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댈러웨이 부인 - 문예 세계문학선 038 문예 세계문학선 38
버지니아 울프 지음, 나영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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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길에 의식의 흐름을 묘사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하원의원 리처드 댈러웨이의 아내 클러리서가 1923년 6월 어느 날, 하루의 일상을 통하여 생각하는 바를 중심으로 하고, 그녀의 삶과 관련이 있는 피터 월시와 그녀의 삶과는 무관한 셉티머스 스미스의 의식의 흐름이 더해졌습니다. 피터 월시는 젊은 시절 클러리서를 사랑하였지만 결혼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인도로 떠나갔던 인연이 있습니다. 한편 셉티머스 스미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걸린 전쟁신경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날 자살합니다. 그를 치료한 의사가 파티에 와서 한 젊은이의 자살 소식을 전하고, 이 소식을 들은 클라리스는 청년과의 사이에 불가사의한 인연 같은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댈러웨이부인이 저녁에 열릴 만찬에 필요한 꽃을 사기 위하여 외출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거리의 모습도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어 1920년대의 런던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런던거리를 걸으면서 빅벤이 울리는 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도 했습니다만, 그 순간에 대한 울프의 몇 가지 상념을 되새겨보기도 했습니다. “소란한 거리에서나 밤중에 깨어났을 때나 빅벤이 울릴 때면 언제나 독특한 고요함, 장엄함, 무어라 형용키 어려운 침묵, 일말의 불안까지도 인다고 클러리서는 생각했다.(6쪽)”라거나, “빅벤이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음악적인 예비종, 그 다음엔 불귀(不歸)의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184쪽)”


세 사람의 생각이 교차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기술하고 있어 자칫 누구의 생각인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세 사람 모두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는 것이고, 죽음을 실행에 옮긴 사람은 셉티머스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클러리서는 본드가를 걸어가면서 자문해보았다. 언젠가는 자신도 필연코 죽어 없어진다는 것.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니냐고, 이 모든 것은 자기 없이도 이대로 움직여갈 것이라고 그 여자는 생각했다.(14쪽)” 쉰두살의 클러리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크게 앓고 난 다음부터의 일인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앓고나면 마음이 약해지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시절 클러리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월시는 인도로 떠났다가 돌아온 길입니다. 클러리서를 다시 만나지만,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 월시는 다시 상처를 받게 됩니다. 리젠트공원에서 잠시 쉬던 월시 역시 죽음을 생각합니다. “늙은 유모는 리젠트 공원에서 잠든 아기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피터 월시는 코를 골았다. 그는 깜짝 놀라 깨어서 ‘영혼의 죽음’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93쪽)” 어디 마음 붙일 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월시는 스스로를 외로운 나그네에 비유하고 저물어가는 해에서 불길함을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자신과 클러리스의 현 남편 리처드 댈러웨이를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입니다. 클러리스와 자신의 결혼을 상상해보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월시를 보면서 젊은 날의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세 사람 이외에도 클러리스의 딸 엘리자베스나, 댈러웨이가에서 일하는 킬먼 양, 셉티머스의 아내 루크레치아 등 다양한 등장인물의 생각들도 섞여드는데, 성의 구분이 모호해서 한참을 읽어야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것도 책읽기에 방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로 영어이름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수 있음에도 일관되게 ‘그’라고 적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남는 또 하나의 의문은 댈러웨이부인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월시라는 것입니다. 물론 마지막은 클러리스이기는 합니다만... “‘나를 이상스러운 흥분으로 채우는 이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클러리스라고 그는 말했다. 클러리서가 거기 와 서 있었다.(308쪽)” 무언가 미진해서 후속편이 짐작되는 대목인데, 후속편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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