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로 말할 것 - 기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스토리 가이드북 ㅣ 직업공감 시리즈 2
이샘물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정부기관에서 일할 때, 그리고 협회에서 일할 무렵에는 업무의 특성상 많은 기자들을 만나야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친분을 이어오는 분도 있습니다. 매체가 다양해지다보니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주요 일간지나 방송사의 기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언론사의 입사시험을 언론고시라고 부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기자로 말할 것>은 그 어렵다는 언론사에 그것도 손꼽히는 신문사에 입사한 젊은 기자가 쓴 기자의 삶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입니다. 저자는 특히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얻은 앎을 정리하여 <이주행렬>이라는 책으로 묶어낸 동아일보의 이샘물기자입니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젊은이들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평범한 기자가 쓴 평범한 이야기이고, 철저히 주관적인 글이며, 회사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인 차원의 글이다’라고 바람막이를 했습니다만, 기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을 가진 사람의 편견을 깰 수도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기자가 되어 사회활동을 해온 과정을 담백하게 적어가고 있습니다. 1. 기자라서 행복한 별난 사람, 2. 기자로 태어난다? 기자로 만들어진다!, 3. 가시밭길이라도 이 길이라면 좋아, 4. 기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라는 글제목만 보아도 천성이 기자로 태어나신 분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각각의 제목은 기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적고 있습니다만, 각각의 단계에 대하여 읽는 사람이 가질 수도 있을 몇 가지 궁금증에 대하여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답변에는 자신의 경험이 녹여져 있습니다.
기자라면 글을 잘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글쓰기는 소설가나 작가의 글쓰기와는 다르다.(92쪽)”라고 한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팩트를 잘 정리해서 기사를 읽는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기자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앞서 읽은 <이주행렬> 역시 기사처럼 건조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쓰는 글을 읽다보면 유려하기 보다는 팩트 중심의 건조한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기자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회부 기자로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대학원과정까지 밟았다는 것을 보면 저자는 꽤나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형인 것 같습니다. 편하게 말한다면 욕심이 많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욕심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모두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드라마들이 오히려 기자들의 삶을 왜곡해서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는 나름대로 추구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기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치매에 관한 특집을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듀서가 아니라 기자가 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이었던 까닭에 프로듀서와 기자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차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프로듀서는 프로그램에 이야기를 만들어 시청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반면 기자는 팩트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목표를 두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기자로 말할 것>은 기자라는 직업을 꾸밈없이 기자의 시각으로 써내려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가와 편집자 모두 여성이라서인지 책이 아주 예쁘게 꾸며진 것 같습니다. 예쁘기도 하고 내용도 튼실하다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또 다른 느낌을 감춘 것처럼 보일까 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