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발견 - 가족에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한 심리학
최광현 지음, 윤나리 그림 / 부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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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장면을 지켜보다 흉기로 아버지를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 11살 소년의 사건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폭력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나 11살에 불과한 소년이 흉기로 아버지를 찌르게 된 상황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굳이 이 사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정폭력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은 폭력의 주체와 대상이 모두 가족구성원이 되는 아동학대, 남편학대, 아내학대, 존속학대 등 모든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문제행위가 포함됩니다. 가정폭력은 아동기에 이미 씨가 뿌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동기에 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보고 자라면 공격행위와 자기를 합리화하는 기술을 습득하며 그런 행위에 대하여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혹자는 가정폭력의 당사자가 정신질환, 인성적 결함, 알코올과 약물남용 등과 같은 개인의 비정상적 속성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특히 성격적, 정신적 특성으로 생기는 가정폭력의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폭력으로까지 발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끼리도 서로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와 상쇄되어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때로는 마음의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처로 남을 수도 있는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족은 자신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심리치유 전문가 최광현 교수의 <가족의 발견>은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과 그렇게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가족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특히 상처를 안고 있는 가족을 치료하는 분야를 전공하였습니다. 학위를 받고서 본대학병원에서 임상상담사로 일하였고, 루르(Ruhr)가족치료센터의 가족치료사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내담자들의 가족이 안고 있는 갈등과 아픔을 목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족치료는 가족들 사이에 있었던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잊게 하거나 애써 무시하도록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의미 전환’, ‘재구성’, ‘긍정적 피드백’이라고 부르는 치료기법, 즉 심리적 상처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힘든 일을 많이 겪을 수 있는데, 때로는 마음에 상처로 남을 수 있는 충격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심리적 외상(psychotic trauma)를 겪으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기전이 작동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세상과 다른 사람을 볼 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거나 부정적인 경향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 세상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견고해지면서 타인과의 사이에 벽을 쌓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기억을 없애주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해줄 수 있다면 완벽한 치료가 될 것입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최근 “전기경련요법(ECT: electroconvulsive therapy)을 사용하여 불편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선택적으로 교란해 떠오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라포르시안 뉴스 2013년 12월 28일자 기사. [미리안 브리핑] “불편하고 아픈 기억만 골라서 지워드립니다”; http://blog.joins.com/yang412/13305523). 하지만 아직은 실용화 단계까지 이른 것은 아닙니다.

 

심리적 외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심리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적 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주는 것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회피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준다. 사고의 틀을 바꾸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트라우마는 회복될 수 있다.(13쪽)”라고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소통과 공감이 큰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족 역시 아픔과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가족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의 발견>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착한 사람은 행복하기가 어렵다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제1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제2부 ‘상처받은 가족’에서는 화목하게 보이는 가족들이라도  다양한 형태로 심리적 외상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3부 ‘가족의 발견’에서는 가족들이 왜, 어떠한 방식으로 심리적 외상을 주고받는지, 그 과정에서 가족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깨닫고 가족 안에서의 내 자리를 찾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마지막 제4부에서는 가족들을 보듬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길을 찾습니다.

 

저자는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상담사례를 인용하면서 또 사례에 잘 맞는 심리학분야의 논문을 이끌어 와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주제 착한사람 콤플렉스에서는 모두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을 서울올림픽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당시 요트 남자 470급에 출전한 캐나다의 로런스 르뮤선수는 갑자기 불어온 강풍에 밀려 싱가포르선수들이 바다에 빠지자 곧바로 뛰어들어 구해냈다고 합니다. 상황이 생겼을 대 르뮤선수는 2위를 달리고 있어 메달획득이 유력하였고, 경기장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선수들은 구조될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르뮤선수의 행동은 위대한 스포츠 정신의 표상으로 칭송을 받아 마땅합니다. 올림픽경기의 정신 또한 그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림픽경기가 국가 간 경쟁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본다면 캐나다선수단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쉬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르뮤선수는 평소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경험으로 보면 심리상담실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착한 어린이가 되라고 배워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는 순간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금세 배우게 되고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 안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누르고 타인에게 나를 맞추려는 노력은 자신의 내면에서 커다란 긴장과 갈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한 긴장이 임계점을 넘어설 때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더 참아야 했던 것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람마다 임계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에 대하여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인하여 심리적 상처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수치심이나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현재의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이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과거의 경험은 언제까지도 고통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입니다. 물론 용서가 쉽지 않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보다도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상처가 된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고통은 사실 기억을 되새기기 때문에 치유되지 않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새기는 일은 좁은 시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나오는 “새의 시각으로 보면 그대를 괴롭히던 많은 쓸데없는 것들이 지워 진다”라는 대목을 기억하라고 권합니다. 하늘 높이 떠서 세상을 넓게 보는 새처럼 시야를 넓혀서 문제를 조망하게 되면 고민하던 문제가 별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견상으로 보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은 가정에 의외로 문제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러내놓고 표현을 하지 않아서 가족의 구성원이 서로에게 주는 고통과 상처의 원인과 결과를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의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돈만 벌어오는 가장’, ‘중독’, ‘무기력’이라는 3종 세트가 가족에게 아픔과 상처를 안기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특히 가족 안에서 건강한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두 가지 유형을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가족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간섭하는 아버지이고 두 번째는 가족에게 무관심하고 무신경하고 방관하는 아버지입니다. 사실 두 유형은 아버지의 역할에서 극단에 해당하는 양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유형을 조화시켜 중용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요즈음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저 역시 헬리콥터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상한 차원을 넘어서는 부모 탓에 자녀들이 불편한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경향까지도 생기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자녀의 회사 일까지도 도와주는 부모도 있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간호사로 일하는 딸이 힘들까봐 어머니가 보내준 도우미가 병원 일을 거들어준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과보호는 오히려 자녀를 망치는 길이기도 합니다. 장성해서 독립할 나이가 되면 둥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자녀를 위한 길입니다. 빈 둥지만 남더라도 말입니다.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통이라고 합니다. 저의 선친께서는 ‘대화효’를 강조하였습니다. 화제가 무엇이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효라는 것입니다. 선친께서도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자주 물으시기도 했지만, 물으시는 일 이외에도 보고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리기도 했던 것입니다. 평소에는 지켜보시는 편이었지만, 문제라고 보신 상황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결방안을 같이 고민하시기도 하는 중용에 가까운 위치를 잘 지키셨던 것입니다.

 

가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독일 상담가 에바 마리아 추어호르스트의 말을 새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고, 마음을 열고, 상대에게 베풀고, 용서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를 실천하면서 산다면 그동안 서로 치열하게 싸웠던 자신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갈등의 플로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268쪽)” 서로 간에 갈등을 빚는 일은 줄을 마주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줄을 마주 당기다 보면 팽팽해지는데, 어느 쪽에서 느슨하게 풀어주지 않으면 결국은 줄이 끊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끌려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밀고 당기는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입니다. 대립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면 다음에는 양보와 화합의 선순환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얼마전 [북소리]에서 스티브 아얀의 <심리학에 속지 마라;  http://blog.joins.com/yang412/13806701>를 소개하면서 심리학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발견>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행복의 처방전을 나누어주고, 스스로 삶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으며, 마음속 깊은 바닥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확신을 안겨주는 등, 심리학 관련 책들이 범하기 쉬운 일반적인 접근방식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보았기에 [북소리]에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누구나 드러내기 어려운 저자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사례로 들고 있는 점도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 심리학자 이름트라우트 타르는 “가족 안에는 태초부터 내려오는 신뢰가 존재한다.(277쪽)”라고 했다는데, 사실 현대 들어서면서 대가족이 해체되어 핵가족화되면서 가족들 사이의 연대가 많이 희석된 것 같습니다. 먼 곳에 있는 가족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혈족이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는 좋은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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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남미 (2017~2018 최신 정보) - No Plan! No Problem! 인조이 세계여행 21
함병현.홍원경 지음 / 넥서스BOOKS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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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미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물론 가이드가 안내를 할 것으로 생각은 하지만, 일정에 있는 방문지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를 미리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ENJOY 남미>는 잘 구성된 여행안내서입니다. 기본적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브라질 그리고 볼리비아 등 5개국에 있는 명소에 갔을 때 보지 못하면 섭섭할 것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프에르토 이구아수, 엘 칼라파테, 우수아이아, 바릴로체, 멘도사, 살타 등이며, 칠레에서는 산티아고,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칼라마, 아리카, 이스터섬 등입니다. 페루에서는 리마, 이카, 나스카, 쿠스코, 맞추픽추, 푸노 등이며, 브라질에서는 리오 데 자네이루, 마나우스, 포스 두 이구아수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볼리비아에서는 라파스, 코파카바나, 우유니, 투피사 등입니다. 아마도 이번 남미여행에서는 저자들이 추천하는 곳들을 모두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보는 남다른 점은 15박 16일, 한달코스, 남미 풀코스 등으로 구분한 추천코스가 정리되어 있는 것과 천혜의 자연코스, 남미의 역사, 남미 이야기, 남미 식도락, 열정의 댄스, 신비한 동물의 세계, 남미 각 분야의 최고, 남미의 예술, 남미의 악기들, 남미의 유명인사에 관하여 따로 정리해둔 것 등이 될 것 같습니다. 교통, 숙소, 음식, 관광 요금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도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별 방문지에서 중요한 볼거리에 대한 것들도 잘 요약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구아수 폭포의 백미’라고 한 악마의 목구멍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이곳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정말 이름 그대로 악마의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총 4km의 폭을 자랑하는 이구아수 폭포 중에서 가장 많은 유량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악마의 목구멍이다. 지구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이 끝도 없는 물줄기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이 끝도 없는 물줄기가 하나의 구멍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악마의 목구멍 앞에서는 감탄사도 필요 없고 어떠한 잡념도 필요 없다.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감동을 느껴 보자.(60쪽)”라고 했습니다.

 

남미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보통 12월에서 2월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춥기 때문에 따듯한 남쪽나라로 가는 것도 좋지만 결정적인 것은 이때가 우기라서 이구아수 폭포의 유량이 풍부하고, 파타고니아 빙하에서는 빙벽이 무너지는 장관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유니 소금사막에 물이 고여 하늘과 땅을 구분할 수 없는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비를 맞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기를 피해 다니는 편인데, 걱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스페인에서나 터키, 발칸에서도 비를 맞는 적은 별로 없고, 비는 주로 이동하는 동안에 내렸던 행운이 남미에서도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칠레와 볼리비아가 빠지고 콜롬비아와 멕시코가 더해지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의 일정도 짧기 때문에 이 책에 실려 있는 좋은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페루에 관한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백을 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을 터인데도 좋은 사진들을 많이 싣고 있어서 이 또한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본문에 실려 있는 방문지의 지도는 물론 별책부록으로 덧붙인 남미 여행지도 역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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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말할 것 - 기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스토리 가이드북 직업공감 시리즈 2
이샘물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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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에서 일할 때, 그리고 협회에서 일할 무렵에는 업무의 특성상 많은 기자들을 만나야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친분을 이어오는 분도 있습니다. 매체가 다양해지다보니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주요 일간지나 방송사의 기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언론사의 입사시험을 언론고시라고 부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기자로 말할 것>은 그 어렵다는 언론사에 그것도 손꼽히는 신문사에 입사한 젊은 기자가 쓴 기자의 삶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입니다. 저자는 특히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얻은 앎을 정리하여 <이주행렬>이라는 책으로 묶어낸 동아일보의 이샘물기자입니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젊은이들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평범한 기자가 쓴 평범한 이야기이고, 철저히 주관적인 글이며, 회사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인 차원의 글이다’라고 바람막이를 했습니다만, 기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을 가진 사람의 편견을 깰 수도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기자가 되어 사회활동을 해온 과정을 담백하게 적어가고 있습니다. 1. 기자라서 행복한 별난 사람, 2. 기자로 태어난다? 기자로 만들어진다!, 3. 가시밭길이라도 이 길이라면 좋아, 4. 기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라는 글제목만 보아도 천성이 기자로 태어나신 분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각각의 제목은 기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적고 있습니다만, 각각의 단계에 대하여 읽는 사람이 가질 수도 있을 몇 가지 궁금증에 대하여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답변에는 자신의 경험이 녹여져 있습니다.

 

기자라면 글을 잘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글쓰기는 소설가나 작가의 글쓰기와는 다르다.(92쪽)”라고 한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팩트를 잘 정리해서 기사를 읽는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기자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앞서 읽은 <이주행렬> 역시 기사처럼 건조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쓰는 글을 읽다보면 유려하기 보다는 팩트 중심의 건조한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기자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회부 기자로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대학원과정까지 밟았다는 것을 보면 저자는 꽤나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형인 것 같습니다. 편하게 말한다면 욕심이 많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욕심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모두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드라마들이 오히려 기자들의 삶을 왜곡해서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는 나름대로 추구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기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치매에 관한 특집을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듀서가 아니라 기자가 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이었던 까닭에 프로듀서와 기자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차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프로듀서는 프로그램에 이야기를 만들어 시청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반면 기자는 팩트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목표를 두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기자로 말할 것>은 기자라는 직업을 꾸밈없이 기자의 시각으로 써내려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가와 편집자 모두 여성이라서인지 책이 아주 예쁘게 꾸며진 것 같습니다. 예쁘기도 하고 내용도 튼실하다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또 다른 느낌을 감춘 것처럼 보일까 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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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 #남미 #라틴아메리카 #직장때려친 #30대부부 #배낭여행
정다운 글, 박두산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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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부터 아내와 함께 여행을 열심히 다니면서 늦바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진즉 이런 여행을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이런 저와는 달리 30대에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던지고 중남미 여행을, 그것도 6개월이나 떠난 부부가 있더랍니다. 그렇다고 꼼꼼하게 일정을 짜서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답게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점을 개인 블로그에 올려 다른 이들을 약올리기도 하고(?) 여행 중인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니 대단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 아니면 왜 떠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멕시코, 쿠바,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 칠레를 거쳐 아르헨티나까지 돌아보았습니다. 여행지 가운데는 쿠스코와 마추피추, 우유니 사막, 이과수폭포와 같이 남들도 다 가는 유명한 곳도 있습니다만, 여기는 왜 갔을까? 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첫 여행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와 산 페드로 라 라구나 같은 곳입니다. 스페인어를 배워서 남미를 여행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으로 이곳을 정했다고 합니다. 그저 그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거리를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심지어는 거리의 개에게 매일 먹을 것을 챙겨주기까지...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우기의 우유니, 토레스 델 파이네르 트레킹, 마추피추까지도 별로 중요해지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느림이 느껴지는 곳? 꼭 과테말라여야만 했을까요?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국내에는 없을까요?

 

두 사람은 사진공부를 하는 곳에서 처음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에 곁들인 사진들이 참 좋습니다. 특히 우유니사막의 사진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미여행길에 필름 100통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휴대용 인화기까지 가지고 갔기 때문에 그곳 사람들에게 찍은 사진을 바로 현상에서 주는 친절함까지... 그렇다면 도대체 짐을 얼마나 챙겨갔다는 이야기일까 궁금해집니다. 사실 저도 제주로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카메라 2개에 36방 짜리 필름을 열통인가를 챙겨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엄청 찍었는데 건질만한 사진이 별로 없던 아픈 기억 말입니다.

 

읽다보니 “일정이 빡빡해 관광지 위주로 휙휙 다니는 여행자들을 보면 안타깝더라(159쪽)”고 써놓은 것을 보면서 그런 여행을 다니는 저 역시 아무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볼 것도 없는 곳을 다니는 저자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꼭 적어야 하겠습니다.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꼭 동행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일정에 따라서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 떠난 사람들의 경우는 이렇게 만난 사람들로부터 얻은 여행정보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떠나 여섯달을 떠돌다보면 여행비용도 엄청날 것 같습니다. 제가 계획하고 있는 21일짜기 남미여행 상품도 많이 올라서 한 사람 당 1500만원이 넘게 들 것 같아 은근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페루에서 칠레로 넘어가면서 여행은 절반이 넘어갔다고 했는데,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무려 3개월을 보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 절반이 불과 5분의 1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절반이 넘어가면서 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저도 같은 느낌이 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과수폭포의 악마의 목구멍 전망대 위에 섰을 때, “기운찬 폭포수는 모든 걸 집어삼켰다.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도 꼭 혼자 있는 것만 같았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나는 폭포수와 눈을 맞췄다. 간혹 폭포나 강에서 최면에 걸린 듯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는데, 이과수 악마의 목구멍에서 빨려 들어가는 물줄기를 보고 있자니 순간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심장이 쿵쿵거렸다.(318쪽)” 어쩌면 이 책에서 제가 가져오고 싶은 유일한 구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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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카 유적의 비밀
카르멘 로르바흐 지음, 박영구 옮김 / 푸른역사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남미여행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는 곳 가운데 하나가 나스카 유적입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옮긴이의 다음과 같은 표현대로라면 나스카 유적이야말로 불가사의에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넓은 사막을 ‘마치 한 장의 커다란 제도용지처럼’ 사용한 듯한 지상 그림은 추상과 구상이 뒤섞인 거대한 작품과 같다. 새와 물고기, 원숭이와 거미 같은 동물 그림뿐만 아니라, 직선과 화살표, 나선형과 사다리꼴 같은 도형들이 수없이 그려져 있다. 작게는 수십 미터, 크게는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데, 그 정체를 둘러싸고 제기된 수많은 학설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즐거웠다.” 외계인의 활주로설, 세계 최대의 천문캘린더설, 인디오들의 도로설, 고대의 관개시설, 고대 지배계급의 예술작품설, 고대인의 주술의식에 사용되었다는 고대신앙설 등등이 제기된 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나스카 유적의 비밀>은 나스카 사막의 그림을 세계에 알리고 보존하기 위하여 평생을 바친 독일 여성 마리아 라이헤의 감동적인 삶을 중심으로 하여 나스카 사막의 그림을 담은 기록영화 제작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라이헤여사가 온몸을 던져 막지 않았더라면 페루 정부가 추진한 나스카 사막의 관개사업으로 파괴되어 전설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막을 지나는 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유적의 일부가 파괴된 바 있고,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그림의 일부가 토사에 매몰되어 훼손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제국을 정복한 다음 나스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살해당하거나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바람에 나스카 유적의 비밀을 후세에 전할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1926년 미국인 알프레드 크뢰버와 페루인 토리비오 메히아 헤스페에 의하여 재발견된 나스카 그림유적은 1930년 페루에 비행기가 처음 도입된 뒤에 비행사들에 의하여 전모가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마리아 라이헤여사가 쿠스코의 독일영사가 초청한 보모로 쿠스코에 도착한 것은 1932년이었는데, 이후 인디오 문화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1941년 뉴욕 롱아일랜드 대학의 파울 코속교수가 나스카 그림유적을 조사하러 페루에 왔을 때 라이헤여사가 탐사에 참여하면서 라이헤여사는 나스카와 평생 인연을 맺게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들이 언제 그려진 것인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2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기원전 3백년부터 서기 6백년까지의 나스카 문화 시대의 고분에서 발견된 그릇들에서 동일한 모티프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는 이유이지만 명백한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 그림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도 그대로 보존된 것은 이 지역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다는 것과 검은 지표면에 온기가 저장되면서 만들어내는 상승기류가 바람에 의하여 쌓이는 먼지를 대기층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지인들 가운데 이 그림들은 안데스 산지에서 발원하여 사막 밑의 지하에서 강이 되어 흐르는 지하수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벨론, 산토 크리스토 또는 칸탈록이라고 부르는 지하수로가 40여개 이상이 발견되었는데, 이것들이 몇 킬로미터나 되는 길이로 널리 뻗어 나가면서 하나의 터널망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지하 2미터 깊이를 흐르는 지하수로는 정교하게 다듬은 돌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책의 부록에는 나스카 그림유적과 같은 지상 그림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페루에만 해도 나스카, 아레키파, 파라카스 반도 등에서 볼 수 있고, 볼리비아의 안데스 고지에 나있는 길들이 유사하며, 칠레 북부의 세로 우니타스와 세로 핀타도스 그리고 안토파카스타 지방에서 다양한 무늬가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나스카 유적의 비밀>에서는 그림유적의 유래에 대하여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가능성들을 열어놓고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나스카에 갔을 때 직접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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