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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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회에서 읽기로 한 책입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23살이 되던 해에 베츨라의 고등법원에서 견습생활을 할 때 만났던 샤로테 부프를 연모한 끝에 단념한 바 있습니다.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25살에는 못 이룬 사랑의 아픔을 소재로 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습니다. 이야기꾼들 가운데는 염문이 피고 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괴테 역시 식당집 딸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시작으로 숱한 여인들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괴테의 사랑은 그리 길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빨리 데워진 돌이 빨리 식는다고 했던가요?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우리네 속담처럼 약혼자가 있는 샤로테에 대한 연정도 접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샤로테를 연모한 경험을 담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괴테 자신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요즈음에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끔찍한 사건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베르테르 역시 로테를 진정 사랑한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자 스스로를 파괴한 것입니다. 요즘 같으면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했을 것입니다.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있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화자인 베르테르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어떻게 보면 빌헬름이라는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쓴 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야기는 177154일에 시작되어 삶을 마무리하기 직전인 1221일의 편지와 베르테르의 죽음을 전후하여 일어난 상황을 작가가 전하는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가 공연히 열중하여서 지나치게 비유와 연설을 늘어놓는 것 같다.(26)”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주인공의 성격을 묘사하려는 의도였는지 베르테르를 둘러싼 환경과 심리상태가 상세하게 묘사되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듯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세상을 떠난 이야기라던가, 연모하던 미망인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살해한 머슴 이야기도 있습니다.


베르테르가 로테를 만났을 때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흔히 수문장이 지킨다고 공을 문안으로 차 넣을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었을까요? 하지만 로테는 베르테르와의 관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 약혼자 알베르트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베르테르는 연심을 거두지 않고 로테를 찾았고, 로테 역시 그런 베르테르를 거절하지 못하였습니다. 사람 좋은 알베르트도 끝까지 베르테르를 거절하지 않고 친구관계를 유지합니다.


베르테르가 로테와 알베르트 부부의 곁을 떠나 D시에 있는 새로운 일터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베르테르는 상관인 공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그는 내가 일찍이 겪어본 적이 없을 만큼 고집에 센데다가 잔소리가 이만저만 심한 것이 아니다. 꼼꼼하고 까다롭기는 시어머니 같고 다루기 힘들기는 흡사 노처녀 같다.(106)” 특히 베르테르에게 호의를 보인 C백작과의 관계를 시기한 듯합니다. C백작이 개최한 연회에 베르테르를 초청하였습니다.


이 연회에서 베르테르는 불쾌한 일을 당하였습니다. 연회에 온 사람들이 베르테르를 따돌리면서 수군거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베르테르는 연회장 분위기가 불편하여 초대한 백작에게 물러가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작 소문은 백작이 베르테르를 모임에서 내쫓았다고 났다는 것입니다. “<약간 머리가 좋다고 우쭐해 가지고 지체나 관습 같은 걸 무시하고 건방지게 굴더니 결국 다시 저런 꼬락서니가 되어버리지 않았겠어>(121)”라는 험담도 들려왔습니다. 베르테르의 평소 모습이 어땠는지를 암시하는 대목 같습니다. 결국 베르테르는 로테가 사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되는 셈입니다.


젊었을 때 읽었더라면 베르테르의 비극적인 사랑에 가슴이 저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이가 들어서 읽어보니 치기가 한창일 때의 철없는 사랑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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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격언집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임경민 지음 / 노마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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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끔 우리말 속담을 끌어와 글을 시작하곤 합니다만, 번역서를 읽다보면 라틴어 격언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 쓴 책에서도 라틴어 격언을 만나는 경우가 드물지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있어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라틴어가 유럽어들의 원형이라는 생각과 고전을 많이 읽었구나 싶은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쓰임새가 있는 라틴어 격언집을 만났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우리말 속담사전이 있는 것처럼 서양에도 라틴어 격언집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라틴어 격언집은 에라스뮈스가 만든 <아디지아>라고 합니다.


에라스뮈스는 1,500년에 그리스로마의 철학자, 작가, 정치가 등의 명언을 모아 <고전 격언집(Collectanea Adagiorum)>을 선보였다고 합니다.1,508년에는 항목을 3천개로 늘리고, 주석을 단 논평과 단상을 덧붙인 <수천 개의 격언집(Adagiorum Chiliades)>라는 제목으로 출간했고, 증보가 이어져 최종적으로는 4,151개의 항목을 담아냈습니다.


<라틴어 격언집>은 로버트 블랜드가 1814년에 펴낸 <에라스뮈스의 아다지아에서 주로 고른 격언집>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골라 뽑아 우리말로 번역한 책입니다. 모두 262개의 라틴어 격언들을 나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등 열 두 개의 주제 아래 분류해놓았습니다. 대부분의 라틴어 격언들의 출처와 그 의미, 라틴어 격언과 관련된 유럽 각국의 속담을 같이 소개해놓았습니다. 번역자들은 라틴어 격언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우리말 속담을 주석에 달아놓기도 하였습니다.


라틴어 격언을 본디의 라틴어 의미에 따라 직역을 해놓아서 그런지 그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모래땅에 씨뿌리기(Harenae mandas semina)'라는 경구는 실행 불가능한 일에 헛되이 많은 노력을 쏟아 붓는 사람이나 아무런 보답도 기대할 수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사람을 빗대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을 읽어야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늙은이(Inter Pueros Senex)'라는 격언은 애늙은이라는 우리말이 어울릴까 싶었습니다만, 실제보다 더 똑똑하고 학식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허울만 그럴듯한 사람을 빗댄 것이라고 합니다. 애늙은이라는 우리말이 나이보다 더 의젓한 어린이를 의미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유럽의 고사를 모르면 이해가 불가능한 것들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격언을 끌어다 쓰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무슨 소리?”라고 할 것니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들도 많습니다. 제 경우는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라는 격언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독일의 수사이자 영성 저술가인 토마스 아켐피스의 말이라고 합니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그리스도를 본받아>로 만나보았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혀 제2의 복음서로 칭송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주당들은 자주 쓰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제 술을 마실 때가 되었다(Nunc est bibendum)’이라는 말은 호라티우스의 <송가>에 나오는 구절인데 <클레오파트라 송가>라고도 한답니다. 클레오파트라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로마로 전해진 뒤에 지어진 것으로 여왕의 패배와 죽음에 대한 축배를 들자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본문에 있는 262개의 라틴어 격언 이외에도 12개의 주제를 적어놓은 쪽에 대표적인 라틴어 격언이 설명 없이 소개되었고, 책의 말미에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라틴어 관용구와 격언이 덤으로 더해졌습니다. 그야말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그런 쓸모있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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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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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의 에이머스 데커 연작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미식축구 선수였습니다. 전미축구연맹 경기에서 상대선수와 충돌하면서 죽음 상태에 빠졌다가 회생한 뒤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과 공감각 능력이 생겼습니다. 미식축구의 경력은 중단되었지만, 새롭게 생긴 능력을 바탕으로 강력계 형사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이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나타난 서장의 설득으로 일상으로 복귀를 하게 됩니다. 마침 생긴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던 중에 그 범인이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범인임을 알게 되고 결국 범인 일당을 일망타진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방수사국에 생긴 미제사건처리 부서에 합류를 하게 됩니다.


<진실에 갇힌 남자>는 가족들의 기일을 맞아 오하이오주 벌링턴의 묘지를 찾은 데커를 만나러 온 남자가 있습니다. 메릴 호킨스, 데커가 강력계 형사로 근무하면서 처음 담당했던 사건의 범인입니다. 네 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이 확정된 사람입니다. 호킨스가 데커를 찾아온 이유는 자신이 무죄임을 밝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3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되짚어보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당시 현장의 모든 정황은 호킨스가 범인이라고 한만한 것들이었습니다. 호킨스 역시 자신이 무죄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신형이 확정되고 트래비스라는 사설교도소에 수감되었던 것입니다. 종신형을 받은 호킨스가 출옥할 수 있었던 것은 말기암이 발견되어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정당국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출소시킨 것이라고 합니다.(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분명치가 않습니다. 13년전일 수도, 22년전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가 데커의 발길을 붙든 것은 데커를 만난 호킨스가 그날 저녁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된 것입니다. 호킨스 사건 당시에 함께 수사를 했던 동료 메리와 함께 옛날 호킨스 사건과 호킨스 살해사건의 조사에 착수를 하게 됩니다. 데커와 함께 벌링턴에 왔던 알렉스는 연방수사국으로 복귀하자고 권하지만, 데커는 자신의 첫 번째 사건에서 무언가 놓치는 바람에 무고한 호킨스를 범인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호킨스를 살해할 동기가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하여 과거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 나섭니다. 리처즈의부인 수전, 카츠의 부인 레이철, 그리고 호킨스의 딸 미치 등입니다. 그런데 미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대형트럭이 데커를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시작한 데커에게 모종의 경고를 준 셈입니다. 하지만 데커는 이 사건으로, 뒤에 누군가 숨어있다는 의혹을 가지게 되는 역효과만 주었을 뿐입니다. 사건은 호킨스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옛날 사건의 피해자였던 리처즈의 부인 수전리처즈가 실종되어다가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그리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연달아 죽음을 맞기 시작합니다.


미식축구경기에서 기사회생한 데커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얻은 대신에 사회성을 잃는 후유증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능력과 후유증도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특히 옛동료 메리가 조기치매로 진단되면서 가정이 해체될 위기에 봉착했을 때 데커가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건의 주체를 추적하는 가운데 다양한 증오단체의 기호가 소개됩니다. 88은 하일 히틀러를 나타낸다거나 토끼풀과 하켄 크로이츠는 아리안 형제단을 의미하고, MIOAK라는 머릿글자로 알려진 핏방울십자가는 KKK단원의 신비로운 휘장이라고 합니다. 독일어로 백인의 힘을 의미하는 바이스 마흐트는 아리안 테러단의 상징이고, 고대 인도-유럽의 해시계인 흑태양을 나치가 가져다가 정중앙에 스와스티카를 받아 상징으로 썼다고 합니다. 삼각형 안에 상각형 세 개가 들어있는 것은 KKK단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에이머스 데커 연작의 특징이 주인공이 살해위기에 몰리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을 끊임없이 모아서 서로 연결하여 결국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과연 벌링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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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 한빛비즈 교양툰 15
우용곡 지음, 전인혁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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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을 읽었습니다. <만화로 배우는 조선왕실의 신화>입니다. 젊은 층에서는 글보다는 만화를 통하여 작가의 뜻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부터 만화를 즐겨 읽었기 때문인지 지금도 만화읽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만화로 배우는 조선왕실의 신화>는 조선 시대에 행해지던 다양한 제례를 글로 설명하고, 핵심 내용을 만화로 구성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은 <만화로 배우는 조선왕실의 신화>입니다만, 읽고 보니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행하던 다양한 제사의례를 설명한 것이었습니다. 국가의 근원이라 할 사직(社稷)에 대한 제례에서부터 민간 신앙이라 할 여제(厲祭)에 이르기까지 나라에서는 다양한 대상에 제례를 드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전통문화를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는 제례도 있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선조들의 제례문화를 일목요연하고도 쉽게 설명하려는 우용곡 작가의 기획의도가 참신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만 몇 가지 제 생각과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조선의 제례를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중국의 신화를 끌어와서 설명하다보니 마치 조선의 문화가 중국 문화에 종속되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습니다. 대륙문명이 해양문명으로 전달되는 출구역할을 해온 셈입니다.


거꾸로 해양문명이 대륙으로 전파되는 길목이기도 했습니다. 한반도는 대륙 곳곳에서 생겨나 퍼져나간 문명이 쏟아져 들어오는 용광로이자 해양문명이 대륙문명과 교류하는 교차점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조선의 문화는 중국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문화를 나름대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낸 것입니다.


짚어볼 점은,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는 한반도가 중국의 제후국이었다는 지적입니다. 중국에서도 제후국의 개념은 춘추전국시대의 산물입니다. () 왕조의 위세가 떨어지면서 중국의 각 지역에는 영웅들이 활거하면서 왕을 칭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통제하지 못한 주 왕조에서는 영웅들의 나라를 제후국이라하여 명문상으로 주 왕조의 아래 두는 것으로 하고, 영웅들 역시 주 왕조에 등을 돌릴 수 없어 제후국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은 중국에 들어선 왕조가 세력을 얻을 때는 일시적으로 군신국 관계를 강요당하기도 했습니다만, 평화 시에는 형제국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선은 중국의 제후국이 아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부합한다는 빌미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또 한 가지는 유학을 종교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는 기독교, 불교, 도교 등의 종교에서는 내세관이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는 반면 유학은 현세의 바른 삶을 논하는 학문으로 종교라 함은 적절히 않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선왕실의 신화를 다루었다고 합니다만,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관장하던 제례를 다루었을 뿐 이들 모두를 신화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저의 집에서는 여전히 돌아가신 부모님을 비롯하여 조상님들의 제사를 모시고 있습니다. 제사를 모시는 것은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 분들이 남겨주신 가르침을 지키고자 함이지 신으로 모시는 종교 혹은 신화라고 하지는 않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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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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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의 에이머스 데커 연작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전작의 작전이 끝나고 데커와 재미슨은 휴가를 가지게 됩니다. 특별히 갈 곳이 없었던 데커는 언니 집을 방문하는 재미슨을 따라 언니가 사는 배런빌을 찾게 됩니다. 배런빌은 펜실베이니아 주의 북서쪽으로 오하이오 주와의 경계선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마을 이름은 이곳에서 광산을 발견하여 채굴을 하면서 제분소 등 산업을 일으킨 배런 가문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성장 동력이 다했는지 도시는 쇠락해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도시가 쇠락하다보니 주민들 역시 무기력해지면서 마약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배런빌에는 최근 맥서스라는 유통업체가 세운 물류센터가 들어서면서 다소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슨의 형부 프랭크는 물류센터의 부팀장으로 승진하면서 켄터키에서 배런빌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재미슨은 언니의 집들이를 겸하여 조카 조이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배런빌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재미슨의 가족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이 베란다에 나와 쉬던 데커는 우연히 사건의 현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민들이 떠나 텅 빈 주택 하나에서 두 사람의 시체를 발견한 것입니다. 특히 한 사람은 경찰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벌써 여섯 번째 희생자가 발생하였다고 하는데, 강력사건이 없는 배런빌에서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다고 본 데커는 지역 경찰에 협력하기로 합니다.


휴가 중이고 지역에서 일어난 강력사건에 FBI가 개입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만 데커가 이 사건에 끼어들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가족들의 불행한 사건과 연관된 다음과 같은 생각때문으로 보입니다. “나는 카산드라와 몰리의 살인자를 몇 번이고 다시 잡으려 하고 있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거야. 세상에는 늘 살인자들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게 내 세상이다. 내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한다.(49)”


데커 연작의 첫 번째 작품에서는 지역경찰과 FBI의 협동작전을 자문했던 데커는 두 번째 작품에서는 FBI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팀에 속하여 활약을 했고, 세 번째 작품에서는 국방부 산하기관과 합동작전을 벌였습니다. 네 번째 작품에서는 배런빌에 만연하고 있는 마약사범을 수사하던 마약단속국(DEA)와 배런빌의 지역경찰과 합동작전을 수행하게 됩니다.


세 건의 살인사건의 여섯 희생자들은 전혀 무관한 것 같은데, 재미슨의 형부 프랭크가 회사에서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수사과정에서 희생자들 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건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듯 위기가 닥쳐오고, 위기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데커는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 뒤로 그의 기억력과 공감각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런 변화를 느낀 데커는 내 뇌가 다시 변하고 있는지도 몰라. 내일이면 또 다른 누구로 변해 있을까?(245)”라는 생각을 합니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신체는 물론 정신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니 특별할 것은 없겠습니다만, 워낙이 대단한 기억력을 가진 데커라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재미슨의 형부 프랭크 미첼의 장례식에 참석한 데커의 생각은 음미해볼 만한 것입니다. “우리 대부분이 이렇게 되겠지. 우리는 그저 기억, 그리고 탁자에 놓이고 벽에 걸린 바래져 가는 사진들 속에서만 살아가는거야.(364)” 빛바랜 사진들마저도 보관하고 기억해줄 사람이 있다면 조그만 위안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그마저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기억해줄 사람 하나 없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조금 나은 무엇을 이루겠다고 아등바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배런빌이 성립되는데 기여한 배런1세의 모진 기업경영은 주민들의 혐오의 대상이 되어 그 후손들이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것을 보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도 생각해보는 책읽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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