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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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들, 특히 『진주 귀고리 소녀』를 처음 보았을 때 꽤 놀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묘한 표정 때문이었을까요? 트레이스 쉬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를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별로 망설이지 않고 골라들었던 것입니다.

“소녀의 머리를 감싼 푸르고 노란 아름다운 천,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 위에 내려앉은 빛, 물기를 머금은 듯한 눈동자와 귀에 매달린 촉촉한 진주에 매료됐다.”라고 작가가 한국어판 서문에 적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트레이스 쉬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독특한 서사를 그려냈습니다. 베르메르가 남긴 35점의 그림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써냈으니 작가가 참 대단한 상상력을 가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면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델프트에 가면 17세기의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며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베르메르가 남긴 그림들을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여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가에 따르면 베르메르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 그림에 붙은 별명이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이 책을 옮긴이가 보기에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아름답지도 신비하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저는 『모나리자』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진주 귀고리 소녀』는 아직 만나기 전이라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옮긴이의 주장에 공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읽은 <반 고희, 영혼의 편지>를 보면 고흐의 작품세계는 물론 특정 작품에 대한 고흐 자신의 생각을 남겨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베르메르의 경우는 전혀 그런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들이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르메르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유를 따르는 여인』처럼 집안일을 거들어주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도 없지 않습니다. 물론 『진주 귀고리 소녀』의 경우는 옷차림으로 보아서는 집안일을 거들어주는 것처럼 보이나, 분위기에 맞지 않게 진주 귀고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작가적 상상력이 발휘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모델과 화가 사이의 특별한 교감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 말입니다. 물론 그런 교감이 어떤 것인지는 모릅니다만, 작가가 생각한 그림그리기에 관하여 통하는 무엇이 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렘브란트나 고흐와 같으 네덜란드 화가들은 일찍부터 알려졌지만, 베르메르는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17세기 초까지만 해도 델프트가 암스테르담처럼 유명한 예술의 중심지가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베르메르는 미술 거래상도 하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여관을 운영해서 생계를 이어갔고, 남겨놓은 작품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작업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어떻든 트레이스 쉬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아주 쉽게 읽히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베르메르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이 잘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베르메르가 살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델프트를 찾아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네룩스3국을 찾아가는 여행사 상품에 델프트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유여행이라도 가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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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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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도 결국은 죽음이라는 주제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작가 후지마루의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기억’이라는 주제어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만, ‘기억’보다는 ‘죽음’을 생각해보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사신(死神)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신은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오는 악령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라는 의미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년 전에 인기몰이를 했던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에 등장했던 저승사자가 망자의 영혼에게 죽음을 통보하고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저승사자를 피해 이승을 떠돌면서 나쁜 짓을 하는 악령도 등장했던 것을 보면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모두 저승으로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듯합니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에 나오는 사신은 생전에 맺힌 미련이 남은 사자(死者)들을 도와 미련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신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거야. 그리하여 사람들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사회를, 더 나아가 세계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념 이래 일하고 있다(15쪽)”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승사자와는 다른 임무를 행하는 존재인데, 살아있는 사람이 6개월이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일을 맡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신으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에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은 임무가 끝나는 순간 깡그리 잊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신의 역할은 아르바이트로 한다는데, 요즈음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만, 일본에서도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젊은이들이 특히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시급 300엔 밖에 되지 않는 보수를 받고 할 일은 아닌 듯 합니다만,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운명의 실이 그렇게 엮인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은 사쿠라는 같은 반 여학생 하나모리 유키와 짝을 이루어 사신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전체 얼개에서는 모두 5명의 사자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 사자는 사쿠라가 좋아하던 여학생 아사쓰키입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자는 미련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추가시간 동안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물론 미련이 해결되어 떠나면 죽음을 맞던 순간부터 모든 상황이 재조정되는 모양입니다.

추가시간은 미련을 해소하기 위해 주어진 제한된 시간일 뿐으로 사자는 미련을 풀고 추가시간을 끝내고 이 세상을 떠나거나, 언제 닥칠지 모르는 종료시간을 기다리다 이 세상을 떠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작가는 추가시간이 몹시 잔혹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고,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추가시간이란 결국 해소할 수 없는 미련을 조명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인데, 신은 죽은 사람에게 그렇듯 부조리한 시간을 주는 아주 매정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보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에서 나비로, 조카로, 혹은 동네 꼬마 아이로 등장했던 신이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투덜대기에, 기억을 지운 신의 뜻이 있겠지 넘겨짚기에” 등장했다면서 “신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일 뿐.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신은 매정한 존재라기보다는 합리적인 존재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자 가운데 마지막 인물은 깜짝 반전을 보입니다. 어쩌면 그 마저도 신의 안배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사자가 아닌 사쿠라가 사신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알 듯 말듯합니다. 아사쓰키의 미련을 해결하는 역할이었는지, 아니면 마지막 반전카드였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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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 졸라를 만나다
레몽 장 지음, 김남주 옮김 / 여성신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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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에 다녀온 프랑스 여행은 오르세 미술관을 비롯하여 르아브르, 지베르니, 아를, 엑상프로방스 등 인상파 화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던 곳을 두루 돌아보는 미학기행이었습니다. 우연히 들른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세잔 졸라를 만나다>를 읽었습니다.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세잔의 아틀리에와 말년에 세잔이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리던 언덕도 돌아보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졌던 터라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책읽기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졸라의 <목로주점>, <나나> 등 잘 알려진 작품들은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나는 고발한다...!>로 만나본 바 있습니다.

<세잔 졸라를 만나다>를 쓴 레몽 장교수는 엑상프로방스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과 미술을 아우리는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책 읽어주는 여자> 등이 있습니다. 졸라가 인상파화가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탈리아 이민가정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살다가 중학교 무렵 엑상프로방스로 이사와 성장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세잔이 파리에서 이사와 놀림감이 되곤 했던 졸라를 편들어주면서 자연히 가깝게 지냈다고 합니다. 묘한 점은 세잔이나 졸라 모두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모두에서 재능을 보였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세잔의 경우는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쳤는데, 라틴어에 뛰어났고, 문학과 역사에도 능했다고 합니다. 영국의 헨리8세를 대상으로 희곡을 쓰기도 했지만, 정작 데생에서는 2등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졸라는 문학에서 재능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간단한 스케치를 곁들이는데, 세잔의 경우 아버지가 법률공부하기를 강력하게 원했기 때문에 갈등을 빚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림이야. 뛰어나지는 못하지만’이라고 적어 보낸 세잔의 편지에 대하여 졸라는 예술의 본질을 스스로 이해하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예술가 속에는 시인과 노동자라는 두 사람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잔은 배워서는 얻을 수 없는 번득임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런가 하면 졸라 역시 이면에 탁월한 화가가 숨어있다는 세간의 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플로베르도 졸라의 <나나>를 읽고는 “대단한 작품일세 이 친구야! <나나>의 끝부분은 미켈란젤로를 연상시키는군”이라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밀착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가정환경 등 두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건도 놓치지 않습니다. 특히 세잔이 성장하면서 남긴 데생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을 곁들이고 있어서 두 사람이 살아간 흔적들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졸라가 쓴  <작품>이라는 소설은 당시 살롱전의 배경을 다루면서 재능이 부족하여 걸작을 만들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다가 자살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주인공이 세잔을 암시하는 느낌이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절친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리가 필요한 대목도 있었습니다. 만년에 정착한 메당의 집에 있는 세잔의 서재는 박물관이나 교회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는데, 루이13세 풍의 의자 뒤에 있는 벽난로에는 황금빛 글씨로 “Nulla Dies sine linea”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옮긴이는 이 구절을 ‘하루에 한 줄이라도 쓸 것’이라고 옮겼습니다. 하지만 이 경구의 배경을 생각하면 ‘선 긋기를 하지 않고서는, 즉 드로잉을 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보내지 말라’고 해석함이 옳다는 것입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나 조각가의 작업실에서 꼭 볼 수 있던 라틴어 경구입니다.

이 경구는 1세기 무렵 로마의 군인이자 철학자였던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Secundus)가 쓴 자연사(Naturalis Historia)라는 백과사전에서 기원전 그리스의 코스에서 활동한 화가 아펠레스(Ἀπελλής)에 대하여 평가하면서 그보다 앞서거나 뒤에 활동한 어느 예술가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아멜레스가 좌우명으로 삼던 경구가 바로 “Nulla Dies sine linea”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경구는 ‘하루에 한 줄이라도 쓸 것’보다는 이 구절을 ‘하루에 한 줄이라도 그릴 것’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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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신화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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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집트를 여행하고서 신화에 특히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신화라고 하면, 단군신화와 그리스-로마 신화 정도를 알고 있고, 남미를 여행하면서 마야와 잉카의 신화를 공부했지만 기억이 가물거릴 지경입니다. 그래서인지 세계의 모든 신화를 정리했다는 제목에 낚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상아탑 속의 ‘죽은 지식’에 반대하며 지식과 재미를 엮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낸 케네스 C 데이비스의 ‘Don't Know Much About’ 기획의 일환으로 쓴 <Don't Know Much About Mythology>를 우리말로 옮긴 <세계의 모든 신화>입니다. 저자는 신화가 생겨난 것은 ‘주변 세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아가 ‘신화가 종교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런 변화가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이 책을 썼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이미 발표한 <우리가 잘 몰랐던 성서 이야기, Don't Know Much About the Bible>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장은 이 책의 목표에 관한 설명을 담았습니다. 신화란 무엇이고, 신화가 왜 만들어졌고, 신화, 전설, 우화, 설화의 차이는 무엇이며, 신화에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 신화와 종교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합니다. 2장부터 9장까지는 세계의 모든 신화를 다루었습니다. 세계를 지역으로 나누어 해당 지역의 신화를 다루었다고는 하지만 모든 신화를 다루었다고 볼 수 있나 싶은 것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신화는 다루면서 우리나라를 빠트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2장은 이집트, 3장은 메소포타미아, 4장은 그리스-로마, 5장은 켈트족과 북유럽, 6장은 인도, 7장은 중국과 일본, 8장은 아프리카, 9장은 아메리카와 태평양 섬 등입니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에 관한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1. 세계의 주요 문명과 신화를 죽 훑어보는 가이드 동반 세계 여행으로 지나치게 꼼꼼하게 자세하게 살펴보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프타의 영혼의 신전’을 의미하는 고대 이집트 문자(ḥwt-kȝ-ptḥ로 해석됩니다)가 고대 그리스어로 아이집토스(Αἴγυπτος)로 옮겨졌던 것이 로마시대에는 라틴어로 아에집프투스(Aegyptus)로 옮겨지고, 중세 프랑스에서는 이집트(Egypte)로 옮겨진 것에서 유래했다고 정리된 것을 개략적으로 “그리스인들이 ‘프타의 영혼의 신전’이란 뜻의 ‘헤웨트-카-프타(Hewet-ka-Ptah)’라는 이집트어 단어를 ‘아이굽토스(aesuptos)’로 번역했고, 이것이 결국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이집트(Egypt)’라는 단어가 되었다(99쪽)”고 정리했습니다.

2.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유럽 중심적’ 역사 서술 관점에서 썼다는 것 등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객관적이라고 보기에는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 아닐까 싶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도 이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은 사료를 해석함에 있어 다양한 자료를 비교검토하여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할 필요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장의 말미에는 해당 지역의 역사연표를 요약해두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신화의 이정표가 기원전 1만년경에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집트는 기원전 5,000년, 메소포타미아가 기원전 9,000년, 그리스가 기원전 3,000년, 북유럽이 기원전 3,500년, 인도가 기원전 4,500년, 중국이 기원전 8,500년, 아프리카가 250만년전, 남아메리카의 경우 칠레에서 기원전 12,500년 등인 것과 비교해보면, 아프리카에 인류의 조상이라 할 고인류의 유적이 발굴된 바 있으니 당연하다치고, 칠레나 뉴멕시코의 경우 자연환경이 유적이 오래 전해질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경우는 설명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토기가 발견된 것이 곧 토기를 제작할 수 있는 문명이 존재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홍익희님의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

https://blog.naver.com/neuro412/221745591641>에서 미진했던 유대교의 시원과 이집트신화와의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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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2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
빈센트 반 고흐 지음, 박은영 옮김 / 예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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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이 편지2>는 <반 고흐, 영혼이 편지>에 이은 기획으로 동생 테오의 소개로 브뤼셀에서 처음 만나 뜻이 통한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내 서로에게서 동일한 취향과 사고방식을 발견하고는 견고하 우정을 쌓게 되었다고 합니다. 라파르트는 귀족 출신의 네덜란드 화가로 암스테르담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다가 파리와 브뤼셀에 체류하였지만 결국은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의 화풍에 대하여 HJ 하베르만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는 애써 환심을 사려 하지도 이기적이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꾸민 태도로 치장하지도 않았다. 그의 작품들이 증언하듯이, 그는 보여주어야만 할 모든 진실을 사실주의에 함몰하지 않고 진솔한 작품들을 통해 정직하게 표현하려 했다. 그는 순수한 의도로 인물화 작업만을 과감히 고집한 최초의 네덜란드 화가들 중 한 사람이었다.(8-9쪽)”


옮긴이는 1881년부터 19885년까지 고흐가 라파르트에게 보낸 53통의 편지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편지들 사이에는 라파르트와 주고받은 편지에 관한 내용을 담아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은 꽤 오래 이어져 5년에 걸쳐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하는데, 1885년에 빈센트가 라파르트에게 절교를 선언하면서 끝이 났다고 합니다. 라파르트가 암스테르담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것이 바탕에 깔려있었다고 합니다. 라파르트가 고흐의 작품에 대하여 솔직한 의견을 피력했던 것에 대하여 평소에 아카데미를 경멸하던 고흐가 라파르트의 지적이 아카데미적인 시각에 매몰되어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파르트는 고흐의 작품들을 높게 평가했다고 합니다. 라파르트는 하베르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록 빈센트의 난폭함이 결별의 원인이었지만 (…) 삶에 대한 그의 가치관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숭고하고 순수했네. 그 점에 있어서 그는 진실로 굳건했으며 아름다웠네. 그는 미치광이가 되었네 (…) 그의 광적이고 폭발적인 기질에 대해 우정보다는 존경심을, 동지애보다는 숭매감을 느꼈네(12-13쪽)’라고 적었습니다.


고흐가 라파르트와 결별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암시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라파르트, 내 생각에 자네는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가운데 점점 더 진정한 사실주의자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듯하네. 비록 아카데미에서 작업하면서 현실에 만족할 때라도 말일세. 하지만 불행한 것은 아카데미란 하나의 정부(情婦)에 불과하다는 점이네. 그것은 자네 속에서 깨어나는 진지하고 따듯하며 발전적인 사랑을 가로막지(53쪽)” 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이라는 것이 일정한 틀 안으로 고착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고흐는 라파르트에게 아카데미의 틀을 뛰어넘으라고 조언했던 것 같습니다. 그림들이 곁들여 있을 뿐 아니라, 그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기법 등에 관해서도 서로 조언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입니다.그런가 하면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것 말고도 다양한 책을 읽었을 뿐 아니라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 관해서는 ‘훌륭한 데생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다’거나, 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묘사한 것들을 통하여 할아버지나 아버지 시대에 대하여 상상을 펼치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반 고흐, 영혼이 편지>에서 언급되었던 졸라의 작품에 대하여도 ‘그 책은 나로 하여금 졸라를 알게 했고 졸라의 취약한 면을 가르쳐주었다’고 한 것을 보면 딱히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만은 아니지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라가 회화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한다고 평가한 것은 약간은 뒤끝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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