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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 #남미 #라틴아메리카 #직장때려친 #30대부부 #배낭여행
정다운 글, 박두산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 해부터 아내와 함께 여행을 열심히 다니면서 늦바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진즉 이런 여행을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이런 저와는 달리 30대에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던지고 중남미 여행을, 그것도 6개월이나 떠난 부부가 있더랍니다. 그렇다고 꼼꼼하게 일정을 짜서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답게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점을 개인 블로그에 올려 다른 이들을 약올리기도 하고(?) 여행 중인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니 대단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 아니면 왜 떠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멕시코, 쿠바,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 칠레를 거쳐 아르헨티나까지 돌아보았습니다. 여행지 가운데는 쿠스코와 마추피추, 우유니 사막, 이과수폭포와 같이 남들도 다 가는 유명한 곳도 있습니다만, 여기는 왜 갔을까? 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첫 여행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와 산 페드로 라 라구나 같은 곳입니다. 스페인어를 배워서 남미를 여행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으로 이곳을 정했다고 합니다. 그저 그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거리를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심지어는 거리의 개에게 매일 먹을 것을 챙겨주기까지...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우기의 우유니, 토레스 델 파이네르 트레킹, 마추피추까지도 별로 중요해지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느림이 느껴지는 곳? 꼭 과테말라여야만 했을까요?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국내에는 없을까요?
두 사람은 사진공부를 하는 곳에서 처음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에 곁들인 사진들이 참 좋습니다. 특히 우유니사막의 사진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미여행길에 필름 100통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휴대용 인화기까지 가지고 갔기 때문에 그곳 사람들에게 찍은 사진을 바로 현상에서 주는 친절함까지... 그렇다면 도대체 짐을 얼마나 챙겨갔다는 이야기일까 궁금해집니다. 사실 저도 제주로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카메라 2개에 36방 짜리 필름을 열통인가를 챙겨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엄청 찍었는데 건질만한 사진이 별로 없던 아픈 기억 말입니다.
읽다보니 “일정이 빡빡해 관광지 위주로 휙휙 다니는 여행자들을 보면 안타깝더라(159쪽)”고 써놓은 것을 보면서 그런 여행을 다니는 저 역시 아무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볼 것도 없는 곳을 다니는 저자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꼭 적어야 하겠습니다.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꼭 동행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일정에 따라서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 떠난 사람들의 경우는 이렇게 만난 사람들로부터 얻은 여행정보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떠나 여섯달을 떠돌다보면 여행비용도 엄청날 것 같습니다. 제가 계획하고 있는 21일짜기 남미여행 상품도 많이 올라서 한 사람 당 1500만원이 넘게 들 것 같아 은근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페루에서 칠레로 넘어가면서 여행은 절반이 넘어갔다고 했는데,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무려 3개월을 보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 절반이 불과 5분의 1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절반이 넘어가면서 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저도 같은 느낌이 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과수폭포의 악마의 목구멍 전망대 위에 섰을 때, “기운찬 폭포수는 모든 걸 집어삼켰다.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도 꼭 혼자 있는 것만 같았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나는 폭포수와 눈을 맞췄다. 간혹 폭포나 강에서 최면에 걸린 듯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는데, 이과수 악마의 목구멍에서 빨려 들어가는 물줄기를 보고 있자니 순간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심장이 쿵쿵거렸다.(318쪽)” 어쩌면 이 책에서 제가 가져오고 싶은 유일한 구절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