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작하는 진로탐구영역
김종형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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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일도 정리를 해야 할 나이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젊었을 때 진로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의 젊은 시절은 우리나라가 막 개도국의 위치에서 발전을 거듭할 무렵이라서 진로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할 정도는 아니었던 같습니다. 유망한 직업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고르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 역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돈벌이라 잘 되는 그런 과가 아니라 기초의학이라 할 병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에 남는 선택을 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상황이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바람에 대학을 그만두고, 전공분야도 달리하는 선택을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요즈음에는 직장을 얻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를 선택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물론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조언을 해주시기는 합니다만,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니 깊이 생각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진로탐구영역>은 진로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진로탐색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적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별 고민하지 않고 선친께서 바라신대로 의과대학에 입학을 하고 그런대로 순탄하게 살아왔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작가의 말대로, “세상에는 연예인, 운동선수, 교사, 의사, 판사 말고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안정적이고, 재미있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직업이 얼마든지 있다”라고 합니다. 사실 이건 다 알려진 비밀입니다만, 의사가 3D 업종임에 틀림없습니다. 예전처럼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고 돈만 밝히는 그런 사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 눈치를 보아야 하는 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저도 진즉 알았더라면 작가의 말대로 쉽게 돈을 벌고 재미있는 직업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무슨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서문에 이어 작가는 ‘1. 성공의 조건과 유망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2. 진로탐구를 위한 워밍업, 3. 진로탐색, 이제부터 시작, 4. 지금 한번 해보자, 5.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는 등의 순서로 진로탐구 과정을 설명합니다. 진로탐색으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고려하였음인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적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용한 사례들이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작가가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가족여행지를 결정하는데 작가 나름대로 정보를 모아 분석한 끝에 남해안으로 가자고 제안했지만 아내분께서 ‘아니, 강원도로 가자’라는 한 마디로 최종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하여 ‘결국 내 의견은 별 의미도 없이 남해안이 아닌 강원도로 가야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평소대로 아내 분에게 결정권을 드리면 고민을 할 이유도 없고, 자신이 생각한대로 하지 못해서 쌓인 불만이 스트레스성 장애를 일으킬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작가께서는 아내분이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1/814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욕조에서 넘어져 죽을 확률이 1/80만,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이 1/428만과 비교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책 읽는 이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인 비유보다는 긍정적인 비유를 읽는 편이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반면에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진로탐색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작가의 주장에는 크게 공감합니다. 책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더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작가 역시 치열한 고민 끝에 젊은이들의 진로탐색 멘토라는 직업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삶에는 우연이라는 요소가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고민을 해주어야 할 때는 적당한 정도로 고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진로탐구영역>은 진로결정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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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
구니마스 다카지 지음, 노시내.이덕숙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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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여름에 되면 스위스에 가보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만년설이 덮힌 산에 오르면 더위는 까마득하게 잊을 것 같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지난달에 남프랑스를 거쳐 밀라노에서 비행기를 탈 때도 멀리서 알프스를 구경했을 뿐더러, 오래 전에 이탈리아의 스트레사에 갔을 때는 멀리서 알프스를 구경하기도 했고, 귀국할 때는 취리히에서 환승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위스에 발자국은 남긴 셈입니다.

하지만 스위스의 진면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는 스위스를 구경하기 전에 사전공부 삼아 읽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찰출신으로 경찰청 장관을 지낸 바 있는 구니마스 다카지씨가 스위스에서 3년간 대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스위스와 스위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스위스는 지극히 유별난 나라이다. (…)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말하며, (…) 프랑스인도 독일인도 이탈리아인도 아닌 스위스인에는 틀림이 없지만 (…) ‘스위스 사람’이란 스위스 어느 구석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묘한 말을 서문에 적었습니다. 우리는 빌헬름 텔(우리는 영어식으로 부르는 윌리엄 텔로 알고 있습니다)이 스위스의 건국과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합니다. 실러가 전해오는 빌헬름 텔의 전설과 스위스 건국의 영웅담을 엮어 쓴 서사극의 영향으로 그렇게 믿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스위스에 대하여 일본사람들이 고정관념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고, 스위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1장 ‘스위스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빌헬름 텔을 통하여 스위스의 건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최근에 유엔에 가입하게 되기까지 스위스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유럽을 지배한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가 사실은 스위스에서 출발한 가문이라는 것,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뿌리가 되었던 장자크 루소가 스위스 사람이라는 것, 스위스가 영세중립국을 추구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합니다.

2장 ‘스위스를 스위스답게 하는 것들’에서는 스위스의 민병대제도, 민방위제도, 공동체 뷔르거게마인데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3장 ‘스위스의 깊숙한 내면’에서는 스위스와 스위스사람들의 속내에 접근하기 위하여 돈, 유머, 축제 등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스위스사람들이 잘 쓰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1. 스위스는 작은 나라입니다, 2. 스위스는 섬나라입니다, 3. 우리는 실용주의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에 섣불리 맞장구를 쳤다가는 어색한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생각을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오늘날의 스위스가 있게 한 것은 알프스 산맥에 흩어져 사는 스위스 사람들이 북유럽과 이탈리아를 잇는 전략적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산악지형이라는 독특한 자연적 입지를 바탕으로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제국, 나폴레옹의 프랑스제국 등과 맞서면서 키워온 용병제도가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외국에 팔려나간 용병들이 벌어들이는 자금과 정보력이 정밀기계와 금융 등 기간산업을 일구는데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스위스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나치 독일에 협력한 부분에 대하여 연합국 측의 곱지 않은 시각도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중립을 표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제국 가운데 유일하게 스위스는 나치에게 협력했다는 것인데,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특히 스위스로 피난하려는 유대인들에게 국경을 폐쇄함으로써 죽음을 맞도록 방치한 점, 그리고 희생된 유대인들이 남긴 휴면계좌를 방치하고 유족들에게 반화하지 않은 것 등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스위스를 공부하기에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부분인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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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미식 산책
이지성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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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드라마를 필두로 한류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지역에는 만화를 비롯하여 일본작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일본만화를 탐닉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이 젊은이들이 여행하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구경거리보다 먹을거리에 더 관심이 크다는 것입니다. 년전에 작은 아이하고 제주도를 여행했는데 역시 먹는 것에 비중을 두는 것 같았습니다.

<도쿄!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미식산책>은 음식에 무게를 둔 일본여행 안내서입니다. <고독한 미식가> 등 10종의 일본 드라마와 만화에 등장한 맛집을 찾아가는 여행안내서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와 만화의 감동에 더해져, 주인공들이 먹고 마시며 산책하거나 하던 스토리가 있는 실체적인 장소들을 여행하는 미식 산책은 도쿄 여행자들에게 마치 꿈과도 같은 유쾌한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가장 많은 식당을 소개하고 있는 <고독한 미식가>는 물론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10개의 드라마 혹은 만화 가운데 제가 읽거나 시청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침 케이블TV에서 방영하고 있는 <고독한 미식가>의 몇 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장을 나갔던 회사원이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골목을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한 식당에 들어가서 다른 손님이 시켜먹은 음식을 주문해서 맛본다는 설정인데 이때 시켜서 먹어보는 음식의 종류가 만만치 않아서 우리나라의 케이블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수준에 육박하는 먹방이더라는 것입니다.

이마 <도쿄!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미식산책>의 작가는 드라마나 만화에서 주인공이 주문해서 먹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그에 대한 평가는 물론 맛집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기는 합니다만 내용이 정교한 맛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맛있는 음식 사냥(?)하기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서 주위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 책은 열 종류의 드라마 혹은 만화에 나오는 맛집을 가보았다는 일종의 경험치를 높이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드라마에 나왔던 맛집이 그 사이에 사정이 생겨서 문을 닫았거나 아니면 드라마에 나온 뒤로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혼자 찾는 손님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거나 혹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받아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서 일부러 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맛집에서 환영을 받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SNS 를 통해서 홍보를 해주는 경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는 것처럼 일본 식당 역시 홍보에 예민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남들에게 잘 알려졌다는 맛집에서 흡족한 식사를 한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음식맛이라는 것 역시 먹는 사람들의 취향에 좌우될 수도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음식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음식맛이 아주 형편없지만 않다면 한끼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하는 편이라서, 즉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 아니라서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 것보다 익숙한 맛을 고르는 경향이 있는 편입니다.

사실 <고독한 미식가>의 경우 주인공인 고로씨는 느낌으로 식당을 골라 입장을 하지만 대개는 주변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음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음식맛이 괜찮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맛는 음식이 우리 입맛에 꼭 잘 맞지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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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 - 에로틱 파리 스케치
존 백스터 지음, 이강룡 옮김 / 푸른숲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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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책맞게도 ‘에로틱 파리 스케치’라는 부제에 끌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작가 역시 1939년생이니 저보다 무려 15살이나 많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보려 합니다.  길어 보이지만 출판사가 요약한 이 책의 성격을 소개하는 것이 더 쉬울 듯합니다.

“프랑스 여행 및 레스토랑을 소개한 『미슐랭 가이드』와 미국 뉴욕 여성들의 대담한 성 담론의 대명사 <섹스 앤 더 시티>를 합친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의 에세이. 영화, 미술, 문학, 사진 등 온갖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파리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프랑스인의 성 풍속도, 동성애, 사창가, 포르노그래피 예술 등 성과 관련된 주제도 대담하게 다루고 있다.”

193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난 저자는 시골 마을의 철도국에서 십 년을 일하고서는 사표를 내던지고 영국으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영국 BBC방송국에서 통신원을 거쳐 미국의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평론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일을 믿지 않는 편입니다만, 우연히 10년 전 파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던 연인 마리-도미니크와 보냈던 즐거운 순간을 최면을 통해 되살리면서 그녀와 다시 연결되었고, 결국 그녀를 찾아 파리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역시 사랑의 힘은 크고 위대한 것 같습니다. 

파리에 머물면서 필연적으로 열렬한 파리 예찬자가 된 그는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틀에 박힌 내용이 아니라 색다른 시각으로 소개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에로틱 파리 스케치’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파리 사람들의 성담론을 가감 없이 소개하겠다는 것입니다. 부제에 크게 기대를 했더라면 이야기의 초반에 크게 실망하고 책읽기를 그만 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다가 후반에는 상당한 수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을 이야기하면 연인과의 사랑이 열매를 맺어 귀여운 공주를 얻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저자가 시나리오 작업과 영화평론 등의 일을 해왔기 때문에 영화분야에서는 고금을 막론하고 제가 모르는 뒷이야기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남의 뒷담화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제 경우는 파에 머문시간이 불과 4일도 되지 않아서인지 저자가 말하는 ‘파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억제되어 있던 무언가가 해방되고 맘껏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했다.(36쪽)’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되지 않더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수에서 황량한 바람이 불고, 그들이 랍스터 뉴버그에 관해 들었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며 아침마다 나는 시카고란 도시가 주던 으스스한 기운을 느꼈다.(56쪽)”고 한 부분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시카로를 방문했던 적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요리를 대하는 태도만큼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을 좌우하는 잣대도 없다.(70쪽)’고 한 저자의 충고를 마음에 새겨두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제 경우는 먹는 것에 대범한 편입니다.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것을 굳이 찾아다니면서 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는데 필요한 만큼 열량을 얻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테 섬과 생 루이 섬 주위를 가르며 파리를 관통하는 센 강의 곡선은 키스를 하려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약간 젖힌 여인의 얼굴 같다(97쪽)‘고 한 표현은 따로 챙겨두었다가 언젠가는 써먹을 생각입니다. 구글지도를 찾아 배율을 이리저리 바꾸어보아도 전혀 실감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만, 저자처럼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분이 그렇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기획의도라할 성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챙길만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꺼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굳이 파리 사람들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책을 읽으면서 무수히 붙여두었던 표시를 그냥 떼어내기는 찜찜한 무엇이 남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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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지막 수업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10
알퐁스 도데 지음 / 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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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대서양 해안의 르아브르, 몽생미셸을 두루 보고,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르망, 투트, 리모주, 아비뇽, 아를, 엑상 프로방스 등을 거쳐 니스와 칸 등 프랑스 남해안으로까지 돌아왔습니다.

프로방스지방에 들어설 무렵 가이드가 언급한 작가가 바로 알퐁스 도테입니다. 님에서 태어난 알퐁스 도테의 작품에는 남프랑스 지방이 많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그의 단편 ‘별’에 등장하는 양치는 목동이 꿈꾸던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밤을 보내는 이야기의 무대 역시 프로방스의 뤼브롱(Luberon) 산이라고 합니다.

“만약 그대가 들에서 밤을 지낸 일이 있다면, 우리가 잠들어 있는 시각에 또 하나의 신비스런 세계가 고독과 정적 속에서 눈을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때, 샘물을 더욱 맑은 소리를 내고, 연못은 작은 불꽃을 활활 태운다.  산들의 모든 정령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대기 속에서는 물체가 맞닿거나 나뭇가지가 자라거나 풀이 자라거나 하는 소리인 듯한, 거의 귀에 담을 수 없는 희미한 소리가 들린다”라고 묘사한 부분은 들에서 밤을 지새면서도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이 열려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를은 도테가 태어난 님에서도 그리 멀지 않는 마을이라서 내막을 속속들이 알았던 모양입니다. 단편, ‘아를의 여인’이나 ‘두 여인숙’에 등장하는 아를의 여인은 예쁘기는 하지만 정숙함과는 거리가 있는 모양입니다. 남자의 마음을 혹하게 만드는 비법도 가지고 있어서 한번 빠진 남자는 헤어나지를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방스 지방에서 본 것은 포도밭은 물론 과수원 등을 키가 큰 싸이프러스 나무가 둘러싸고 있는데, 특히 미스트랄이라고 하는 이 지역의 독특한 강풍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미스트랄은 겨울과 봄에 주로 부는 북서풍을 말합니다. 시속 30km 이상의 바람이 65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시속 66km를 넘는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고 순간 풍속이 185km에 달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가이드는 지중해에서 불어온다고 했지만, 사실은 남프랑스의 내륙에서 지중해 북쪽으로 분다고 합니다. 과수원에는 피해가 크지만 풍차를 돌리는 방앗간에는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도테는 애국심이 강해서 보불전쟁 때 군역을 면제받았음에도 자원하여 입대하기도 했답니다. 그의 이런 경험이 반영된 단편이 그 유명한 ‘마지막 수업’입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마지막 수업’은 프러시아에 넘어간 알자스 지방에서 프랑스어로 수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프러시아 당국의 조치를 당하고서야 프랑스어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동네사람들 그리고 학생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절절하게 그렸습니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 빼먹기를 밥먹듯한 프란츠에게 ‘아아! 자녀의 교육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야말로 우리 알자스의 가장 큰 불행이었지’라고 달래는 아멜선생님의 말씀이야말로 새겨들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알자스와 로렌지방은 10세기 무렵에는 지금의 독일을 지배하던 동프랑크왕국의 영토였던 것을 17세기 독일이 종교전쟁으로 혼란에 빠졌던 상황이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으로 정리되면서 프랑스에 병합되었던 것입니다. 그랬다가 1871년 보불전쟁이후의 프랑크푸르트조약에 따라서 독일제국의 영토로 바뀐 상황이 ‘마지막 수업’의 시대상황입니다. 뿌리를 따라가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진 것이지만,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빼앗긴 땅이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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