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문제와 전망 중남미지역원 학술총서 17
잰 니퍼스 블랙 엮음, 중남미지역원 번역팀 옮김 / 이담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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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만 생각하던 남미여행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미에 대한 공부도 진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멀리 있는 탓인지 관련 자료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행히 [북소리]에서도 한번 소개드린 것처럼 부산외대의 중남미지역원에서 내놓은 자료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북소리]에서 다룬 <라틴 아메리카의 어제와 오늘; http://blog.joins.com/yang412/13740602>에서는 제목 그대로 지리, 자연, 사람 그리고 그 역사 등 라틴 아메리카에 관한 사항을 전반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역사에 관한 내용으로는 라틴 아메리카 고대문명의 기원과 시대구분에 이어 마야문명과 아즈텍문명으로 대표되는 메소아메리카의 문명과 잉카문명으로 대표되는 안데스문명을 각각 정리하였습니다. 또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제국들의 정복에 따른 식민지배 시기와 식민통치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여 근대국가를 형성하기까지를 정리하였습니다. 이어서 식민통치의 잔재로 인한 인종문제, 빈곤과 불평등, 종교와 언어, 도시화와 이주문제, 정치적 전통과 경제의 변천과정 등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문제와 전망>은 이 지역의 현대사를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문제를 전망한 것입니다. 몬테레이국제대학원에서 국제정책학을 담당하는 잰 니퍼스 블랙교수가 편집 책임을 맡고 무려 35명의 필자가 참여하였고, 11명의 중남미전문가들의 번역으로 완성된 888쪽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이 책은 1984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제5판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수정과 증보작업이 이어져왔다고 했습니다. 특히 번역의 저본이 된 제5판에서는 마약과 외채의 충격적인 결과와 이를 빌미로 삼은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걸친 내정간섭을 포함하였을 뿐 아니라, 세기의 전환기에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동향들, 예를 들면 수출부문의 역점화, 민영화의 압력, 사회복지프로그램의 예산 축소, 경제성장의 질주, 지속적인 소득격차 증가, 생태우수지역들에 대한 새로운 위협 등에 대하여도 고찰하였습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와 극심한 박탈감이 촉매가 되어 일어난 새로운 포퓰리즘 정당들과 사회운동세력의 급성장에 대하여도 다루고 있어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과 비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남미와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편집책임을 맡은 블랙교수가 서론에서 밝힌 것처럼, 이 지역은 유럽 식민주의의 영향을 받은 제3세계의 선두주자로서 다양한 부문에서 첫 번째라는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유럽식민주의에 철저하게 종속된 제3세계의 첫 번째 지역으로, 처음 그 종속을 떨쳐버리고 공화정을 채택하였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중의 참여를 현실의 장으로 끌어들인 첫 번째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국민경제주권의 토대를 처음 만들었지만 군부독재에 말살되었고, 자유무역을 위한 개방을 강요당하였으며 경제적 붕괴를 처음으로 경험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들어 민주화운동이 다시 점화되면서 제한적 형태의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경제여건도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감소하면서 소득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불만이 분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사회운동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발전이 더디고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1. 이베리아반도 사람들과 그들이 가져왔던  제도, 태도 그리고 문화적 특질, 2. 라틴 아메리카 사람 자신들, 즉 엘리트층의 탐욕, 중산층의 기업가 정신의 결여, 그리고 일반대중의 수동성, 3.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자본주의 체계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남미의 성공과 실패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남미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라든가, 국제적 상황이 남미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체 내용은 모두 9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 5부까지는 총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제1부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지역에 따른 지형적 특성과 이곳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정리하고, 최근 들어 일고 있는 환경의 보존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동태에 관하여 놀라운 사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진출할 무렵 약 8천만 명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종 전염병의 유입과 정복전쟁 그리고 생태계의 변화로 인하여 130년 동안 무려 95%의 인구가 감소하였다고 하며, 카리브해 유역의 경우 50년 만에 원주민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식민당국은 원주민 노동력이 고갈되자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들여왔고, 원주민과 아프리카 노예 그리고 유럽 사람들 간에 인종적 혼합은 원주민 소멸을 가속화하였던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20세기 들어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을 말살시키려는 집단학살 정책이 시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제2부에서는 식민시대와 독립 이후의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요약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라틴 아메리카의 어제와 오늘>에서 개괄한 바 있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한다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라틴 아메리카를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진 양상으로 신속한 탐사와 정착, 신속한 통치체계의 수립, 원주민의 노동력 착취, 흑인노예의 수입과 기독교 보급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식민시대의 라틴 아메리카는 유럽사회가 필요로 하는 농산품을 생산하는 기지였으며 동시에 공산품을 소비하는 시장에 불과하였습니다. 유럽사회에서 발전된 기술의 전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 후에도 경제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나, 이를 개선시키려는 뚜렷한 노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3부에서부터 제5부까지는 독립 이후의 라틴 아메리카 사회의 경제, 사회, 정치 그리고 대외관계의 변화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개별 저자들이 나누어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들 이슈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있기도 합니다. 독립 이후에도 식민시대의 지배계층이 부를 독점하였기 때문에 계층 간의 갈등이 증폭되었으며, 쌓여가는 사회적 불만은 결국 민중의 저항운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을 쥐고 있는 지배계급과 군부는 민중의 저항을 무차별적으로 탄압하여 권리를 지키려 하였고, 민중 역시 무장을 하고 대항하는 내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집단에 대항하는 세력들은 사회주의 이념을 토대로 힘을 모았는데, 라틴 아메리카에 가까운 미국으로서는 턱밑에서 소련과 친밀한 정치세력이 자리 잡는 것을 묵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의 권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깊숙하게 개입하였던 것입니다. 1954년 과테말라의 민선정부에 미국 CIA가 개입하여 전복시킨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1959년 피델 카스트로에 의하여 쿠바에서 공산혁명이 성공하면서 도미노효과를 우려한 미국으로서는 쿠바혁명이 라틴 아메리카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데 전력을 다하였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 만해도 공산혁명이 경제적, 사회적 궁핍으로 야기된 것이라고 인식하여 민주정권을 지지했는데, 케네디 사후 들어선 존슨 행정부에서는 강경노선을 채택하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민주화 일정이 늦춰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중앙아메리카와 북부 아메리카 지역에서 대단위로 재배되는 마약은 미국 정부의 골칫거리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마약이 최종 소비처인 미국 내로 밀반입되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골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로서는 마약의 유통을 단속하는 것보다는 재배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에 관련 국가와 협력을 긴밀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20세기 들어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선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지만, 여전히 군부가 힘을 장악하고 있는데다가 민선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큰 민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국내외 여건을 조성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민선정부가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거나 혁명으로 무너지는 악순환이 거듭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산업구조가 취약하였기 때문에 구조적 빈곤을 해결하기에 벅찼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경제동향도 순탄하지 않았던 것도 큰 요인이었습니다.

 

21세기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는 1970년대와 비교하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하여 민선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덜 억압적이고 고문, 실종, 테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권위주의적이고 과두제 정치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어 권력이 일부 세력에 집중되고 있으며, 차별과 직권남용도 여전하며, 부패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엘리트층을 기반으로 하는 제한적 민주주의는 매우 배타적이어서 민중의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민주화로 가는 과도기라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한적인 민주주의로는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를 정착시킬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운 신보수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는 형편입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관계는 대립과 협력이 묘한 균형을 이루어 왔습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 침략해올 때만 하더라도 광활한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는 국경의 개념이 없었을 것입니다. 19세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낼 때만해도 멕시코는 중미를  아울러 이뚜르비데가 다스리는 제국의 형태를 취하였던 것인데, 곧 실각하고 중미지역도 분할되어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그리고 코스타리카 등으로 각각 분리되었습니다. 남미 국가들 역시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분리독립 이후 지역적으로는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1864년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브라질과 파라과이 사이에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1879년 칠레와 볼리비아 사이에도 광물자원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1932년에는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페루와 콜롬비아, 1941년에는 페루와 에콰도르 사이에서 전쟁이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라틴아메리카는 뚜렷한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나서서 라틴 아메리카의 국가들을 조직화하려고 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추축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브라질의 경우는 이탈리아에 군대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멕시코는 태평양에서 추축국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공산주의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였고, 반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관심은 지역 내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에 있었습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잰 니페스는 양자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미국이 자신감이 있을 때는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으며 미국이 불안을 느끼거나 세계 최강이라는 오만을 가졌을 때는 시달림을 당했다.(836쪽)”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사이에는 변화에 대한 갈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정리합니다.

 

그것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산업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20세기 말에는 공공자산과 서비스 분야에서 괄목할 정도로 민영화되고 경제성장이 재개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20세기의 후반을 지나면서 겪었던 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다자간의 협력을 통하여 정치적, 경제적 선택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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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지리교육연구회 지평 지음 / 푸른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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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을 앞두고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중고등학교에서 지리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께서 다녀온 남미에 관하여 정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분명 다른 여행서와는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안락함과 일상성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은, 때로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추억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되기도 한다.’라고 운을 떼었습니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를 더 깊게 하기 위해서 때로는 관찰에, 때로는 사진찍기에, 또 때로는 토론에 몰두한다. 이런 답사는 낭만과 추억보다는 분주한 관찰과 자료 수집이 중심이 되곤한다.(4쪽)’라고 적고 있어,지리교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공부가 주목적이었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답사여행지로 남미를 고른 이유를 일곱 가지나 꼽았습니다. 1. 지구의 반대편은 어떤 곳인지 직접 확인해보자, 2.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을 갖춘 남미 대륙을 직접 체험해보자, 3. 고산 지대에 꽃피운 고대 문명의 자취를 찾아보자, 4. 남미는 어떻게 전통을 잃어버린 것일까? 5. 세계 주요 작물의 요람이었던 남미가 오늘날 착취를 위한 농업지역이 되어버린 이유를 파악해보자, 6. 남미는 왜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도 발전이 더딘지 알아보자, 7.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문제 등입니다.

 

여행경로는 인천을 떠나 LA를 경유하여 페루의 리마를 첫 기착지로 하여 쿠스코와 마추피추를 보고, 볼리비아의 라파스와 칠레의 칼라마와 안토파가스타를 거쳐 수도 산티아고를 본 다음에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이과수폭포로 이동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를 거쳐서 아마존의 미나우스를 본 다음에 사웅파울루로 돌아왔고, 남미를 떠나 뉴욕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로입니다. 사실 남미라는 대륙을 불과 며칠 사이에 속속들이 들여다 본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주어진 일정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잉카제국이라는 명칭이 이곳을 점령한 유럽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일 뿐이고, 정복당한 사람들은 타완틴수요(Tawantinsuyo)라고 부르는 나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타완틴은 4를 이르고, 수요는 방향을 의미한다고 하니 ‘사방을 아우르는 나라’라는 의미를 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자들은 먼저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을 뒤쫓는 한편 이들이 어떻게 외세에 무너졌는지를 정리해냈습니다. 그리고 방문지마다 지리교사들답게 지형과 기후 등, 지리적 요소들을 꼼꼼하게 정리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까지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자칫 방대해질 수도 있는 내용을 핵심만 추려서 요약하고 있어 남미여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역시 우리가 여행지에서 흔히 찍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사용하는 것들 예를 들면 산세라든가 해안 절벽의 단면과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항공사진도 구해서 추가하였습니다. 사진에 더하여 해당 지역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지형의 단면도를 그려 넣기도 합니다. 참 모든 사진에 설명을 빠트리지 않은 점이 특별했습니다. 많은 여행서들이 설명없는 사진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는 대비가 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앞서 남미여행을 떠난 이유를 보면 진보적 시각으로 남미를 본 것이 아닌가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만, 칠레와 우리나라가 맺을 자유무역협정 내용에 대한 설명을 보면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성이 이렇다보니, 누군가 먼저 이 책을 읽었던 이가 꼼꼼하게 밑줄을 쳐가며 공부한 흔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역시 공부를 할 때는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하는 것인데 빌어온 책이니 저는 그리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여행에 동행했던 선생님의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정리한 여행일기를 부록으로 붙여놓았습니다. 때로는 중2의 시각이라고 보이지 않는 이야기도 있지만, 일찍이 유럽과 미국 등을 여행하면서도 여행기록을 남긴 경험이 있는 탓으로 읽었습니다. 자녀교육에도 신경을 쓰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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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르네상스 아트 라이브러리 6
패트리샤 포르티니 브라운 지음, 김미정 옮김 / 예경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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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다녀온 발칸반도 여행을 베네치아에서 마무리하였습니다.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19세기 발칸반도를 두고 오스만투르크와 격돌했던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하는 것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아드리아해안에 흩어져 있는 유적들 가운데 베네치아와 관련이 있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래 전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을 때 냈던 하루의 짬을 우리는 밀라노로 갔습니다만, 이번에 다녀와보니 자유투어로 베네치아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그때는 밀라노로 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프루스트나 오르한 파묵 등의 작품을 통하여 베네치아의 모습을 조금씩 맛보다가 존 러스킨의 <베네치아의 돌>을 읽으면서 베네치아에 조금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인데, 이번에 베네치아 방문을 통하여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한 나절 머문 것으로 베네치아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사실은 베네치아의 뒷골목 광장에서 그들이 사는 모습을 잠시 보았고, 곤돌라를 타고 베네치아 사람들이 사는 골목(?)을 돌아보았으며, 모터보트를 타고 수로를 달리면서 수로변에 들어서 있는 오래된 집들을 보았습니다. 일정 때문에 산마르코성당이나 두칼레궁전은 바깥에서 휘~ 돌아본 것이 전부였던 터라 베네치아가 가지고 있는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아쉬웠던 터입니다.

 

패트리샤 포르티니 브라운의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는 그런 아쉬움을 채워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르네상스를 말하면서 베네치아를 따로 떼어낸 것은 베네치아 사람들은 피렌체와는 다른 그들만의 가치와 의도에 따라 고대를 재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베네치아 사람들은 피렌체가 일구어낸 것들까지도 고대문명으로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1304~1374)는 베네치아를 ‘세상의 다른 곳(Mundus alter, 문두스 알테르)’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세상의 다른 곳 베네치아가 성립되어 발전한 과정을 요약하고, 베네치아의 예술이 발전해온 배경, 그리고 그들이 남긴 건축과 미술품에 대하여 설명하고, 예술이 꽃피우는데 기여한 종교와 사회의 모습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건축과 회화 그리고 조각작품의 도판을 곁들여서 르네상스 시기의 베네치아의 예술사조는 물론 당시 베네치아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까지도 유추해내고 있습니다.

 

베네치아 이야기를 적게 되면 1480년 베네치아를 방문했다는 독일의 성직자 펠리스 파버의 말을 꼭 인용할 것입니다. 그는 “바다 한가운데에 경이로운 자태로 높다란 성들과 멋진 교회들, 그리고 화려한 저택과 궁전을 맘껏 뽐내며 떠있는, 저 유명하고 위대하며 부유하고 성스러운 도시, 지중해의 여인 베네치아(10쪽)”라고 찬탄해마지 않았다고 합니다. 성 마르코성당을 찾아갔을 때, 콘스탄티누폴리스에서 강탈해왔다는 청동으로 된 네 마리의 말을 정문 파사드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번 여행을 베네치아에서 마무리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의 초입에 도착한 다음에 배로 갈아타고서 산마르코광장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느꼈던 모호한 감정의 정체가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 파악되는 것 같습니다. “배를 타고 베네치아에 도착할 때의 광경은, 교외를 지나 성문을 통과하고 길을 따라 점점 도심에 접근해가는 여느 도시 입성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방문객들은 처음부터 베네치아를 한 눈에 펼쳐진 일대장관으로 경험한다. 그런 다음 발길이 닿지 않은 물길을 따라 마치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맞추듯, 곧바로 도시의 심장부에 다다른다. 베네치아에서는 사물들이 시시각각 달라 보인다.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시선을 돌려 빛과 대기가 뒤섞인 흐릿한 수평선으로 녹아 들어가는 아른거리는 수면을 볼 때, 그 동안 전해들은 얘기와 실제가 그렇게 확연히 달라 보이는 것은 베네치아의 실제 지형적인 위치 때문일 것이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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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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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공부하다면서 눈에 띈 작품입니다. 노벨상 수상작가로 유명한 파블로 네루다의 이름을 제목으로 가져온 것을 보면 네루다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삼류 신문사의 문화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이 작품의 무대가 되고 있는 이슬라 네그라에 머물고 있는 네루다를 기습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고, 가십난에나 어울릴 야리꾸리한 기사를 써보려 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 기사는 쓰지 못했고, 대신 오랫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시인의 집을 기웃거렸고, 그 집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엿보면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가다듬어 갔던 모양입니다. 그때 만난 사람이 이 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리오의 부인 베아트리스 곤잘레스였나 봅니다. 실종된 남편의 이야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했던....

 

작가는 이 작품의 큰 줄거리를 “열광적으로 시작해서 침울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끝을 맺는다”라고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요약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때는 1970년대 초반. 칠레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우편배달부로 일하는 마리오는 마을의 가장 고명한 주민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전달하는 것이 유일한 업무이다. 아름다운 소녀 베아트리스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소녀를 위한 시를 써달라고 조른다. 네루다는 우체부에게 메타포를 가르쳐주어 베아트리스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하고, 베아트리스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리오와 베아트리스는 결혼을 하게 된다. 이후 네루다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어 마을을 떠나 있을 때나 주프랑스 대사로 임명되어 파리에 있는 동안에도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간다.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로 살바도르 아옌데가 목숨을 잃고 네루다 역시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마리오는 목숨을 걸고 네루다를 찾아와 그의 곁을 지킨다.”

 

시간적으로 이야기는 크게 세 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우편배달부가 된 마리오가 네루다와 인연을 맺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아 베아트리스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도입부가 될 것 같습니다. 네루다가 지지자들에 이끌려 대통령선거에 나섰다가 살바도르 아옌데 후보로 단일화가 이루어지면서 아옌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네루다가 프랑스 대사로 떠나게 되고, 그 사이 마리오는 네루다로부터 전수받은 메타포를 이해하여 시작(詩作) 공부에 나서는데, 사실은 일상에서 시상(詩想)을 가다듬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일상에는 개혁적인 성향의 아옌데 대통령에 대한 보수파의 조직적인 저항을 우회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아옌데 정부에서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로 임명되는데 파리에서도 이슬라 네그라의 풍광이 삼삼하여 향수병에 빠졌던 모양입니다.

 

그 사이에 네루다는 내심 기대하던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고, 마리오는 동네 잔치를 열어 문학적 스승에 대한 경의를 표시합니다. 정말 좋은 제자인 것 같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노벨상 수상 이후에 네루다는 병이 들어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오고, 마리오는 드디어 첫 번째 시로 공모전에 나섭니다. 네루다로부터 전수받은 메타포를 찾는 작업이 결실을 맺게 된 셈인가요?

 

처음 만남에서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해준 “칠레에서는 모두가 시인이야(28쪽)”라는 말이 사실이었던 셈입니다. 아니면 마리오가 시인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네루다가 자작시를 들려주는 동안 마리오는 자신이 이상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합니다. 네루다가 낭송해주는 단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바다와 같았다거나, 그런 모습을 보는 동안 멀미를 느꼈는데, 마치 자신이 낭송하는 말 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와 같았다고 합니다. 정말 특별한 마리오인 것 같습니다.

 

네루다가 투병을 하는 사이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아옌데 대통령은 숨지고 네루다 역시 연금상태에 있다가 병이 중해지면서 병원으로 옮겼지만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마리오는 찾아온 누군가에 의하여 어디론가 끌려가고....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하여 네루다의 서민적인 풍모를 부각시키고, 칠레 민주화과정이 좌초한 것을 애닲아하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린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피노체트는 1974년부터 1988년까지 철권을 휘두르면서 반대세력을 탄압하였습니다. 마리오의 실종은 그와 같은 앞날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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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보물창고 - 열정과 젊음의 도시 브라질의 뒷골목 탐험
허다연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중남미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유여행을 하면 좋겠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단체여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남미는 최근에서야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멀기 때문인지 알려진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브라질 보물창고>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만, 일단은 자유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브라질의 속살을 내보일 정도로 그곳 사람들의 일상에 밀착되어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작가가 브라질에 가까운 파라과이에서 성장하면서 자주 브라질을 다녀보았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가까이서 보아야 더 예쁘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그 무엇도 영원하진 않다. 커피도 식고, 연기도 흩어지고,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은 변한다. 쉽게 사라지고 변하는 것들을 잠시 멈추고 싶을 때, 내가 종종 찾았던 곳이 브라질이다.”라고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브라질은 별로 변화가 없는 그런 곳이라는 이야기일까요? 분명하지는 않지만 흥이 넘치는 브라질이 삶의 독을 풀어주는 장소라 해서 좋아했던 아버지와의 추억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자주 찾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가는 브라질로 가는 방법과 브라질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그리고 브라질을 여행할 때 조심해야 할 것들을 먼저 소개합니다. 어쩌면 축구, 삼바 등으로 대표되는 브라질에 대하여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브라질여행을 통하여 얻은 것들을 소개합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넘어가도 좋을 것들도 포함됩니다. 역시 먹는 것이 중요한가 봅니다. 하기는 요즘 젊은이들은 여행에서 경치나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먹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브라질이 저자에게 준 느낌은 푸르름이었던가봅니다. “브라질에 가는 것은 큰 정원에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울창한 숲 때문인지 높게 뻗은 나무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한 정원에서 생각도 하고, 음악도 듣고, 좋은 사람과 차도 마시는 느낌을 받았다.(48쪽)” 결국 브라질은 힐링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브라질은 위험한 곳이라는 점을 곳곳에서 강조하기도 합니다.

지역적으로도 차별화되는 특색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브라질 속의 특별한 브라질이라는 제목으로 리우 데 자네이루, 상파울루, 그리고 이과수, 보니토, 살바도르 등을 별도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그 나머지 지역은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도 개발되지 않고 숨어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찾지 않는 그런 곳이 넘쳐나기 때문에...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폭포의 80&는 아르헨티나에 있지만, 폭포의 웅장한 모습은 브라질에서 더 실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나이아가라폭포 역시 폭포에 접근하는 것은 미국 쪽이 더 쉽지만,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는 캐나다 쪽에서 가능한 것과 같은가 봅니다.

브라질에 가야 하는 이유로 주저 없이 해변이라고 꼽은 저자입니다. 아마도 바다가 없는 파라과이에서 성장한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해변에서 찍은 사진들을 엄청나게 올려놓았습니다. 저자가 해변을 꼽은 이유는 브라질에는 크고 작은 해변이 2천개가 넘게 있다고 합니다. 바다를 접하고 있으면 기본으로 해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해변이란 모래사장이 깔려 있는 장소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해변하면 리우의 코파카바나를 떠올립니다만, 이파네마, 레브론 해변 등 특징이 다른 해변들도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해변에 가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습니다. 오늘은 해변에 나가봐야 하겠습니다.

작가가 마지막으로 적은 특별하지만 위험하다는 잔소리는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브라질은 만만하게 생각할 곳은 절대 아닌 것 같기 때문에 특별하게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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