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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네트워크로 읽는 북한의 변화
정세진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5월
평점 :
북한이 대외적으로 강경기조를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남한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정부에 이이 박근혜정부 시절 이어진 대남도발이 빌미가 되어 이전 정권에서 물꼬를 텄던 대북정책이 빠르게 얼어붙어갔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북한의 내부 사정은 남한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막연하게 북한사회가 폐쇄적이며, 통제된 가운데 주민들은 열악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가치중립적인 정보가 우리 국민들에게도 제공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정세진기자님의 <시장과 네트워크로 읽는 북한의 변화>는 북한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한국 주도로 한국 기업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고 새로운 경제동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시장의 성장에 따른 북한 사회의 다양한 변화상과 북한 경제의 현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다각도로 짚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철의 장막을 쳤던 구 소련이나, 죽의 장막을 쳤던 중국보다도 더 폐쇄적이었던 북한의 장막을 열어젖히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행적을 정리합니다. 남측 인사로는 현대의 고 정주영회장, 대우의 김우중 회장, 그리고 통일교의 고 문선명교주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 내부의 인사로는 김달현, 김정남, 그리고 장성택을 들었습니다. 2부에서는 통제경제를 운용하던 북한에서도 시장의 등장은 불가항력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시장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현재의 모습을 정리합니다. 3부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시장을 배경으로 떠오른 새로운 계급에 대한 설명입니다.
4부에서는 북한 경제의 현주소를 짚었습니다. 군부나 당이 주도하는 것이지만, 재벌이라할 정도의 기업이 존재하고, 북한에서의 돈벌이에 관심이 있는 외국기업들의 투자와 철수과정을 정리하고,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빠져나가기 위한 북한 정권의 노력 등을 정리합니다. 5부에서는 북한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예상하며, 적용 가능한 모델을 제시합니다. 6부에서는 북한의 변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주변상황과, 내부요인을 비롯하여 우리의 큰 관심사라할 통일비용에 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개혁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막상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과감하지 못했던 북한이 결국은 주민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여 명목상 GDP는 2015년 기준으로 1,000달러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핵무기를 비롯하여 고고도 미사일 같은 전략무기의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자존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통하여 북한에 막대한 자금을 건넸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 자금이 무기개발에 투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햇볕정책의 성과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상당히 날카롭다는 생각입니다. 즉 남한은 햇볕정책을 통하여 북한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에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면, 북한은 거꾸로 이를 이용하여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군사정치를 강화하여 햇볕정책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해방 이후 70년을 넘게 갈라져 있던 상황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망상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의 성과에 눈이 어두워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