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현자 - 왜 세계 최고의 핫한 기업들은 시니어를 모셔오는가?
칩 콘리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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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시는 분께서 재계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이와 같은 상황이 거듭되고 있어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들리는 말에는 나이가 문제가 되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만, 하시던 일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근래 들어 정년 후의 삶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은퇴 후에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전문직이 아닌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는 경향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일터의 현자>는 오랜 세월을 통하여 얻는 직업 혹은 삶의 지혜를 젊은이들에게 나누어주고 또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퇴 후의 새로운 삶에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저자는 26살에 ‘주아 드 비브르’라는 부티크 호텔을 창업하여 24년간 경영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로 키워낸 칩 콘리씨입니다. 그런데 24년간 주아 드 비브르의 대표를 지내온 콘리씨는 어느날 갑자기 호텔을 매각하고 요즘 뜨고 있는 ‘에어비앤비’라는 회사에 인턴,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멘턴(멘토 겸 인턴)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의 대표의 권유로 시작한 일입니다만, 젊은이들로 구성된 에어비앤비에 부티크 호텔을 경영하면서 쌓은 경험을 나누기 위한 도전이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될 원로들을 ‘일터의 현자’라고 부를 것을 제안합니다.

저자는 ‘일터의 현자’란 그저 세월의 흐름을 따라 지내온 노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날 동안 얻는 앎을 통합하여 숙성시킨 다음에 그것을 젊은 세대에게 유산으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생물학적 나이와는 다른 현자로서의 자질로, 1. 뛰어난 판단력과 장기적인 관점, 2. 있는 그대로를 보는 진실성과 통찰력, 3. 거의 모둔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EQ, 4. 각각의 부품이 아닌 전체를 보는 사고, 5. 이웃과 자연에 대한 사랑과 연민 등을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새로운 개념의 업무에 적응하기 위하여 저자가 에어비앤비에서 초반에 다소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이내 새로운 목표와 방식을 찾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일터의 현자에 관한 개념을 정리하기 위하여 자신이 도전한 내용을 모두 열 개의 장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최근 떠오르는 닷컴기업들이 옛날방식의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있는 현자를 영입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자신이 에어비앤비에 멘턴으로 새출발하게 된 배경,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 그리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을 소개하면서, 일터의 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고려할 점들을 정리해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대단한 일을 성취한 바는 없습니다만, 10년 전에 지금의 자리로 옮긴 후에는 현업을 수행하는 젊은이들에게 제가 살아오면서 얻은 다양한 앎과 배경들을 활용하여 도움을 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저 역시 저자의 나이쯤에서 시작한 ‘일터의 현자’였던 셈입니다. 현재의 위치에서 십여 년을 지내면서 새롭게 쌓은 경험과 앎을 지속적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을 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앎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도 인정하고 젊은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기 보다는 바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도와주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도움이 되는 그런 위치를 지키는 것이 일터의 현자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제가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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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사장님 - 돈 없이 창업해서 졸업 전에 1천만 원 통장 만들기
이동혁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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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부터 시작됐던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현상의 효과가 젊은 층에까지 파급되어 전체 인구 중에 젊은 층의 비중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취업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른 나이에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거나,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얻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른 길을 모색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생 사장님>은 취업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에 눈을 뜨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을 돌아보면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여 세계적으로도 굴지의 인터넷 기업을 일구는데 성공한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여건이 다르므로 그들과 같은 성공을 이룰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젊은이라고 해서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업의 규모가 글로벌할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가진 힘에 걸맞는 적절한 정도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하여 도전해볼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가요?

<대학생 사장님>은 23살에 복학한 대학생이 맨손으로 사업을 일구고, 다양한 일거리를 창출해낸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겠습니다만, 해외직구사업을 시작으로 일본의 아마존과 라쿠텐의 셀러로도 활동하였으며, 창업팀을 꾸려 애플리캐이션도 7개나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정품 쇼핑몰을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업을 꾸려온 과정을 정리하여 진로를 모색하는 젊은이들에게 소개하는 강사로 활동을 시작하였고, <대학생 사장님>이라는 책을 써서 널리 알리는 일에도 나섰다고 합니다. 혼자서만 성공의 과실을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다른 이들과도 나누겠다는 마음씀이 아름다운 청년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아직 꿈이 없는 학생들, 취업준비생, 공시생, 창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대학생에게 창업에 대한 벽을 허물고 자신감을 주어 동기부여를 하는데” 있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대학이나 정부기관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는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모전을 통하여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아직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물론 자금지원을 받은 다음에 그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지 않는 경우가 없지 않은 모양입니다. 관련 사업을 맡은 기관에서도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하여 사업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읽어가면서 느낀 아쉬운 점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데 두루뭉술한 설명에 그친 부분이 있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용어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다 싶은 점입니다. 대표적인 용어로 창업입니다. 창업(創業)이란 ‘사업 따위를 처음으로 이루어 시작함’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시종일관 사용하는 ‘창업을 시작한다’라는 말은 ‘역전 앞’처럼 같은 의미의 단어를 중복하여 사용하는 셈입니다. 그냥 ‘창업하다’라고 하던지 ‘사업을 시작하다’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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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폴 서루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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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생각의 백과사전’이라는 제목으로 독후감을 썼던 <여행자의 책>의 저자 폴 서루의 단편집 <세상의 끝>을 만났습니다. 20대 초반에 아프리카에서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하면서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30대부터는 영국에 살면서 여행을 다니고 여행기를 썼는데, 아직 그의 여행기는 읽어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프리카 방랑>이 소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끝>에는 표제작인 ‘세상의 끝’을 시작으로 모두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의 무대 혹은 등장인물이 경험한 장소들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장소가 분명치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첫 번째 ‘세상의 끝’의 경우 런던에 있는 구역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여행을 통해서 가본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옮긴이는 ‘변경지대의 씁쓸한 풍경화’라는 제목의 후기를 “폴 서루의 단편소설들은 대체로 상징적 의미에서 ‘세상의 끝’에 놓인 인물들을 그려낸다. 그들은 낯선 곳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려 혼란과 좌절을 겪기도 하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381쪽)”라고 시작합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이 대개는 낯선 곳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일인데, 특히 저자처럼 자유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하겠습니다.

옮긴이는 이어서 ‘폴 서루는 이 단편집에서 자의로든 상황에 의해서든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군상에 초점을 맞추고 이주자들의 행각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도 때로 공감적으로, 때로는 냉담하고 신랄하게 서술한다’라고 정리합니다. 하지만 문화가 다른 탓인지 읽는 입장에서 쉬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런던에 있는 세상의 끝이라는 구역으로 이주한 부부와 여섯 살난 아들의 한 가정이 가장의 의도와는 다른 결말로 치닫는 것을 보면, 과연 미국인 가정이 거처를 나라밖으로 옮기는 것을 가장 혼자서 결정했을까? 그리고 이름처럼 세상의 끝이라는 동네에서는 동네사람들이 각자 섬처럼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 와중에 아내와 아들은 누군가와 만나고 있었다는 설정이 낯설어 보인다 하겠습니다.

코네티컷주에 있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프랑스를 여행하는 동안 마르세유에서 아내가 ‘자기 삶을 살고 싶다’는 이유로 남편을 떠나고, 그렇게 혼자된 남편은 코르시카를 여행하면서 음식점에서 일하는 프랑스 유부녀를 유혹해서 달아나는 장면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보니 불문학교수는 12년의 결혼기간 언행이 일치하지 않아서 부인과의 관계가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던 것이고, 프랑스 여인 역시 코르시카 태생의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염증을 내던 참이었던 것이 함께 달아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말은 곧 행동’으로 옮겨져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던가 심지어는 섬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고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이 과연 성공할까 싶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특유의 기생충-사실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파리의 유충이라고 했습니다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하얀 거짓말’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버림받은 여자들이 자기를 속인 남자에게 유산된 태아를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리지 않은 셔츠를 입으면 파리의 유충에 감염되어 온몸이 종기가 돋아나는 비상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를 다녀오기 전에 이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아프리카 여행을 포기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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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프랑스사 - 골 지방의 선사 시대부터 20세기 프랑스까지 이야기 역사 8
윤선자 지음 / 청아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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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박3일 일정으로 파리를 다녀온 적은 있습니다만, 업무로 방문한 탓에 파리를 구경할 기회는 별로 없었습니다. 길지 않은 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프랑스에 대하여 조금 깊이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고른 책이 <이야기 프랑스사>입니다. ‘골 지방의 선사시대부터 20세기 프랑스까지’라는 부제처럼 통사적 개념으로 정리된 내용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럽의 왕가들이 혼인으로 엮여, 전쟁으로 땅을 주고받은 일이 무수히 반복되어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유럽대륙의 상당부분을 지배한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로마제국이 가장 넓은 지역을 지배했고, 그 다음이 나폴레옹 시절의 프랑스가 될 듯합니다. 현대의 프랑스 지역의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하여, 그 시대의 사회, 정치, 종교, 사상과 문화 등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특정 분야에 국한한 역사도 흥미롭지만, 시대의 전체 모습을 보려면 다양한 영역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옳겠다.

현대 프랑스의 영역을 고대에는 골이라고 불렀습니다. 서유럽의 골 지역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것은 180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의 구석기 시대였다고 합니다. 60만 년 전부터는 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현생인류인 크로마뇽인의 뼈가 도르뉴강 유역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구석기 시대를 지나 중석기, 신석기를 거쳐 청동기에 이르는 다양한 고고학적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아시아의 히타이트 왕국에서 시작한 철기문화는 페니키아 사람들에 의하여 지중해를 거쳐서, 그리고 할슈타트 사람들에 의하여 중부 유럽경로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기원전 500년 철기문화를 가진 켈트족이 독일남부에서 대거 이주해왔고, 뒤이어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한 로마사람들이 진출하여 켈트족을 몰아냈습니다. 골지역을 장악한 로마사람들은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게르만족과 경계를 이루었는데, 라인강 동쪽 지방은 로마사람들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임에 따라서 골지방 역시 드루이교 등 켈트족 특유의 종교가 기독교에 밀려났습니다.

훈족의 서진에 따라 밀려난 게르만족이 유럽대륙에 흩어지면서 이미 기울고 있던 로마제국이 멸망한 다음에 게르만족의 일파인 프랑크족이 골 지방의 북쪽에 자리를 잡고 프랑크왕국이 성립되었습니다. 중부에는 부르군트왕국이, 서쪽에는 서고트왕국이 동쪽은 발칸반도에서 이탈리아반도에 이르는 동고트왕국이 차지했습니다. 프랑크왕국을 창건한 메로빙거왕조는 카롤링거왕조로 이어졌고, 다시 카페왕조로 이어지면서 중세시대의 프랑스를 지배했습니다. 왕국이라고는 하지만, 지역단위로 영주가 지배하는 장원을 중심으로 하여 분열되어 있는 모양새였다고 합니다. 로마제국 시절부터 기반을 다진 기독교와 왕국이 동조하는 그런 관계를 유지하면서 점점 국가의 형태를 갖추어갔습니다.

프랑스는 1589년 카페왕조 계열의 부르봉왕조가 들어서면서 왕권을 강화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태양왕 루이 14세에 절정을 맞았습니다. 그 무렵에는 에스파냐왕국 역시 부르봉왕조의 펠리페5세가 들어서면서 부르봉왕조의 전성기를 맞은 셈입니다. 하지만,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한 것처럼 부르봉왕조도 기울기 시작하면서 절대군주제를 벗어나 계몽의 시대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대혁명을 거쳐, 나폴레옹의 황제정, 왕정복고 그리고 공화정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양차 세계대전, 그리고 이후의 시기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등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통사이면서도 이야기로 풀어내는 역사인 만큼 쉽게 읽히는데, 다만 편집상의 미흡함 때문인지 읽는 흐름이 걸리는 부분들이 적지 않은 것이 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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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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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로 처음 만난 조지 오웰이었지만, 그를 인식하게 된 것은 <더 저널리스트 : 조지 오웰>을 읽으면서부터입니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 그의 <동물농장>이나 <1984>를 읽은 것도 그 뒤의 일입니다. 이탈리아의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는 “고전이란 사람들이 ‘요즘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않고 ‘요즘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는 책”이라고 정의했다지만, 고전을 모두 읽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만큼 늦게라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로 주목을 받게 된 조지 오웰이 글쓰기에 전환을 모색하던 시기의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어 그에 대한 생각의 두께를 조금 더할 수 있었습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는 진보적 성향의 ‘레프트 북클럽’으로부터 실업상태인 탄광노동자들이 넘쳐나고 있던 영국북부 지역의 상황을 조사해달라는 청탁을 받아 쓴 것입니다. 오웰은 1936년 초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랭커셔와 요크셔 일대의 탄광지역을 찾아 광부들의 집이나 광산노동자들이 묵는 하숙집에서 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오웰이 청탁을 받아들인 이유는 사회주의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기 위한 행보였다고 했습니다. 스스로가 사회주의에 호의적인지 확인하고, 당시의 상황이 용인할만한 것인지를 판단하고, 계급이라는 문제에 대한 입장도 확고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1부가 그 내용입니다. 그 내용은 ‘실업을 다룬 세미다큐멘터리의 위대한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부에는 자신의 성장배경, 영국의 계급문제에 대한 소신, 그리고 정치적 견해에 관한 에세이 6편을 담았습니다. 2부의 내용을 보면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사뭇 높습니다. 박노자교수가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했던 오웰을 ‘비판적 개인주의자’라고 정의한 것처럼, 오웰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면서도 당시의 사회주의자들에게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악마의 대변인’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웰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애정이 담긴 비판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웰이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것은 당시 개인을 속박할 위험이 큰 전체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는 감을 잡았고, 그를 저지할 수단으로는 사회주의가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 급한 문제는 파시스트 세력이 유럽을 장악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회주의를 효과적인 형태로 널리 그리고 빨리 확산시키지 못한다면, 파시즘을 타도할 가망은 없어진다. 사회주의야말로 파시즘이 상대해야 할 유일한 적수이기 때문이다.(288쪽)” 역시 오웰이 걱정했던 것처럼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세력을 얻었고, 스페인 역시 프랑코의 독재정권이 들어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는 연대하여 자유진영의 말살에 나섰습니다. 물론 공산주의화된 소련이 동참하기는 했지만, 파시스트의 의도를 무너뜨린 것은 오웰이 꿈꾸던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였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주의’ 역시 세월의 흐름이 따라 변하는 것이라서 사회주의가 여전히 정답일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오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오도된 사회주의가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이 크다고 보이며, 특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오웰이 우려했던 것보다 더 심한 전체주의를 추구하는 세력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주의에 편승한 어설픈 감상주의에 젖다가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무너트리는 불행을 자초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필자가 오웰로부터 배우려하는 것은 그의 비판의 기조입니다. 사회주의를 지향했지만, 나라에 대한 충심은 분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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