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1 59클래식Book
워싱턴 어빙 지음, 정지인 옮김 / 더스타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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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전에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에 갔을 때, 궁전 어디에서 워싱턴 어빙이 머물던 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오래된 궁전이라서 어두컴컴했지만 어떤 연유로 궁전에 머물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워싱턴 어빙은 이곳에 머물며 들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알함브라>를 발표했고, 이 책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합니다.


19세기 미국 낭만주의 대표작가인 워싱턴 어빙은 20대 중반에 쓴 <뉴욕의 역사>로 주목을 받았고, 다시 10년 뒤에 쓴 <스케치북>으로 그는 미국의 대표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43살에 마드리드 주재 미국공사로 부임하게 된 그는 러시아영사관에서 근무하던 한 친구와 함께 세비야에서 그라나다까지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알함브라궁전에 머물게 되었던 것입니다. <알함브라>에 실린 이야기들 가운데 초반은 작가가 알함브라궁전에 머물기까지의 소소한 것들이며, 그 뒤의 이야기들은 그가 수집한 그라나다지방에 전해오는 알함브라궁전 혹은 무어인들의 나스르왕조에 관한 전설입니다.


그는 스페인의 풍광과 스페인사람들의 기질을 잘도 연결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에스파냐의 자연은 삭막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 풍광을 ‘엄격할 정도로 단순한 듯하지만 인가의 영혼에 장엄함을 새겨 넣은 듯하다. 그리고 그 땅과 사람들의 기질과 모습 자체에는 무언가 아랍적인 특징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라비아반도에 자리한 우마이야왕조가 무너지면서 쫓겨난 왕족이 아프리카에서 베르베르족을 규합하여 이베리아반도를 점령한 711년 이후, 카스티아의 이사벨여왕과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가 연합하여 주도한 레콩키스타가 1492년 그라나다에 자리한 타이파 나스르왕조를 무너뜨릴 때까지 무려 800년 가까운 세월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빙이 여행하던 19세기 무렵 스페인의 사회적 분위기는 꽤나 어수선했던 모양입니다. 노상강도가 날뛰고 있어 무장을 하지 않으면 여행이 어려울 지경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빙은 그런 분위기조차도 여행의 모험적 요소로 인식한 듯합니다. 또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그의 특유의 성품은 이곳 사람들에게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여행을 “우리는 진짜 콘트라반디스타들의 스타일로 여행했는데, 거칠든 부드럽든 발견한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방랑자들 처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관습들에 섞여 들었다. 그것이 에스파냐를 진정으로 여행하는 방식이다.(1권 33쪽)”


폴란드출신의 작가 얀 포토츠키가 쓴 <사라고사에서 발견된 원고>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입니다만, 스페인에도 괴기한 전설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오랜 세월에 걸친 이민족의 지배와 그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녹아들어 만들어낸 허황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돈키호테>가 탄생할 수 있게다 싶습니다. 어빙이 채록하여 <알함브라>에 담은 기담들 역시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들로 이해가 됩니다.


어빙은 특히 알함브라궁전과 관련하여 전해오는 전설의 진위를 가리는데도 나름 애를 쓴 듯합니다. 사자의 안뜰에서 벌어진 아벤세헤라 가문의 참극을 일으킨 사람이 나스르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 아벤 하산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보압딜은 나스르왕조가 세운 찬란한 성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않아 페르난도2세와 협상을 통하여 그라나다를 넘겨주기로 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그라나다를 차지하고 있던 당시의 무어인들은 오늘날의 무어인들보다 훨씬 더 쾌활한 사람들이었답니다.(129쪽)”라고 적은 대목을 보면, 이슬람왕조가 몰락한 뒤에도 스페인에 남아 버텨온 무슬림들은 과거의 영화롭던 시절을 꿈꾸는 듯합니다. 이국적인 것이 더 애틋한 추억을 남기는 듯, 스페인사람들은 이민족의 지배에 반발하면서도 그에 대한 애틋한 향수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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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평화가 사라져버린 5,000년 성서의 나라 타산지석 9
김종철 지음 / 리수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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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만큼이나 늘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입니다. 어쩌면 이스라엘사람들의 독특한 민족성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가 탄생하고 갈등을 빚고 있는 땅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세 종교의 뿌리가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알다가도 모를 나라인지도 모릅니다.


‘평화가 사라져버린 5,000년 성서의 나라’라는 부제를 단 <이스라엘>을 쓴 방송작가 김종철님은 그런 이스라엘의 매력에 빠져들어 20여 차례나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선 우리나라보다 작은 이스라엘 땅에는 바다와 호수, 강과 만년설, 사막과 광야가 있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고 합니다. 거기에 수천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유적들이 산재해있고, 그 속에는 오랜 역사를 담은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다가 이스라엘에서는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물론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특별한 무엇을 간직한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역사나, 종교,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20여 차례를 찾아가고 관련 자료를 찾아 앎의 깊이를 더하면서 정리해낸 결과가 <이스라엘>입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5,000년 성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땅’은 5,000년이 넘게 예루살렘에서 살아온 사람들, 특히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한 역사를 정리하였습니다. 2부 ‘갈등과 분쟁의 땅’은 간략합니다만,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유대인들과 아랍사람들이 갈등을 빚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3부 ‘유대인 이야기’와 4부 ‘팔레스타인 이야기’는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두 민족의 속성을 소개합니다. 사실 1부에서 4부까지의 내용은 각각만으로도 한권 분량이 넘는 내용이라서, 핵심만 추려 요약해내기도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이므로 이들의 종교유적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으면서 기독교의 발상지이며, 이슬람이 오랫동안 지배했던 곳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유적도 빠트리지 않고 챙기는 자상함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충분한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구전되어 온 것이나 성서에 바탕한 것으로 보여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이야기도 적지 않습니다. 유대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메소포타미아 땅인 우르에서 지금의 이스라엘 땅인 네게브로 이주한 아브라함에 닿습니다. 아브라함이 네게브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그의 아내 사라가 이집트왕의 후궁으로 뽑혔다가 아브라함에게 되돌려지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하갈이라는 이집트 여인을 몸종으로 딸려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브라함과 사라 사이에 자식이 없자, 젊은 하갈을 추천하여 이스마엘을 얻었고, 이후 사라도 자식을 얻어 이삭이라고 했다는 것부터는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삭의 후손이 유대인이며, 이스마엘의 후손이 아랍인, 특히 팔레스타인사람이라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이 이주민인 까닭에 이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이스라엘이 지금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배경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갈과 이스마엘을 사막으로 내쫓은 아브라함이 사라와 이삭을 데리고 헤브론 땅에 살다가 사라가 죽자, 그녀를 묻을 곳을 헷족으로부터 400세켈을 주고 사들였다는 것입니다. 겨우 한 사람을 묻을 땅을 사들였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대단한 유대민족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맞서고 있는 팔레스타인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몸으로 겪어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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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오사카, 교토 - 커피향 따라 고도古都를 걷다
임윤정 지음 / 황소자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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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아내의 부탁으로 빌어 온 책입니다. 오사카와 교토에 관한 책을 고르던 것이었는데, 사실 여행사 상품으로 다녀올 여행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걷어치우고 동경에 1년간 머물면서 <카페 도쿄>를 낸 바 있었던 작가가 동경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다녀온 오사카와 교토 지역의 카페에 얽힌 추억을 추가취재를 더하여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전작은 도쿄생활이 외로울 때면 찾아들었던 작은 카페에서 만난 인연을 엮어냈던 것이라고 합니다. 전작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던 반면 <카페 오사카, 교토>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으로 여행에 방점이 찍힌다고는 합니다. 그리고 보니, 1장, ‘야간버스’에서는 오사카로 떠나는 과정을 담았고, 2장 ‘오사카’에는 오사카에서 만난 카페와 인연들을, 3장 ‘교토’에서는 오사카의 인연이 교토로 확대되는 과정을, 4장 ‘다시 도쿄로’는 취재여행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커피향 따라 고도를 걷다’라는 부제처럼 카페가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카페가 다는 아닙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이 책의 작가처럼 대화체를 섞어내면 읽어가기는 참 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 내용에서 새길 것을 얻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오사카를 다녀왔습니다만, ‘오사카는 넘치는 에너지와 화려함을 간직한 도시’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겠습니다. ‘대학시절 야간 기차를 타고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는 외곽에 자리한 100년 전통 온천에서 피곤함을 훔쳐냈었다’라는 대목에서 이 책의 작가 역시 요즈음 젊은 작가 특유의 글쓰기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카페와 관련이 있는 주변인물들의 추천으로 꼭 가봐야 할 카페를 소개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사진도 넉넉하고 카페 주인의 경영철학 같은 것을 담았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보다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물론 카페에 관한 내용만 담은 것도 아닙니다. 같은 건물에 들어있는 디자인 회사 ‘그라프’, 시계점 ‘토케이야’, 헌책방 ‘기타호리에’ 등등 인연 따라 찾아든 장소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어서, 이 책의 기획의도가 흐려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획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싶기도 하면서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또 다른 목적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용서(?)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교토에서 만난 카페 ‘츠바메’에서 영화 <카모메 식당>을 떠올렸다는데, 그 이유는 단지 아라비아 찻잔 세트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습니다만, 소설에서는 아라비아 찻잔 세트가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츠바메가 카모메식당을 닮았다는 작가의 주장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식당과 카페는 엄연히 다른 분위기일테니 말입니다. 물론 카페 츠바메에서도 히가와리정식과 카레를 식사메뉴로 내놓기는 한답니다.


그리고 보니 오사카학회에서 당일 여행으로 교토에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교토의 대표적 유적을 돌아보는 정도였기 때문에 카페나 식당같은 곳은 들어갈 기회가 없기는 했습니다. 어떻든 재래시장이나 책방, 혹은 헌책방과 같이 작가가 좌충우돌 소개하는 장소를 따라가는 것도 조금은 짜증이 나는 책읽기였습니다. 이런 곳을 가볼 기회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책읽기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은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리 많지 않은 사진들에서 카페의 인테리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해석을 붙여보기도 합니다.


“내가 쓰는 책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잖은가. 카페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그곳에서의 추억을 적어 내려가는 것에 불과하니 이것으로도 족할 것 같았다.(70쪽)”라는 대목에서 작가가 책을 쓰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색다른 여행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추억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을 훔쳐보는 즐거움(?)이라고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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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쇼핑 -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떠나는 타이베이 감성 여행
시린 지음, 임화영 옮김 / 이담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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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는 그저 훌쩍 떠나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훌쩍 떠날 이유가 아직은 강렬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이유를 조금 높일만한 책을 읽었습니다. 도시적인 분위기와 옛 정취가 조화를 이룬 타이페이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꼽힙니다. 더하여 최근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숍들이 늘고 있어 새로운 문화를 일구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숍이란 생활용품, 디자인 소품, 공예품, 문구, 책 등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을 파는 곳인데, 개성이 돋보이는 상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할 듯합니다.


<타이페이 쇼핑>은 타이완 해협 양안관광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타이완 자유 여행, 가이드 달인’ 선발대회의 쇼핑부문에서 돋보이는 기획이었다고 합니다. 기획안을 낸 저자는 2년 동안 네차례나 타이페이를 찾을 정도로 타이페이의 매력에 빠졌다고 합니다. ‘도시의 참모습은 종종 거리 모퉁이나 구석진 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 저자는 타이페이의 골목 속에 숨어 있는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숍에서 타이페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마다의 거리에는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식 주택이 많은 푸진제는 참신한 느낌이 있고, 유서깊은 디화제는 최근 트렌드숍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옛것과 새로운 것이 격돌하는 분위기, 철공소거리였던 츠펑제는 젊은 예술가들이 집결하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융캉제와 스다루는 문학과 예술적 정취가 물씬난다고 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해서 저자의 설명을 전합니다.)


저자는 꼼꼼하면서도 적극적인 성격인 듯합니다. 눈에 띄는 가게가 있으면 주인을 만나 가게를 열게 된 사연과 철학 같은 것까지 캐내어 책읽는 이로 하여금 가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사진(여기서 군더더기라 함은 가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체의 일부라 하면 지나칠까요? 어쩌면 주인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을 곁들인 꼼꼼한 설명이 돋보입니다. 그 사진들은 가게를 장식하는 작은 소품까지도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그런가 하면 잡화점의 경우에는 어수선하면서도 개성이 돋보이는 매장 분위기를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보고 싶은 가게에 대하여 꼼꼼하게 자료를 챙기기도 합니다. 신문기사는 물론 인터넷까지 뒤져 가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여 정리하는 것입니다. 목적을 가진 여행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들의 필수품 생리대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면생리대를 팔고 있는 가게의 점원의 설명을 듣게 되면 느끼는 바가 클 것 같습니다. “요즘 나오는 대다수의 생리용품은 솜을 만들 때 표백제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고, 썩지 않는 비닐로 과도하게 포장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은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까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도 일으키고 있답니다.(88쪽)” 대안은요? 재활용이 가능한 면생리대가 추천된다고 합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생리대제조사에서 내놓은 상품의 이면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타이완은 일기예보가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는 것 같다(116쪽)’라는 구절을 읽고 ‘정말?’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퍼컴퓨터를 몇 대씩이나 구입하고도 번번이 일기예보가 틀리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배우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식당, 잡화점, 카페, 작은 장식품, 옷, 갤러리 등등, 일상과 관련된 정말 다양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나 이런 가게를 열어볼 생각을 가진 분에게 좋은 정보가 될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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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더 저널리스트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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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노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멩웨이는 기자였습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활약한 경험은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걸작을 낳게 했습니다. 헤밍웨이의 무수한 소설들이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그가 쓴 기사들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가이기 전에 기자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칼 마르크스 등의 기사들을 통하여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조명해보는 기획시리즈의 첫 번째 입니다. 헤밍웨이의 경우 열여덟에 기자가 되어 20대에는 종군기자로 활약했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백년 전이지만, 당시의 시대상은 지금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합니다. 헤밍웨이는 그런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엮은이의 말대로 대화체를 섞어 소설의 한 장면을 묘사하는 듯한 기사체입니다. 따라서 그의 기사를 읽다보면 마치 글을 읽는 이가 현장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헤밍웨이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만큼, 그의 기사들을 읽다보면 그의 문학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헤밍웨이는 ‘불평등과 부조리,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인간의 고통, 파시즘에 대한 두려움’ 등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엮은이는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은 당시의 기사들을 입수하는 작업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건의 기사를 수집하였고, 그 가운데 25편의 기사를 가려 뽑았습니다. 그 기준으로는 사회 부조리와 평화를 향항 열망, 전쟁을 보는 시각 등 작가로서의 헤밍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와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들을 우선했다고 합니다.


1부는 십대의 신참기자가 바라본 당시의 시대상입니다. 권투경기를 보러온 시장이 경기에는 관심없고 유권자들만 챙기는 모습을 희화한 기사, 응급실의 긴박한 모습이나 천연두 환자의 이송이 지연된 사연 등을 짚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권투경기장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기를 보고 웃는 사람과 웃지 않는 사람을 구별해내기도 합니다. ‘상처받은 적이 없는 사람만이 남의 상처를 보고 웃는다(48쪽)’


2부는 당시의 인간상을 엿볼 수 있는 기사들입니다. 당시에도 군대를 다녀온 척해야 하거나 사진을 보정하는 경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권투와 사자사냥을 통하여 스포츠맨정신을 논하기도 합니다. 권투와 사자사냥을 금기시하는 오늘날에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부에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기사들을 뽑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이어 벌어진 그리스-터키 전쟁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민의 행렬을 보면서 전쟁의 참화를 전합니다. 그런가 하면 종군기자들 가운데 별난 사람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오늘 마을이 타오르는 아주 멋진 장면을 촬영했지(99쪽)”라고 말하면서도 피난민이 처한 상황이 끔찍하다고 말합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의 본성이 충돌하는 묘한 분위기를 잘 포착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에 파시스트 정권을 세운 무솔리니를 인터뷰하는 행운을 통하여 파시스트의 뻔뻔한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4부는 스페인내전의 종군기사 모음입니다. 선거를 통하여 구성된 공화국 정부를 향하여 총을 든 프랑코장군의 파시스트 세력에 대한 저항을 그렸습니다. 파시스트군에 포위된 마드리드의 숙소에서 들리는 소총소리를 묘사한 장면이 실감납니다. ‘타크롱, 카퐁, 크르랑, 타르롱!’ ‘나비와 탱크’라는 기사는 전쟁터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불행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존 스타인벡은 ‘이런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묘사해냈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라고 찬탄했다고 합니다.


5부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기사입니다. 마지막 기사 ‘당신을 위한 누군가의 죽음’에 같이 실려있는 전사자의 모습은 전쟁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땅에서도 끔찍한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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