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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미식 산책
이지성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4월
평점 :
한류 열풍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드라마를 필두로 한류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지역에는 만화를 비롯하여 일본작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일본만화를 탐닉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이 젊은이들이 여행하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구경거리보다 먹을거리에 더 관심이 크다는 것입니다. 년전에 작은 아이하고 제주도를 여행했는데 역시 먹는 것에 비중을 두는 것 같았습니다.
<도쿄!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미식산책>은 음식에 무게를 둔 일본여행 안내서입니다. <고독한 미식가> 등 10종의 일본 드라마와 만화에 등장한 맛집을 찾아가는 여행안내서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와 만화의 감동에 더해져, 주인공들이 먹고 마시며 산책하거나 하던 스토리가 있는 실체적인 장소들을 여행하는 미식 산책은 도쿄 여행자들에게 마치 꿈과도 같은 유쾌한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가장 많은 식당을 소개하고 있는 <고독한 미식가>는 물론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10개의 드라마 혹은 만화 가운데 제가 읽거나 시청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침 케이블TV에서 방영하고 있는 <고독한 미식가>의 몇 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장을 나갔던 회사원이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골목을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한 식당에 들어가서 다른 손님이 시켜먹은 음식을 주문해서 맛본다는 설정인데 이때 시켜서 먹어보는 음식의 종류가 만만치 않아서 우리나라의 케이블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수준에 육박하는 먹방이더라는 것입니다.
이마 <도쿄!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미식산책>의 작가는 드라마나 만화에서 주인공이 주문해서 먹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그에 대한 평가는 물론 맛집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기는 합니다만 내용이 정교한 맛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맛있는 음식 사냥(?)하기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서 주위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 책은 열 종류의 드라마 혹은 만화에 나오는 맛집을 가보았다는 일종의 경험치를 높이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드라마에 나왔던 맛집이 그 사이에 사정이 생겨서 문을 닫았거나 아니면 드라마에 나온 뒤로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혼자 찾는 손님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거나 혹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받아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서 일부러 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맛집에서 환영을 받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SNS 를 통해서 홍보를 해주는 경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는 것처럼 일본 식당 역시 홍보에 예민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남들에게 잘 알려졌다는 맛집에서 흡족한 식사를 한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음식맛이라는 것 역시 먹는 사람들의 취향에 좌우될 수도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음식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음식맛이 아주 형편없지만 않다면 한끼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하는 편이라서, 즉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 아니라서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 것보다 익숙한 맛을 고르는 경향이 있는 편입니다.
사실 <고독한 미식가>의 경우 주인공인 고로씨는 느낌으로 식당을 골라 입장을 하지만 대개는 주변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음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음식맛이 괜찮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맛는 음식이 우리 입맛에 꼭 잘 맞지않을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