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지리교육연구회 지평 지음 / 푸른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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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을 앞두고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중고등학교에서 지리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께서 다녀온 남미에 관하여 정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분명 다른 여행서와는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안락함과 일상성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은, 때로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추억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되기도 한다.’라고 운을 떼었습니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를 더 깊게 하기 위해서 때로는 관찰에, 때로는 사진찍기에, 또 때로는 토론에 몰두한다. 이런 답사는 낭만과 추억보다는 분주한 관찰과 자료 수집이 중심이 되곤한다.(4쪽)’라고 적고 있어,지리교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공부가 주목적이었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답사여행지로 남미를 고른 이유를 일곱 가지나 꼽았습니다. 1. 지구의 반대편은 어떤 곳인지 직접 확인해보자, 2.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을 갖춘 남미 대륙을 직접 체험해보자, 3. 고산 지대에 꽃피운 고대 문명의 자취를 찾아보자, 4. 남미는 어떻게 전통을 잃어버린 것일까? 5. 세계 주요 작물의 요람이었던 남미가 오늘날 착취를 위한 농업지역이 되어버린 이유를 파악해보자, 6. 남미는 왜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도 발전이 더딘지 알아보자, 7.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문제 등입니다.

 

여행경로는 인천을 떠나 LA를 경유하여 페루의 리마를 첫 기착지로 하여 쿠스코와 마추피추를 보고, 볼리비아의 라파스와 칠레의 칼라마와 안토파가스타를 거쳐 수도 산티아고를 본 다음에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이과수폭포로 이동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를 거쳐서 아마존의 미나우스를 본 다음에 사웅파울루로 돌아왔고, 남미를 떠나 뉴욕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로입니다. 사실 남미라는 대륙을 불과 며칠 사이에 속속들이 들여다 본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주어진 일정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잉카제국이라는 명칭이 이곳을 점령한 유럽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일 뿐이고, 정복당한 사람들은 타완틴수요(Tawantinsuyo)라고 부르는 나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타완틴은 4를 이르고, 수요는 방향을 의미한다고 하니 ‘사방을 아우르는 나라’라는 의미를 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자들은 먼저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을 뒤쫓는 한편 이들이 어떻게 외세에 무너졌는지를 정리해냈습니다. 그리고 방문지마다 지리교사들답게 지형과 기후 등, 지리적 요소들을 꼼꼼하게 정리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까지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자칫 방대해질 수도 있는 내용을 핵심만 추려서 요약하고 있어 남미여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역시 우리가 여행지에서 흔히 찍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사용하는 것들 예를 들면 산세라든가 해안 절벽의 단면과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항공사진도 구해서 추가하였습니다. 사진에 더하여 해당 지역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지형의 단면도를 그려 넣기도 합니다. 참 모든 사진에 설명을 빠트리지 않은 점이 특별했습니다. 많은 여행서들이 설명없는 사진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는 대비가 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앞서 남미여행을 떠난 이유를 보면 진보적 시각으로 남미를 본 것이 아닌가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만, 칠레와 우리나라가 맺을 자유무역협정 내용에 대한 설명을 보면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성이 이렇다보니, 누군가 먼저 이 책을 읽었던 이가 꼼꼼하게 밑줄을 쳐가며 공부한 흔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역시 공부를 할 때는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하는 것인데 빌어온 책이니 저는 그리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여행에 동행했던 선생님의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정리한 여행일기를 부록으로 붙여놓았습니다. 때로는 중2의 시각이라고 보이지 않는 이야기도 있지만, 일찍이 유럽과 미국 등을 여행하면서도 여행기록을 남긴 경험이 있는 탓으로 읽었습니다. 자녀교육에도 신경을 쓰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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