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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개미를 잡아 어항에 넣고 관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교과서에 나온 것을 따라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굴을 파서 집을 짓고 먹을 것을 굴속에 저장하는 모습 등을 보았던 것인데, 그러다가 흐지부지 내다 버렸을 것입니다. 잠시의 관심이었지 개미의 살림살이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개미 이외에도 나비, 잠자리, 벌 등등 저의 관심을 끌었던 곤충은 적지 않았습니다. 곤충에 대한 어린 시절의 관심을 평생 직업으로 삼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훨씬 뒷날의 일입니다. <통섭>으로 처음 만난 최재천교수님이 그런 분이라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에세이집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매체에 투고한 글들을 모아 엮었다는 것에 우선 관심이 갔습니다.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쓴 기획성 투고나, 책을 쓰는 것과는 달리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일관된 흐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그동안 기고한 글들을 묶어 책으로 엮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관심이 많습니다.
일단 저자는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자이면서도 동물의 행동을 인간의 모습에 투영해보려는 의도를 가진 인문학적 접근을 해왔다고 말합니다. 사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일반적인 자연과학자의 범주와는 확실히 다른 무엇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은 헷갈리는 점이 없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계절 따라 이동하는 철새처럼 남반구와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협약을 맺어 철따라 세 들어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언뜻 멋있어 보이나, 뜯어놓고 보면, 같은 계절을 계속 사는 꼴이 되는 것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은 추운 날씨가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로 신세를 망친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서 예로 든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는 코끼리 이야기는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 담근 술을 코끼리가 마신다는 뜻이 아니라 코끼리가 발효된 열매를 주워 먹고는 술에 취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 열매가 마룰라나무의 열매라는 것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80년대 들어서 마룰라열매로 크림 리큐르를 제조해서 아마룰라(Amarula)라는 이름의 술을 팔고 있다는 것을 적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남아프리카항공의 국제선에서는 승객이 요청하면 작은 병을 제공하고 있어 지난번 아프리카를 다녀올 때 맛을 보았는데 정말 달콤해서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술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코끼리가 알코올 중독에 빠질 염려가 사라질 것 같습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동물들의 세계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참고할 만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블루길이라는 고기의 짝짓기 행태를 인용하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의 허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는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하여 과외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무조건 금지시키는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금지가 능사가 아니라 경쟁의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내놓은 것입니다. 저도 같은 잣대로 수능시험으로 대학입학을 결정하는 것보다 대학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학생선발권한을 대학으로 돌려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라는 제목의 마무리 글에 담긴 글쓰기에 관한 저자의 열린 마음은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글에 대한 반론은 언제나 환영한다구요. 어차피 글이란 남을 설득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에 대하여 남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글도 있다는 말씀을 일단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제 글에 대한 의견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