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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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도 결국은 죽음이라는 주제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작가 후지마루의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기억’이라는 주제어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만, ‘기억’보다는 ‘죽음’을 생각해보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사신(死神)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신은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오는 악령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라는 의미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년 전에 인기몰이를 했던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에 등장했던 저승사자가 망자의 영혼에게 죽음을 통보하고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저승사자를 피해 이승을 떠돌면서 나쁜 짓을 하는 악령도 등장했던 것을 보면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모두 저승으로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듯합니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에 나오는 사신은 생전에 맺힌 미련이 남은 사자(死者)들을 도와 미련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신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거야. 그리하여 사람들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사회를, 더 나아가 세계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념 이래 일하고 있다(15쪽)”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승사자와는 다른 임무를 행하는 존재인데, 살아있는 사람이 6개월이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일을 맡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신으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에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은 임무가 끝나는 순간 깡그리 잊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신의 역할은 아르바이트로 한다는데, 요즈음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만, 일본에서도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젊은이들이 특히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시급 300엔 밖에 되지 않는 보수를 받고 할 일은 아닌 듯 합니다만,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운명의 실이 그렇게 엮인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은 사쿠라는 같은 반 여학생 하나모리 유키와 짝을 이루어 사신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전체 얼개에서는 모두 5명의 사자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 사자는 사쿠라가 좋아하던 여학생 아사쓰키입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자는 미련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추가시간 동안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물론 미련이 해결되어 떠나면 죽음을 맞던 순간부터 모든 상황이 재조정되는 모양입니다.

추가시간은 미련을 해소하기 위해 주어진 제한된 시간일 뿐으로 사자는 미련을 풀고 추가시간을 끝내고 이 세상을 떠나거나, 언제 닥칠지 모르는 종료시간을 기다리다 이 세상을 떠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작가는 추가시간이 몹시 잔혹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고,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추가시간이란 결국 해소할 수 없는 미련을 조명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인데, 신은 죽은 사람에게 그렇듯 부조리한 시간을 주는 아주 매정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보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에서 나비로, 조카로, 혹은 동네 꼬마 아이로 등장했던 신이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투덜대기에, 기억을 지운 신의 뜻이 있겠지 넘겨짚기에” 등장했다면서 “신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일 뿐.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신은 매정한 존재라기보다는 합리적인 존재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자 가운데 마지막 인물은 깜짝 반전을 보입니다. 어쩌면 그 마저도 신의 안배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사자가 아닌 사쿠라가 사신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알 듯 말듯합니다. 아사쓰키의 미련을 해결하는 역할이었는지, 아니면 마지막 반전카드였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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