입니다. 물론 요즈음의 사회적 인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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