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 유적의 비밀
카르멘 로르바흐 지음, 박영구 옮김 / 푸른역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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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는 곳 가운데 하나가 나스카 유적입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옮긴이의 다음과 같은 표현대로라면 나스카 유적이야말로 불가사의에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넓은 사막을 ‘마치 한 장의 커다란 제도용지처럼’ 사용한 듯한 지상 그림은 추상과 구상이 뒤섞인 거대한 작품과 같다. 새와 물고기, 원숭이와 거미 같은 동물 그림뿐만 아니라, 직선과 화살표, 나선형과 사다리꼴 같은 도형들이 수없이 그려져 있다. 작게는 수십 미터, 크게는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데, 그 정체를 둘러싸고 제기된 수많은 학설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즐거웠다.” 외계인의 활주로설, 세계 최대의 천문캘린더설, 인디오들의 도로설, 고대의 관개시설, 고대 지배계급의 예술작품설, 고대인의 주술의식에 사용되었다는 고대신앙설 등등이 제기된 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나스카 유적의 비밀>은 나스카 사막의 그림을 세계에 알리고 보존하기 위하여 평생을 바친 독일 여성 마리아 라이헤의 감동적인 삶을 중심으로 하여 나스카 사막의 그림을 담은 기록영화 제작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라이헤여사가 온몸을 던져 막지 않았더라면 페루 정부가 추진한 나스카 사막의 관개사업으로 파괴되어 전설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막을 지나는 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유적의 일부가 파괴된 바 있고,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그림의 일부가 토사에 매몰되어 훼손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제국을 정복한 다음 나스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살해당하거나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바람에 나스카 유적의 비밀을 후세에 전할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1926년 미국인 알프레드 크뢰버와 페루인 토리비오 메히아 헤스페에 의하여 재발견된 나스카 그림유적은 1930년 페루에 비행기가 처음 도입된 뒤에 비행사들에 의하여 전모가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마리아 라이헤여사가 쿠스코의 독일영사가 초청한 보모로 쿠스코에 도착한 것은 1932년이었는데, 이후 인디오 문화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1941년 뉴욕 롱아일랜드 대학의 파울 코속교수가 나스카 그림유적을 조사하러 페루에 왔을 때 라이헤여사가 탐사에 참여하면서 라이헤여사는 나스카와 평생 인연을 맺게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들이 언제 그려진 것인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2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기원전 3백년부터 서기 6백년까지의 나스카 문화 시대의 고분에서 발견된 그릇들에서 동일한 모티프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는 이유이지만 명백한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 그림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도 그대로 보존된 것은 이 지역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다는 것과 검은 지표면에 온기가 저장되면서 만들어내는 상승기류가 바람에 의하여 쌓이는 먼지를 대기층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지인들 가운데 이 그림들은 안데스 산지에서 발원하여 사막 밑의 지하에서 강이 되어 흐르는 지하수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벨론, 산토 크리스토 또는 칸탈록이라고 부르는 지하수로가 40여개 이상이 발견되었는데, 이것들이 몇 킬로미터나 되는 길이로 널리 뻗어 나가면서 하나의 터널망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지하 2미터 깊이를 흐르는 지하수로는 정교하게 다듬은 돌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책의 부록에는 나스카 그림유적과 같은 지상 그림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페루에만 해도 나스카, 아레키파, 파라카스 반도 등에서 볼 수 있고, 볼리비아의 안데스 고지에 나있는 길들이 유사하며, 칠레 북부의 세로 우니타스와 세로 핀타도스 그리고 안토파카스타 지방에서 다양한 무늬가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나스카 유적의 비밀>에서는 그림유적의 유래에 대하여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가능성들을 열어놓고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나스카에 갔을 때 직접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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