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세의 베네치아 작가가 사랑한 도시 6
알프레드 드 뮈세 지음, 이찬규.이주현 옮김 / 그린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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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미로처럼 엮고 있는 수로와 수로를 따라 움직이는 곤돌라를 보면서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연상인 애인 조르주 상드와 베네치아로 숨어들었던 알프레드 뮈세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들의 사랑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 바로 <뮈세의 베네치아>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1580년 2월에 시작되며, 주인공은 당대 이탈리아미술의 대표화가 가운데 하나인 티치아노의 둘째 아들 피포입니다.(티치아노에게는 실제로 오라조라는 아들이 있었지만, 아버지와 몇 주 간격을 두고 전염병에 감염되어 죽었다고 합니다), 피포는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유산과 화가로서의 재능을 함께 물려받았습니다. 하지만 재능을 살려 그림을 그리지는 않고 도박과 춤으로 젊음을 낭비합니다. 어느 날 그에게 정성들여 수놓인 주머니 하나가 은밀하게 전해지고, 도박에서 연전연승하는 행운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호사에 다마라고 했던가요? 무도회장에서 만나 불장난 같은 관계를 가졌던 모나 비앙키나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꼬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포는 선물을 보낸 미지의 여인을 찾으려 노력하고 드디어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됩니다. 미지의 여인은 언젠가 무도장에서 스치듯 만난 베네치아 최고위층의 미망인 베아트리체였습니다. 고결한 귀족 여인과 방탕한 예술가의 금지된 사랑은 시작되고, 베아트리체는 사랑뿐 아니라 피포의 재능까지 피워내려고 합니다.


베아트리체는 도박에 빠진 피포로 하여금 그림 그리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끌어갑니다. 피포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녀를 모델로 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6주의 시간이 지났고, 피포는 초상화을 완성하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입과 눈을 지워버립니다. 초상화가 미완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입과 눈을 지워버린 이유를 피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눈길과 미소는 표현하기 어려운 두 가지 것입니다. 그것들을 그리려면 영감이 필요합니다. 저는 제 손에 아직 확신이 없어요. 그리고 언제 그것을 갖게 될는지 알지도 못합니다.(74쪽)”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전정 아름다운 작품은 오랜 시간과 몰입의 결과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고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하여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깨달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훔쳐 명예를 얻은 티치아넬로와 조우한 피포는 한바탕의 드잡이질 끝에 집으로 돌아와 불과 한 시간 만에 그림을 완성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이름을 ‘왕관을 쓴 비너스’가 아닌 ‘사랑에 빠진 비너스’라고 정합니다.


베아트리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포가 그린 그림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고 합니다. 어떻든 두 사람은 오랫동안 부부처럼 살았고, 그로 인해서 상처를 받은 로레단 가문에서 이 그림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뮈세는 전합니다.


뮈세가 묘사하는 베네치아는 정말 환상적입니다. <에스파냐와 이탈리아 이야기(1830)>에 실린 ‘베네치아’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오래된 궁전들 / 우람스런 회랑들 / 가시들의 하얀 계단들 / 그리고 다리와 길들 / 음울한 동상들 / 바람으로 / 물결치는 만” 두칼레 궁전을 중심으로 하는 베네치아의 풍경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는 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베네치아의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연인들의 사랑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아! 여기 한 여인이 / 달빛 아래서 / 귀를 쫑긋 한 채/ 젊은 미남 애인을 기다리네 / 준비된 무도회를 위해 치장을 마친 한 여인은 / 거울 앞에서 / 검은 가면을 쓰네” 이 부분은 뮈세와 조르주 상드 사이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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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네트워크로 읽는 북한의 변화
정세진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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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외적으로 강경기조를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남한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정부에 이이 박근혜정부 시절 이어진 대남도발이 빌미가 되어 이전 정권에서 물꼬를 텄던 대북정책이 빠르게 얼어붙어갔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북한의 내부 사정은 남한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막연하게 북한사회가 폐쇄적이며, 통제된 가운데 주민들은 열악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가치중립적인 정보가 우리 국민들에게도 제공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정세진기자님의 <시장과 네트워크로 읽는 북한의 변화>는 북한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한국 주도로 한국 기업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고 새로운 경제동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시장의 성장에 따른 북한 사회의 다양한 변화상과 북한 경제의 현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다각도로 짚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철의 장막을 쳤던 구 소련이나, 죽의 장막을 쳤던 중국보다도 더 폐쇄적이었던 북한의 장막을 열어젖히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행적을 정리합니다. 남측 인사로는 현대의 고 정주영회장, 대우의 김우중 회장, 그리고 통일교의 고 문선명교주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 내부의 인사로는 김달현, 김정남, 그리고 장성택을 들었습니다. 2부에서는 통제경제를 운용하던 북한에서도 시장의 등장은 불가항력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시장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현재의 모습을 정리합니다. 3부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시장을 배경으로 떠오른 새로운 계급에 대한 설명입니다.


4부에서는 북한 경제의 현주소를 짚었습니다. 군부나 당이 주도하는 것이지만, 재벌이라할 정도의 기업이 존재하고, 북한에서의 돈벌이에 관심이 있는 외국기업들의 투자와 철수과정을 정리하고,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빠져나가기 위한 북한 정권의 노력 등을 정리합니다. 5부에서는 북한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예상하며, 적용 가능한 모델을 제시합니다. 6부에서는 북한의 변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주변상황과, 내부요인을 비롯하여 우리의 큰 관심사라할 통일비용에 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개혁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막상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과감하지 못했던 북한이 결국은 주민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여 명목상 GDP는 2015년 기준으로 1,000달러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핵무기를 비롯하여 고고도 미사일 같은 전략무기의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자존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통하여 북한에 막대한 자금을 건넸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 자금이 무기개발에 투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햇볕정책의 성과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상당히 날카롭다는 생각입니다. 즉 남한은 햇볕정책을 통하여 북한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에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면, 북한은 거꾸로 이를 이용하여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군사정치를 강화하여 햇볕정책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해방 이후 70년을 넘게 갈라져 있던 상황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망상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의 성과에 눈이 어두워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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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댈러웨이 부인 - 문예 세계문학선 038 문예 세계문학선 38
버지니아 울프 지음, 나영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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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길에 의식의 흐름을 묘사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하원의원 리처드 댈러웨이의 아내 클러리서가 1923년 6월 어느 날, 하루의 일상을 통하여 생각하는 바를 중심으로 하고, 그녀의 삶과 관련이 있는 피터 월시와 그녀의 삶과는 무관한 셉티머스 스미스의 의식의 흐름이 더해졌습니다. 피터 월시는 젊은 시절 클러리서를 사랑하였지만 결혼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인도로 떠나갔던 인연이 있습니다. 한편 셉티머스 스미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걸린 전쟁신경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날 자살합니다. 그를 치료한 의사가 파티에 와서 한 젊은이의 자살 소식을 전하고, 이 소식을 들은 클라리스는 청년과의 사이에 불가사의한 인연 같은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댈러웨이부인이 저녁에 열릴 만찬에 필요한 꽃을 사기 위하여 외출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거리의 모습도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어 1920년대의 런던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런던거리를 걸으면서 빅벤이 울리는 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도 했습니다만, 그 순간에 대한 울프의 몇 가지 상념을 되새겨보기도 했습니다. “소란한 거리에서나 밤중에 깨어났을 때나 빅벤이 울릴 때면 언제나 독특한 고요함, 장엄함, 무어라 형용키 어려운 침묵, 일말의 불안까지도 인다고 클러리서는 생각했다.(6쪽)”라거나, “빅벤이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음악적인 예비종, 그 다음엔 불귀(不歸)의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184쪽)”


세 사람의 생각이 교차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기술하고 있어 자칫 누구의 생각인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세 사람 모두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는 것이고, 죽음을 실행에 옮긴 사람은 셉티머스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클러리서는 본드가를 걸어가면서 자문해보았다. 언젠가는 자신도 필연코 죽어 없어진다는 것.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니냐고, 이 모든 것은 자기 없이도 이대로 움직여갈 것이라고 그 여자는 생각했다.(14쪽)” 쉰두살의 클러리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크게 앓고 난 다음부터의 일인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앓고나면 마음이 약해지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시절 클러리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월시는 인도로 떠났다가 돌아온 길입니다. 클러리서를 다시 만나지만,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 월시는 다시 상처를 받게 됩니다. 리젠트공원에서 잠시 쉬던 월시 역시 죽음을 생각합니다. “늙은 유모는 리젠트 공원에서 잠든 아기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피터 월시는 코를 골았다. 그는 깜짝 놀라 깨어서 ‘영혼의 죽음’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93쪽)” 어디 마음 붙일 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월시는 스스로를 외로운 나그네에 비유하고 저물어가는 해에서 불길함을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자신과 클러리스의 현 남편 리처드 댈러웨이를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입니다. 클러리스와 자신의 결혼을 상상해보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월시를 보면서 젊은 날의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세 사람 이외에도 클러리스의 딸 엘리자베스나, 댈러웨이가에서 일하는 킬먼 양, 셉티머스의 아내 루크레치아 등 다양한 등장인물의 생각들도 섞여드는데, 성의 구분이 모호해서 한참을 읽어야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것도 책읽기에 방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로 영어이름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수 있음에도 일관되게 ‘그’라고 적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남는 또 하나의 의문은 댈러웨이부인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월시라는 것입니다. 물론 마지막은 클러리스이기는 합니다만... “‘나를 이상스러운 흥분으로 채우는 이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클러리스라고 그는 말했다. 클러리서가 거기 와 서 있었다.(308쪽)” 무언가 미진해서 후속편이 짐작되는 대목인데, 후속편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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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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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개미를 잡아 어항에 넣고 관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교과서에 나온 것을 따라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굴을 파서 집을 짓고 먹을 것을 굴속에 저장하는 모습 등을 보았던 것인데, 그러다가 흐지부지 내다 버렸을 것입니다. 잠시의 관심이었지 개미의 살림살이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개미 이외에도 나비, 잠자리, 벌 등등 저의 관심을 끌었던 곤충은 적지 않았습니다. 곤충에 대한 어린 시절의 관심을 평생 직업으로 삼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훨씬 뒷날의 일입니다. <통섭>으로 처음 만난 최재천교수님이 그런 분이라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에세이집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매체에 투고한 글들을 모아 엮었다는 것에 우선 관심이 갔습니다.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쓴 기획성 투고나, 책을 쓰는 것과는 달리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일관된 흐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그동안 기고한 글들을 묶어 책으로 엮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관심이 많습니다.


일단 저자는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자이면서도 동물의 행동을 인간의 모습에 투영해보려는 의도를 가진 인문학적 접근을 해왔다고 말합니다. 사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일반적인 자연과학자의 범주와는 확실히 다른 무엇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은 헷갈리는 점이 없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계절 따라 이동하는 철새처럼 남반구와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협약을 맺어 철따라 세 들어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언뜻 멋있어 보이나, 뜯어놓고 보면, 같은 계절을 계속 사는 꼴이 되는 것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은 추운 날씨가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로 신세를 망친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서 예로 든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는 코끼리 이야기는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 담근 술을 코끼리가 마신다는 뜻이 아니라 코끼리가 발효된 열매를 주워 먹고는 술에 취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 열매가 마룰라나무의 열매라는 것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80년대 들어서 마룰라열매로 크림 리큐르를 제조해서 아마룰라(Amarula)라는 이름의 술을 팔고 있다는 것을 적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남아프리카항공의 국제선에서는 승객이 요청하면 작은 병을 제공하고 있어 지난번 아프리카를 다녀올 때 맛을 보았는데 정말 달콤해서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술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코끼리가 알코올 중독에 빠질 염려가 사라질 것 같습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동물들의 세계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참고할 만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블루길이라는 고기의 짝짓기 행태를 인용하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의 허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는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하여 과외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무조건 금지시키는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금지가 능사가 아니라 경쟁의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내놓은 것입니다. 저도 같은 잣대로 수능시험으로 대학입학을 결정하는 것보다 대학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학생선발권한을 대학으로 돌려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라는 제목의 마무리 글에 담긴 글쓰기에 관한 저자의 열린 마음은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글에 대한 반론은 언제나 환영한다구요. 어차피 글이란 남을 설득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에 대하여 남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글도 있다는 말씀을 일단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제 글에 대한 의견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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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 어느 우퍼의 영국 여행 다이어리
문상현 지음 / 시공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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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대우그룹의 총수 김우중회장님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로 젊은이들이 눈을 세상으로 향할 것을 격려한 바 있습니다.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는 새로운 형식의 외국생활을 체험을 소개하는 책자로 세상이 넓고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 책에서는 한때 유행하던 워킹홀리데이와 비슷한 형식이지만 조금 더 의미를 둔 우프(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유기농장에서 일하는 범세계적 기회’정도로 옮길 수 있을까요?) 활동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체험 일꾼 문상현님은 일찍이 인권단체와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다가 서른 즈음에 영국에서 우프활동에 나섰다고 합니다. 왕복여비 백여만원을 들고 떠나서 무려 반년을 살다왔으니 관심이 갈만한 것 같습니다.


영국의 우프는 물론 영국인들이 운영하고는 있지만, 체험일꾼은 다양한 나라에서 오고 있으니 영어도 배우고 세상을 아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영국여행을 앞둔 저도 영국과 영국인들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얻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 입국신고가 꾀까다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제가 영국을 다녀온 것이 오래전이라서 그 사이에 변화가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밖에도 새무얼 존슨이라는 작가가 ‘런던이 지겨워지면 그건 인생이 지겨워진 것이다(When a man is tired of London, he is tired of life)라고 했다는 말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저자가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라셀라스>를 쓴 18세기 계몽주의시대의 최고의 문인 새무얼 존슨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선하려고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인식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어. 내가 어릴 적만 해도 하인으로 있던 동양인이나 아프리카인이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다니.... 암. 난리가 날 일이지(143쪽)”라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영국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날씨도 빠트릴 수가 없습니다. “영국은 365일 중 2백일이나 비가 내릴 만큼 날씨가 고약하다는데, 십여년 전에 런던에서 2박3일할 때는 겨울이기는 했지만 화창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의료제도나 복지제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저자 역시 ‘빈곤계층의 비만인구에게 다이어트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 같은 것은 한국에서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예를 들었다는데, 정작 영국인들은 시큰둥하더라고 합니다. 빈곤계층에 비만인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병주고 약주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막연한 지원보다는 스스로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입니다. 복지에 대한 이런 철학은 우리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우프체험은 주로 영국의 남쪽에 있는 라이게이트, 루커리, 몽크턴 등 세 곳에서 이루어졌던가 봅니다. 체험이 끝난 다음에는 런던, 에든버러, 맨체스터, 리버풀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고 하는데, 영국내 여행도 우프체험과정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니, 옛날에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요즘이라면 저도 한 번 시도해보았을까요? 우프를 개설하는 영국 사람들도 다양한 성품을 가지고 있어서 영국 사람과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에 도착해서부터 영국을 떠날 때까지의 일상을 인상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일기형식으로 적고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요즘 젊은이다울 수도 있는 문장을 조금 다듬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런던에 도착해서 시차적응을 하는 동안의 기록을 보면 멋들어진 글을 써야 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지나쳐 보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내 담담한 필치로 바뀌었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잔인한 운명, 가혹한 텃세, 런던을 정복하겠다는 배짱, 주모면밀, 호스텔로 퇴각 등은 전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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